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9> 앵커를 맡았던 민경욱 KBS 문화부장이 청와대 신임 대변인으로 임명되자 KBS 기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경욱 전 앵커가 KBS 메인뉴스 진행을 맡은 인물이라는 점도 논란이지만,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KBS 보도본부 문화부장을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부적격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보도본부 한 기자는 “민경욱 부장은 오늘(5일) 오전 간부들이 참석하는 편집회의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주변 인사들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청와대 행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KBS 문화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언론인이 ‘중간 과정’ 없이 바로 청와대로 직행하는 건, 개인의 선택으로만 볼 수 없는 문제”라면서 “시민단체들이 KBS를 향해 ‘친박 방송’이라는 비난을 하고 있는데 민경욱 부장의 청와대 대변인행으로 이 같은 이미지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경욱 신임 청와대 대변인 ⓒKBS
 
다른 기자는 “본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뭐라 딱히 할 말은 없지만 ‘뉴스9’ 앵커를 맡은 인물이 청와대에서 부른다고 현직에서 바로 직행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 “현재 KBS의 위상이 어떤 지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 사건이면서 앞으로 KBS뉴스가 지금보다 더 ‘정권친화적’으로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민경욱 부장의 청와대 대변인 행에 대해 KBS기자협회(회장 조일수)는 5일 오후 성명을 통해 이를 비판할 예정이다.

한편 민경욱 전 앵커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 이명박 대통령 후보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관련 정보를 전했던 ‘전력’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당시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 비밀 전문(cable)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고대영 보도본부장(2007년 해설위원)과 민경욱 <뉴스9> 앵커(2007년 뉴스편집부 기자)가 주한미국대사관측과 만나 이명박 대통령 후보 등과 관련한 내용을 밝혔고, 대사관측은 이를 정리해 미 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민 앵커는 “이명박은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느껴졌고, 수많은 세월이 지나도 큰 탐닉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또 “이명박은 경제적 전문성이 제한됐지만 뛰어난 결단력 덕분에 한국을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한 김대중과 비슷할 수도 있다”고 미국측에 전하기도 했다.

민 앵커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shy guy)이라고 설명하며 취재 과정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민 앵커는 “자신이 지난 2006년 워싱턴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을 만났을 때 매우 놀랐다. 왜냐하면 다른 정치인과 달리 이명박은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기자간담회 전후로 기자들에게 호의적으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씨의 측근들이 이명박에 대해 수줍음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을 때, 그러한 행동들이 설명됐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전문 마지막에 “민경욱은 그가 이 다큐(이명박 다큐)에 대한 조사를 하는 한 달 동안 이명박과 그의 측근들에 의해 완전히 설득 당했다”며 “그러므로 이 KBS 다큐는 이명박이 아주 좋아할 만한 것”이라고 ‘코멘트’를 달았다.

당시 민경욱 앵커는 논란이 확산되자 “대선 정보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제가 이야기한 것 가운데 세상이 모르고 있던 것은 없었다”면서 “다큐의 취재과정 일부를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다고 만난 술자리에서 얘기한 게 문제가 될까요?”라고 해명했다. 민 앵커는 “(위키리크스) 문건에 있는 글들은 제가 미국 워싱턴 특파원을 할 때 이웃에 살던 사람이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으로 와있다가 제가 특파원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환영식을 해준다고 해서 나가서 나눈 얘기”라고 밝혔다.

민경욱 앵커는 지난 1991년 KBS 입사해 지난 2004년부터 3년간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했으며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 <열린 토론>과 1TV <생방송 심야토론>을 진행했다.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뉴스9> 앵커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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