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은 온라인에서도 자녀들이 뭘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싶어한다. 10대들은 부모의 감시를 벗어나기 위해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다”(이경현 로아컨설팅 책임연구원)

최근 미국 10대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모바일 메신저는 2011년 출시된 스냅챗(Snapchat)이다. 스냅챗의 인기엔 부모의 감시에서 벗어나려는 청소년들이 특성이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메시지의 소멸 시기(1~10초)를 정하면 메시지 전송 후 자동으로 삭제되는 스냅챗의 특성도 선풍적인 인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사생활 침해가 문제가 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세계에서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일부에선 음란 사진을 교환하는 용도로도 이용되기도 한다.

이경현 연구원은 “통계를 보면 10대들의 페이스북 이탈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3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아넨버그 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부모의 70%가 자녀들의 페이스북 계정을 주시(혹은 감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46%의 부모는 자녀들의 페이스북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통계는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인의 삶을 연구하는 ‘퓨 리서치 센터’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자녀를 둔 부모의 42%가 자녀들의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들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직접 메시지를 보내거나 댓글을 달아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부모도 절반이나 됐다.

   
▲ 미국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Snapchat)'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부모의 SNS 이용이 늘면서 곤혹스러워하는 자녀들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 버크맨 연구소에서 청년층과 미디어에 대해 연구하는 샌드라 코테시는 “청소년들은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부모와 친구를 맺는 것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일부는 좋아하지만 어쩔 수 없이 친구를 맺는 경우도 있고, 부모에게 계정을 숨기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10대 사이에서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겸 시장조사업체인 파이퍼 제프리(Piper Jaffray)가 2013년 10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청소년의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SNS 조사에서 페이스북의 비중은 2012년 42%에서 일년만에 23%로 대폭 감소했다.

이경현 연구원은 “페이스북은 ‘올드’한 이미지로 30, 40대 이용자가 많다”며 “아무리 좋은 기능이 많아도 10대들은 자신들에게 더 맞는 서비스를 찾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스냅챗은 어른들이 쓰지 않고, 부모가 스냅챗을 이용하더라도 자녀들의 대화 내용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스냅챗처럼 10대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진영 로아컨설팅 대표는 “한국의 10대가 페이스북을 쓰는 걸 보지 못했다”며 “10대들에겐 메시지 보내고 10초만에 사라지는 스냇챗이 젊고 ‘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은 (나같이 어른들이) 그룹에서 정보를 얻어서 아는 척 하려고 쓰는 SNS”라며 “저보고 스냅챗을 쓰라고 하면 아마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청소년 기준에서 보면 페이스북 이용자는 이른바 ‘꼰대’가 된다는 것이다.

   
▲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
 
페이스북 내부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이 나왔다. 데이비드 에버스만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는 지난해 페이스북 3분기 실적발표에서 "미국 십대 중 페이스북 이용자는 전 분기 대비 안정적이지만, 일일 이용자 기준으로 보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 직후 페이스북의 주가는 9.7% 하락하면서 약 180억달러의 손해를 봤다. 문제가 커지자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미국 10대 대다수는 페이스북을 거의 매일 이용한다”며 이들이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페이스북도 10대를 사로잡으려는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30억달러(약 3조원)를 제시하며 스냅챗 인수를 시도했으나 스냅챗이 거절했다. 또한 페이스북은 2012년 스냅챗처럼 메시지의 소멸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포크(Poke)를 출시했으나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만 14세부터 가입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의 한국 홍보대행사인 웨버샌드윅 관계자는 “영화에도 등급이 있듯이 너무 어린 나이에 성인용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 14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이 페이스북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페이스북 이용자는 세계적으로 20, 30대가 가장 많다”며 “한국에선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초반에 저조했던 40, 50대 이용자가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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