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네이버가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주요 언론사 방문자 수가 월간 단위로 평균 130.2%, 트래픽은 44.0% 늘어났다. 개별 언론사 단위로 보면 페이지뷰가 120배 가까이 늘어난 언론사도 있었고 전체 방문자 수의 98% 이상을 네이버에 의존하는 언론사도 생겨났다. 네이버 덕분에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작정하고 띄우면 즉각적인 반응이 왔고 기사 한 건에 페이지뷰가 100만건이 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여론이 요동을 쳤다.
물론 뉴스캐스트의 순 기능도 많았다. 오프라인에서 형성된 기성 언론의 헤게모니를 허물고 신생 군소 언론사들에게도 거의 동등한 기회를 줬고 소수의 목소리가 공론장을 타고 확산됐다. 뉴스캐스트의 수혜자는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등 진보 성향 인터넷 신문들 뿐만 아니라 뉴데일리와 데일리안 등 보수 성향 인터넷 신문들에도 날개를 달아줬고 마이데일리와 오센, 스포탈코리아 등 연예·스포츠 신문들에게도 상당한 영향력을 부여했다.
뉴스캐스트가 뉴스를 파편화하고 저널리즘의 원칙을 무너뜨린다는 상식적인 비판 이면에는 이른바 조중동을 비롯한 기성 보수 언론의 반발이 있었다. ‘듣보잡’ 언론사들과 N분의 1로 섞이고 싶지 않다는 조중동의 불만과 정치적 편향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네이버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지난해 4월 뉴스캐스트를 전면 폐지하고 뉴스스탠드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네이버는 급기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없애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언론사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네이버는 지난달 뉴스캐스트를 일부 병행하자는 궁여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페이지뷰는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다. 네이버는 언론사들의 불만을 달래고 보복성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콘텐츠 제휴 단가 협상에 나섰다. 네이버는 철저하게 기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언론사들에게 세 배 이상 단가를 올려줬다는 소문도 나돌고 제휴 단가와 별개로 억 단위의 프로모션을 지급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중동이 촉발했던 네이버 개편 논의는 결국 조중동의 의도대로 마이너 언론사들의 영향력을 위축시키고 기성 언론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조중동 역시 상당한 트래픽을 잃었겠지만 국내 1위 포털 사이트 네이버 첫 화면에서 뉴스가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조중동 등 기성 언론의 여론 영향력이 확대됐고 마이너 언론사들은 이슈 파이팅에 힘을 잃게 됐다. 조중동의 이슈 어뷰징에 네이버가 암묵적 동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여러 차례 다시 뉴스캐스트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고 강조해 왔다. 낚시질을 방관할 수 없다는 게 명분이지만 정작 뉴스스탠드 개편 이후 성인 사이트를 방불케 하는 낯 뜨거운 썸네일 이미지와 한층 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 낚시를 방치하고 있다. 조중동 등이 검색어 낚시질로 월 억 단위의 매출을 올린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네이버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어뷰징을 막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추천을 반영할 수도 있고 다수의 뉴스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언론사들의 자율 규제를 병행할 수도 있다. 새로운 어뷰징 수법이 나오면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알고리즘을 보완하면 된다. “선의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게 네이버의 변명이지만 막연한 선의가 통하지 않는다면 기술과 과학으로 해결해야 한다. 대안이 없다고 손을 놓고 있는 건 국내 1위 포털 사업자의 심각한 직무 유기다.
어떻게든 콘텐츠를 읽게 만드는 게 중요하고 여전히 트래픽=영향력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네이버에 의존하지 않고 콘텐츠 경쟁력과 소셜 네트워크의 추천으로 상당한 이슈 영향력을 확보하는 신생 언론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뉴스페퍼민트나 슬로우뉴스, 테크니들, 플래텀, PPSS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여론 지형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신뢰도와 열독률에서 웬만한 주류 언론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판 허핑턴포스트의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슬로우뉴스 등은 일찌감치 전문가 콘텐츠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이지뷰는 많지 않지만 수백수천개의 리트윗과 좋아요가 붙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쉐어홀릭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뉴스 사이트 트래픽의 10.4%가 페이스북에서 유입됐다. 2위는 핀터레스트, 3.7%, 3위는 트위터 1.2%다. 버즈피드 등 큐레이션 서비스의 영향력도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의 변절(?) 이후 언론사들은 이제 새로운 콘텐츠 유통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더디지만 꾸준히 소셜 네트워크 유입을 늘려나가면서 고정 방문자와 충성 독자 기반을 다져야 한다. 원론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콘텐츠 유료화가 온라인 뉴스의 생존 모델이라면 철저하게 차별화된 콘텐츠로 절박하게 정면 승부를 걸어야 한다. 가짜 트래픽을 버려야 진짜 트래픽을 얻는다. 그 진짜 트래픽이 돈이 된다는 확신을 가져도 좋을 때다.
이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