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술자리에서 여성 기자들에게 부적절한 말과 행동을 해 ‘성추행’ 비판을 받은 이진한(51)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에게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언론인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2013년 12월 26일 이진한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는 밤 9시30분께 서울 반포동의 한 식당에서 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들과 가진 송년회 자리에서 여기자들에게 “뽀뽀 한번 할까”, “내가 참 좋아해” 등의 말을 했고 손을 만지고 손등에 키스하며 등을 쓸어내리고 허리를 껴안는 등 고위공직자로서 매우 부도덕한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파문이 확산되자 사흘 뒤 이 지청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으나 경고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언론계에서는 이 지청장에 대한 처분이 과거사례와 비교했을 때 처벌이 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언론계 내부에서 가칭 ‘성평등 취재환경 마련을 위한 언론인 모임’이 결성됐다.

   
▲ 이진한 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이들 언론인모임 일동은 지난 설 연휴 직후 200여 곳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검찰은 경고 처분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사건 발생 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 당사자는 참담함과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한 뒤 “피해자가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이조차 알려지지 않고, 도움도 부족해 홀로 악전고투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 언론인들이 나서 검찰에 중징계와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올바른 취재환경 조성을 위한 언론인 모임’ 일동으로 조만간 발표예정인 성명서에서 “우리는 이 사건을 검찰 권력이 언론의 사회적 구실을 무시하고 자신의 권력을 과시한 사례로 풀이한다”며 “이진한 차장 검사뿐 아니라 검찰조직 전체가 언론사 기자를 ‘여성’으로 환원하며 일상의 성차별과 폭력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려는 권력자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피해 기자가 엄중한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는데도 감찰본부 감찰위원회는 ‘피해당시 현장에서 피해자들의 의사 표시가 없었고, 신체 접촉이 경미하다고 판단했으며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하는 등 2차 피해를 주었다”고 비판한 뒤 “기삿거리를 손에 쥔 검사가 우월적 지위를 나타내며 쥐락펴락하는 가운데 취재기자의 인권은 땅바닥에 떨어졌다”고 개탄했다.

한편 피해 여성 기자는 이진한 지청장을 강제 추행혐의로 지난 11일 검찰에 고소했다. 해당 기자는 고소장에서 “(술자리에서) 헤어진 뒤에도 전화를 걸어와 ‘내가 너를 참 좋아한다’는 얘기를 반복했다”고 말하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를 비롯한 8개 여성단체는 검찰이 이진한 검사 성폭력 사건을 전면 재조사하고 가해자를 중징계 및 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언론인들의 이번 비판성명은 오는 19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진한 검사 성추행 관련 언론인 성명 동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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