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7일 전북 고창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약 500만 마리의 엄청난 오리와 닭이 살처분됐으며, 1조 원에 육박하는 재정이 소모되고 있다. 또 살처분에 동원된 어느 공무원은 자신이 “야차(사람을 괴롭히거나 해친다는 사나운 귀신)가 된 느낌”이라고 했으며, 생매장 살처분에 동원된 어느 공무원은 그 후유증으로 자살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런 일이 지난 10년간 수차례 되풀이 되면서, 현재와 같은 축산·살처분 방식이 과연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 많은 국민이 의문을 가지게 됐다.

더구나 이런 조류독감은 동물의 재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1918년의 스페인독감과 같은 인류 대재앙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세계보건기구도 그 가능성을 발표한 바 있으며, 최근의 미국질병관리본부도 조류독감이 전 세계적인 유행병이 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1918년의 대재앙은 2005년에 와서야 조류독감 바이러스였음이 판명됐다. 그 당시 스페인독감에 걸리면 근육통과 열로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눈과 코, 귀로부터 피를 흘리고 피를 토하기도 했다. 이 질병으로 5천만 명이 죽었고 인류의 절반이 독감에 걸렸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야생조류를 조류독감의 주범이라고 국민에게 알리며 방역대책에 주력해 왔으나 야생철새가 주범이 아니라 피해자이거나, 설사 범인의 하나라고 하더라도 주범은 따로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관련 분야 전문연구자인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모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철새가 아닌 가금에서 만들어져 왔다는 게 인플루엔자 학계의 정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의 바이러스학자 얼 브라운은 “매우 밀집한 사육시설에 바이러스를 넣고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이 바이러스를 고병원성바이러스로 바꿀 수 있다. 이런 일은 늘 일어난다”고 발표하고 있다. 또 전북 익산에서 10년 넘게 닭을 사육해온 한 농장주에 의하면 닭들에게 영상 20도를 유지해주기만 해도 좋은데 영하 기온에 방치해 조류독감에 걸리며, 이런 사실은 일정 축사온도를 유지해주는 육계에서는 조류독감이 적은데 추위에 방치하는 산란계에서 창궐한다니 놀랍다. 동물 배려의 기본을 무시하는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어 보인다.

조류독감이 창궐하기 시작한 것은 극히 2000년대 현상이고 그 전에는 조류독감으로 인한 대량 살처분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이 시기는 정부의 주도하에 축산업의 규모화, 공장식 밀집축산과 같은 축산의 구조적 변화가 급속히 진행된 시기와 맞물려 있으며, 야생철새의 서식 규모나 행태에 변화가 있었던 시기는 분명 아니다.

2011년 구제역으로 인한 재난이 일어났을 때에 국회와 정부가 모두 축산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 패러다임의 변화가 조금도 없었다. 그해 열린 축산업 변화를 위한 정부 TF 회의에서 축산업계를 대표한 농협은 “축산동물에 대한 복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냈으며, 결국 정부의 ‘방역선진화 및 축산선진화 대책’에 대해서 “근본적인 가축질병 예방책으로는 미흡”(한겨레 3월 25일자 기사)” “이런 대책으로 구제역 재앙 막을 수 있나”(경향신문 3월 25일자 사설)라는 지적을 받기까지 했다.

현재 정부의 동물복지행정은 축산동물들의 사육환경이 극도로 열악하고 폐사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동물복지정책을 위한 동물복지실태에 대한 객관적인 현황파악이 전혀 없다는 점을 보면 동물복지행정이 실종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각종 축산동물을 위한 최소한도의 환경, 복지기준이 설정되고 또 축산농장에 대한 복지평가와 감독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것이 단 한 건도 이루어진 적이 없으며, 감독이 터부시 돼 있다. 전국의 농장을 각종 기준에 따라 평가해 이를 3등급으로 나누어 매년 공시하는 영국과는 크게 비교된다. 이러다 보니, 정부가 축산복지정책에 대해 과연 의지가 있는지 의심마저 든다.

   
▲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
 
이번 조류독감 사태를 계기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유럽연합(UN)과 같이 산란계의 케이지사육과 임신돼지의 스톨사육(Stalled Sows:좁은 돼지우리 사육)을 우리나라도 유예기간을 두어서라도 폐기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2014년은 UN이 정한 ‘지구와 인류를 살리는 가족농의 해’인데, 대량생산·대량소비·공장식 사육에 끌려가는 현재의 대기업 위주의 축산정책의 변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유예기간을 두고서라도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 폐기를 선언해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