삼성전자가 출시할 예정인 스마트폰 갤럭시S5에서 결함이 발견돼 생산 물량 전량을 폐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가 삭제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디지털타임스는 5일 온라인판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갤럭시S5의 출시를 한 달 앞두고 초기 생산물량 130만대를 전량 폐기하기로 해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6일 현재 삭제되고 없는 상태다.

디지털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130만대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원 규모다. 핵심 기술로 내세웠던 지문인식 센서의 인식률이 낮고 디자인 등 제품 전반에 대한 혹평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내부 판단에 따라 폐기를 결정했다는 게 디지털타임스 보도였다. 이 신문은 “지난 1995년 애니콜 화형식에 이은 두 번째 품질 경영 결단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완전 폐기가 아닌 부품 재활용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사실무근”이라며 “초기 물량이라고 나온 130만대는 아직 생산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해명자료에서 “생산에 들어가지도 않은 제품을 전량 폐기했다는 터무니없는 루머에 대해 정확히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것에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디지털타임스 정보미디어부 최경섭 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30만대라는 수치와 전량 폐기라는 표현 등 일부 팩트에 확인할 부분이 있어서 기사를 내린 상태”라면서 “정확한 팩트가 확인되는 대로 후속 보도를 내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해명과 무관하게 디지털타임스의 보도 직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출렁거렸다. 6일 오전 -1.5%까지 빠졌다가 오후 들어 -0.75% 정도로 회복한 상태다.

보도 직후 우리투자증권은 긴급 리포트를 내고 “실제로 이번에 새로 추가된 지문인식센서의 인식률 및 방수 패키징의 수율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혜용 연구원은 “이미 대대적으로 언팩 행사를 했고 출시를 한 달 남겨둔 현 시점에서 디자인 수정 및 130만대 전량 폐기는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단기적으로 휴대폰 부품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일정 부분 이런 의혹에 근거가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전량 폐기까지는 아니라도 품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보완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지문인식 기술은 애플이 아이폰5S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애플이 홈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놓기만 인식되는 것과 달리 갤럭시S5는 손가락을 쓸어내려야 하는 구조인 데다 인식률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와이핑 방식의 지문인식으로 비밀번호를 대체하기에는 보안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지털타임스는 지난 3일에도 “삼성전자가 갤럭시S5의 지문인식 기술의 수율이 부족해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몇 안 되는 지문인식 업체 오센텍을 애플이 인수하면서 안드로이드 진영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은 채택했는데 4월 글로벌 동시 출시까지 수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다.

디지털타임스 기사와 별개로 갤럭시S5의 스펙이 기대 수준에 못 미친다는 평가는 다양한 경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한섭 SK증권 연구원은 “갤럭시 S5의 스펙은 시장에서 예상한 것과 유사하지만 일부 기능은 기대치를 하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김기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대했던 QHD(2560×1440)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지 않았고 속도나 메모리 등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평가했고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5의 메인 메모리가 갤럭시 노트3의 3GB보다 낮은 2GB에 그쳐 연간 출하 대수가 갤럭시S4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전량 폐기 결정을 내렸을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외신들 평가도 엇갈리지만 냉담한 반응도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능에는 충실하지만 혁신성에는 의문이 있다”고 평가했고 블룸버그는 “기본에 충실하지만 새로운 게 없다”고 지적했다. 정보기술 전문 칼럼니스트 조애나 스턴은 자신의 트위터에 갤럭시S5를 일회용 반창고와 비교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지문인식 기능과 관련해 좀 더 심각한 외신 보도도 있다. 영국의 정보기술 뉴스 사이트 인콰이어러는 “만약 지문인식 스캐너 수요를 맞추지 못하면 삼성은 4월11일 출시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주간지 타임은 “과거에도 여러 업체들이 스와이프 방식의 지문인식 기술을 개발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스와이프 방식이 초기화면의 비밀번호나 패턴 입력방식 보다 보안이 뛰어나지 않다는 설명이다. 갤럭시S5에서 지문을 인식하면 이미지가 화면에 뜨는데 아이폰5S는 아무런 이미지도 저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차이다. 갤럭시S5에서 유일하게 눈에 띄는 새로운 기능이 지문인식 기능인데 인식률이 떨어지거나 보안에 취약하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생산에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디지털타임스 기사는 명백한 오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식 출시를 한 달여 앞둔 상태에서 아직 한 대도 생산되지 않았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130만대를 전량 폐기했다는 디지털타임스의 기사가 오보인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일부 부품 품질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생산 물량을 전량 폐기했다는 5일 디지털타임스 보도는 오보라고 해명했지만 지문인식 기술 수율이 부족하다는 3일 보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응도 내놓지 않았다. 만약 삼성전자가 지문인식 센서를 교체했을 경우 일부 생산된 물량을 폐기했을 가능성은 있다.

이 관계자는 지문인식 센서 수급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일부 외신에 언급된 공급 업체(크루셜텍)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 “당초 언팩 행사 때 공개된 스펙 그대로 출시될 계획이고 출시 일정에도 변동이 없다는 게 현재 밝힐 수 있는 전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와이프 방식 지문인식이 보안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예정대로 출시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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