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제13대 위원장으로 재선이 확정된 한영수 한연노 위원장과 김응석 전 11대 위원장을 각각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아무개씨 등 한연노 조합원 5명은 한영수 위원장에 대해 지난 12대 위원장 선거에서 김응석 전 위원장을 협박해 후보 사퇴를 강요하고 연기자에게 줘야 할 출연료 미지급금 명목의 발전기금을 배임한 혐의로, 김 전 위원장은 연기자들에게 지급할 드라마 편성 초과금을 현금 보관 후, 일부를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 21일 오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08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산’의 10분 초과 편성분에 대한 출연 연기자 지급금 5억 원을 MBC로부터 받아 11대 노조 집행부들과 개인당 많게는 수천만 원에서 적게는 수백만 원까지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발장과 함께 제출된 2012년 3월 5일 노조 대의원대회 녹화 영상 증거자료에서도 김 전 위원장은 본인이 비리 사실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음을 고백하며 “내가 11대 위원장을 할 때 나를 비롯한 거의 모든 집행부가 비리 사실이 있었다”며 “사법처리 수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를 포함해 10여 명이 사법처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당시 다른 조합원에 의해 제기됐던 고발 건은 대의원대회 때 논란이 된 후 취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 한영수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12·13대 위원장(왼쪽)과 김응석 11대 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이어 그는 영상자료에서 “금액이 얼마든 간에 나와 같이 했던 집행부가 노조에 메워야 할 돈 있음에도 이경호 위원장(10대) 시절 만들어놨던 상임 고문료를 나한테 지급한 것은 금액을 상계했으면 괜찮은데 상계하지 않고 지급한 것은 업무상 배임일 수 있다고 검찰로부터 들었다”며 “(방송사가) 현금으로 준 미지급 출연료를 통장에 입금하거나 회계 항목에 기록하지 않는 것 역시 불순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돼 횡령일 수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에서 김 전 위원장은 또 한영수 위원장이 지난 2011년 2월 12대 한연노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집행부인 안인희 노조 사무국장과 김성훈 당시 탤런트지부 사무국장의 도움을 받아 11대 집행부의 비리 내역과 영수증 전표를 가지고 재선에 출마하지 말라는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안인희·김성훈 사무국장이 내 비리 사실 자료를 당시 한영수 위원장 후보에게 넘겨줬고 그로 인해 12대 위원장 선거 당일 출마를 포기했다”면서 “그때 대의원 대회에서 진실을 밝히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았어야 하는데 내 잘못을 덮고 싶은 마음에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했다”고 시인했다.

이번에 조합원들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도 이에 대한 상세 내용과 함께 “2012년 대의원대회에서 김 전 위원장의 고백으로 전 집행부의 횡령 비리와 한 위원장이 이를 협박해 당선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한 위원장은 대의원 대회에서 진실을 밝혀 문제를 제기한 대의원 등 조합원 4명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어 6개월 조합원 자격 정지를 내렸다”며 “김응석 등 전 집행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대의원대회 등을 통한 진상 조사나 어떠한 징계도 없이 사건의 진실을 덮어 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전 집행부에서 방송사에 출연료 미지급금 명목으로 발전기금을 받아 3.3%의 원천징수금을 임의로 횡령하고 남은 금액을 전달받고도 1년 동안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대의원대회에서 문제가 제기된 후 뒤늦게 지급하면서 지급 대상 명단에 없던 연기자들에게까지 지급해 배임 혐의가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한연노가 방송국으로부터 받은 ‘발전기금’이란 방송사가 편성을 준 드라마 외주제작사의 부실한 재정과 폐업 등으로 연기자들이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자, 방송사가 (이미 제작사에 지급한)출연료로 이중 지급하는 대신 발전기금이란 명목으로 연기자들을 보상해 준 돈이다. 지난해 한연노가 밝힌 지상파 방송3사 드라마 작품의 미지급 출연료는 43억여 원에 달한다.

연기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발전기금을 배임했다는 고발인들의 주장에 대해 한영수 위원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 집행부로부터 받은 원천징수 금액이 있었는데 지급 당사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내부 회의를 거쳐 (명단)누락자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대의원대회에서 추후 승인을 받았으며 연말 결산 시 별도 감사도 했다”며 “누락된 사람 대다수가 일당 30~40만 원 받는 소외된 조합원인데 그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고, 내가 횡령한 게 아니라 적법절차에 의해 배분하겠다고 대의원대회 때 보고해 대의원들도 앞으로 집행부에 맡기고 더는 문제 삼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해명했다.

한 위원장은 김 전 위원장 등의 횡령 사실에 대해서도 “2012년 긴급 대의원대회에서 김 전 위원장과 이기홍 전 사무총장의 25개월 치 판공비 등을 모두 회수하는 것으로 전액 변제됐다”면서 “몇백만 원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내 임기가 끝나기 전에 회수가 안 되면 자비로라도 부담하겠다고 해서 출마 바로 직전까지 사비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12대 위원장 선거 전 김 전 위원장의 비리를 문제 삼아 사퇴를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고 내가 선거에 개입해 전 집행부의 약점을 잡아 협박한 게 아니라 김 전 위원장이 먼저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지출 영수증 자료도 조합원 누구나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공개된 서류이고, 당시 집행부를 반대하던 쪽에서 업무 외적 지출이라며 항의하긴 했지만 금액이 크진 않았다”고 부인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김 전 위원장에게도 수차례 전화 연락을 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그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