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지지율이 대선 때보다 높다. 한국갤럽이 최근 실시한 취임 1년 여론조사에서 박근혜정부는 5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012년 대선 득표율 51.6%보다 높다. 비슷한 시기 실시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현 정부의 지지율은 대선 당시보다 높게 나오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모든 게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 리더십과 ‘비정상화의 정상화’ 때문일까.

박근혜정부 지지율의 고공행진을 이끌어 낸 주역은 KBS·MBC 공영방송과 TV조선·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언론사는 1년 내내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나 철도민영화 논란, 국정원 대선개입 등 사회 주요 이슈를 축소 보도하거나 정부여당 입장에서 편파적으로 다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윤희웅 정치컨설턴트 ‘민’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같은 지지율에서 고령층(50대 이상)의 지지율이 65% 수준이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70~80%까지 올라갔다”고 지적하며 “낮 시간대 고령층의 시청률이 높은 종합편성채널이 이들의 인식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상파와 종편의 주 시청층인 고령층이 정부여당에 치우친 공영방송과 종합편성채널 보도에 쉽게 노출돼 고령층 지지율이 견고해졌다는 지적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박근혜정부 입장에선 국정홍보처가 없는 대신 보수색채가 강한 종편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위부터) KBS, MBC, TV조선, 채널A.
 
박근혜정부는 현재 국민의정부·참여정부·이명박정부와 비교했을 때 가장 유리한 언론환경에 놓여있다. 군사독재시절부터 정부여당편향이었던 언론환경에서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국민의정부는 IMF 위기 국면을 돌파한 특수성 때문에 집권 1년차 지지율이 높았다. 참여정부는 조중동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집중포화를 맞으며 야권의 선거불복과 탄핵 국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명박정부는 집권 1년차에서 공영방송의 비판과 견제를 받는 가운데 수개월 간 이어진 촛불집회로 ‘하야’ 여론에 직면하는 등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에 이명박정부는 YTN·KBS·MBC 순으로 낙하산 사장을 내려 앉혀 공영방송을 장악했으며 2009년 언론악법을 날치기 통과시켜 2011년 종합편성채널을 탄생시켰다. 박근혜정부에겐 이명박정부의 언론장악 ‘과실’을 그대로 따먹은 지난 한 해였다.

집권여당과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일정한 정치성을 드러내는 신문과 달리 방송은 정권의 성향에 따라 요동쳤다. 박근혜정부 첫해, 방송은 ‘자발적 굴종’에 가까웠다.

일례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철도파업 하루 전인 12월 8일부터 17일까지 지상파 3사 뉴스에 등장한 138건의 인터뷰 및 발언을 분석한 결과,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정부·코레일의 입장,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언급하는 인터뷰가 전체의 75%(104건)로 나타났다. TV조선은 12월 22일 민주노총 침탈을 생중계하며 경찰이 경향신문사에 진입하자 “야~이게 공권력이죠”, “누군가 다치면 제2의 용산참사라는 사건을 만들어 국민을 선동 할 것”과 같은 멘트를 내보냈다.

   
▲ KBS '뉴스9'의 화면 갈무리.
 
공영방송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서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변인을 자처했다. 원세훈·김용판이 증인 선서를 거부해 ‘위증을 하겠다는 오만한 태도’라는 비판이 있을 당시 KBS는 “현행법상 증인은 유죄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2013년 8월 16일)라며 정당화시켰다.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1차 범국민 촛불집회가 열렸던 지난해 6월 28일부터 8월 5일까지 공영방송 메인뉴스에서 시국선언·촛불집회를 다룬 리포트는 MBC가 0건, KBS가 단신 2건에 불과했다. 신문유료독자의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경우도 같은 기간 지면에서 시국선언이나 촛불집회 내용을 다룬 기사가 한 건도 없었다. 심각한 여론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여기에 더해 MBC는 <시사매거진 2580> ‘국정원에 무슨 일이?' 편이 방송 당일 불방 되며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YTN에선 국정원의 SNS 정치개입 정황을 단독 보도한 리포트가 석연찮은 이유로 돌연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KBS에선 국정원의 간첩조작사건을 보도한 <추적60분> ‘서울시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편이 불방 돼 정권차원의 외압의혹을 낳았다.

이처럼 불방 또는 표적심의로 언론자유를 옭아매는 과정이 반복되며 자기검열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언젠가부터 MBC뉴스에선 동물 아이템이 증가했고, KBS뉴스에선 날씨·재해 아이템이 부쩍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선 MBN 여기자가 대통령에게 포옹을 청하는가 하면, KBS <뉴스9> 민경욱 전 앵커는 전날 리포트를 내보내고 다음날 청와대 대변인으로 직행하며 부끄러운 언론인의 민낯을 보여줬다.

   
▲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JTBC '뉴스9'의 화면 갈무리.
 
그나마 손석희 영입 이후 정부를 비판·견제 해온 JTBC는 지난해 말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공정성·객관성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받고 있는 처지다. 야성이 강한 CBS의 경우도 방심위의 징계와 더불어 ‘유사보도’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서중 한국언론정보학회장(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박근혜정부 1년은 이명박정부 6년차 느낌이다. 언론에 대한 정책적 판단은 없고, 공영방송 구성원들에겐 신나게 일할 환경이 사라졌다”고 평가한 뒤 “종편은 정치적인 재승인을 받은 뒤 결국 방송환경 전체를 황폐화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박근혜정부의 2년차 언론환경도 김재철 사장의 최측근이었던 안광한씨의 MBC사장 선임을 바라볼 때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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