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하나의 약속>에 이어 삼성 공장의 반도체 산업 재해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3월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은 지난 2012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관객상과 전주국제영화제 관객상을 받았고, 2013년 인천여성영화제 초청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일찌감치 작품성을 검증받았다.

영화 <또하나의 약속>이 황상기씨의 딸 황유미씨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극영화였다면 <탐욕의 제국>은 황유미씨 얘기뿐만 아니라 그동안 삼성 반도체 피해자로 알려진 이들이 삼성으로부터 산업 재해로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피해자 뿐 아니라 피해자를 대하는 삼성 직원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일류 기업 삼성의 이미지에도 상당부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제작을 맡은 푸른 영상 측은 "세계 73개 국가 내 525개의 거점을 보유하고, 228조원에 달하는 연간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명실공히 국민기업으로써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삼성. 하지만 그 이면엔 백혈병에 걸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딸을 위해, 두 아이의 아빠였던 남편의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그들을 용서하라며 세상을 떠난 내 아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을 온갖 술수와 거짓으로 기만하고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며 "이렇듯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은 대한민국 초일류기업이 노동자들을 대하는 모습과 거대 자본과의 힘겨운 싸움을 지속해 나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회고, 평범한 꿈조차 꾸지 못한 채 젊음을 빼앗겨버린 수많은 노동자들의 삶을 반추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이 오는 3월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영정 사진을 들고 “노동자의 죽음은 중요하지 않습니까?”라며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과 이를 막는 직원들 사이에 벌어진 실갱이로 시작된다.

병으로 죽은 사람이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상황에 대해 영화 <탐욕의 제국>은 담담히 피해자들의 사연을 전하고 이들이 삼성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유족들인데 장시간 이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며 그 고통을 과장되지 않게 고스란히 보여줘 다큐멘터리의 특징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또하나의 약속이 황유미씨의 죽음과 죽음의 진상을 밝히려는 아버지의 실화를 극영화해서 드라마가 줄 수 있는 감동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탐욕의 제국은 홍리경 감독이 3년 동안 반올림 활동을 하면서 피해자들을 만나 카메라에 담고 삼성의 노동인권 파괴에 초점을 맞춰 전자 산업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을 섬세한 시각으로 다룬 이야기이다. 피해자들의 얼굴과 목소리 등 다양한 사연이 많아서 영화를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CD공정에서 납땜 등 업무로 인해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씨,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김시녀씨는 대화를 나누면서 여전히 삼성은 사과할 것이라고 희망을 얘기하는 장면은 이들의 고통이 '질병' 보다는 '질병'에 책임지지 않는 기업의 횡포에 있음을 보여주는 식이다.

지난해 5월에는 <탐욕의 제국>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작으로 공개되자 삼성이 지원을 끊어버리는 일이 발생하면서 삼성이 이 영화에 대해 얼마나 불편해하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당시 영화제 관계자는 삼성 측에서 작품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 지원을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해 후원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영화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아예 후원을 스스로 끊어버린 것이다.

3월 정식 개봉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개봉 비용은 부족한 상황이다. 제작사 측은 소셜 펀딩을 통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개봉 비용을 마련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소셜 펀딩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관객이 공감하고 피해자를 응원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홍리경 감독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전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규모와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피해자가 많은 상황에서 삼성의 노동문화를 빼고는 현실을 말할 수 없었고 지금까지도 자신의 삶 자체였던 삼성을 부정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자신을 부정당한 듯한 피해자가 있다"며 "이 영화는 삼성이라는 기업이 정면에 드러날 수밖에 없는 영화이다. 피해자들이 삼성으로부터 겪었던 삶에 대해 증언하는 형태의 영화로 이해하면 될듯 싶다"고 전했다.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은 황유미씨의 추모일인 오는 3월 6일 개봉한다. 황유미씨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지난 2005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07년 3월 6일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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