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일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제5회 아시안콘퍼런스에 참석해 “존경하는 방상훈 사장님과 내외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라며 축사를 건넸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언론사 사주를 향해 ‘존경하는’ 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이례적이어서 언론계에 회자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하나의 한국, 더 나은 아시아’를 주제로 열린 아시안콘퍼런스 축사에서 제일 먼저 방상훈 사장을 언급하며 “존경하는 방상훈 사장님”이란 표현을 썼다. 뒤이어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 길라드 전 호주 총리,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등 인사들을 소개하며 인사말을 건넸다. 방 사장은 이날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옆에 앉았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찍은 ‘우주에서 바라 본 한반도의 야경’ 사진을 언급하며 “칠흑 같은 어둠속에 휩싸인 한반도의 북쪽은 동해, 서해와 구별이 되지 않아 마치 바다처럼 보이고, 환한 불빛으로 반짝이는 남쪽은 바다 한가운데 둘러싸인 섬처럼 놓여 있었다”며 “새로운 한반도를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해서 동아시아 전체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번영의 불빛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제가 꿈꾸는 한반도 통일시대”라고 말했다.

   
▲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TV조선 화면 갈무리
 
박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보다는 세계평화와 민족의 삶을 위협하는 핵개발에 집착해왔다”고 비판하며 “통일로 가는 길은 북한의 핵 포기가 빠를수록 앞당겨 질 것이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란 표현과 관련해서도 “대박이라는 의미에는 평화와 자유, 인권은 물론 남북한이 인류와 함께 누리는 번영의 가치가 모두 함축되어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날 행사 참석은 2일 저녁에서야 기자들에게 알려졌다.

이번 콘퍼런스는 조선일보가 연초부터 기획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는 ‘통일이 미래다. One Korea, New Asia’ 기획시리즈와 맥을 같이 하며 통일과 한반도 정세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조선일보는 사보를 통해 “평안북도가 고향인 방상훈 사장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꿈과 열기가 급속히 사그라들고 있는 세태를 안타까워했다”며 이번 기획에 방 사장의 의중이 담겼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1월 6일 신년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며 조선일보 보도에 맞춰 통일 이슈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언론계에선 ‘통일 대박’ 프레임을 위해 청와대와 조선일보 간에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 때문에 조선일보 주최 행사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사주에 대한 존경의 뜻을 내비친 것을 단순한 의례적 발언으로 넘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조선일보는 지난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식’ 단독 보도 이후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나 (채동욱 혼외자식 관련) 정보를 건넸다”고 주장해 ‘청와대-조선일보 커넥션’ 의혹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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