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배드민턴연맹(BWF, 이하 세계연맹)이 지난 24일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 김기정 선수에게 도핑규정 위반으로 1년간 선수 자격정지 제재를 부과한 것과 관련하여 스포츠계가 떠들썩하다. 이쯤 되면 ‘사태(事態)’라고 할 수 있겠다. 세계연맹의 자격정지 제재로 올해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두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반도핑규정’에 대한 우리 측의 무지와 안일한 행정처리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아래 사항들을 포함한 여러 질의를 받았고 언론보도 중에서 잘못된 내용들이 있어 이번 칼럼에서 문답 형식으로 관련 내용을 밝히고자 한다. 다만 일부 내용에 있어서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하겠다.

이용대, 김기정 선수의 반도핑규정 위반의 정확한 내용은 무엇인가?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반도핑규약(Anti-Doping Code) 및 세계연맹의 반도핑규정(Anti-Doping Regulations)의 관련 조항에 따라 세계연맹은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검사대상자명부를 작성한다. 검사대상자명부에 등재된 선수는 자신이 직접 또는 제3자(협회)를 통해 매 분기별 일자별 자신의 정확한 소재지 정보(연락처, 거주지, 훈련장소, 대회참가의 경우 장소 및 일정 등)를 온라인시스템(반도핑행정관리시스템, ADAMS) 입력을 통해 세계연맹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선수가 소재지 정보를 거짓으로 입력하거나, 어느 일정한 18개월 동안 3번에 걸쳐 제출된 소재지에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소재지 정보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는 반도핑규정 위반으로 간주된다. 이번 사태에서 두 선수를 대리하여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가 입력한 소재지에서 두번의 검사실패 및 협회의 한 번의 소재지 정보 입력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반도핑규정 위반으로 간주됐고, 세계연맹이 협회 및 선수에 대한 소명 및 청문절차를 걸쳐 제재조항에 규정된 최소 1년 최대 2년의 자격정지 중에서 1년의 선수 자격정지를 결정한 것이다.

   
▲ 이용대 배드민턴 선수 ⓒ 연합뉴스
 
선수 소재지 정보는 협회가 대리해 입력했다고 하는데, 선수에게 잘못이 없는 것 아닌가?
잘못이 없는 선수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반도핑규정상 소재지 정보 제출과 관련한 책임은 선수에게 있다. 규정상 선수가 자신이 직접 또는 협회가 선수를 대리하여 입력할 수 있는데, 원칙은 대리인의 과실도 본인의 과실이 되는 것이다. 규정은 소재지 정보 제출의 책임은 선수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아래에서 보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유사 사건에서도 선수가 제3자에게 소재지 정보 입력을 맡겼으면 이에 대한 철저한 확인을 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협회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하겠다고 하는데, 항소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세계반도핑기구 반도핑규약, 세계연맹 반도핑규정 및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중재절차 규정에 따라 선수는 2014년 2월 17일까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1인의 중재재판부를 구성하고 접수한 항소신청서 및 첨부 증빙서류를 세계연맹에 전달하고, 세계연맹은 이에 대한 답변서 및 증빙서류를 제출하게 된다. 중재재판부는 이 서면들을 가지고 서면심리로 판단을 하게 된다. 판정이 내리기까지는 항소제기로부터 약 한달 정도 걸릴 것이다.

과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중재절차에서
선수들에 대한 1년의 자격정지 제재가 줄어들거나 면제될 가능성이 있나?

만약 매 회 검사실패에 따른 세계연맹의 통보를 받은 협회가 이를 선수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하여 선수에게 잘못이나 부주의가 없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중재절차에서 결정이 취소될 수 있다.

세계연맹 반도핑규정 관련 조항에도 소재지 정보 제출과 관련한 검사실패에 선수의 잘못 또는 부주의가 없다면 제재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와 유사한 사건에서 이를 인정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결정이 있었다. 2011년 8월 베네수엘라 수영선수 ‘알버트 수비라츠’ 선수에 대해 국제수영연맹(FINA)이 소재지 정보 입력의 3회 미이행에 따라 1년의 자격정지를 내린 사건에서, 선수가 국제수영연맹의 검사실패 통보를 직접 받은 적이 없고 베네수엘라수영연맹을 통해서도 받지 못했다면 선수의 잘못이 없다며 항소를 받아들였다(CAS 2011/A/2499).

그런데 문제는 선수와 협회가 이번 징계절차에서 어리석게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해 버렸다는 것이다. 세계연맹의 청문보고서를 확인해 보니 협회와 선수는 세 차례의 검사실패 및 입력 불응에 관한 세계연맹의 통보에 대응해 세 차례에 걸쳐 소명서를 제출했는데, 소명서에 협회와 선수의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소명 및 청문절차에서 선수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음을 적극 주장, 입증하였더라면 선수들에 대한 제재만이라도 면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세계연맹 소명 및 청문절차에서 이미 선수와 협회가 자신의 잘못이 있다고 인정하였는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항소에서 이를 번복하는 것을 과연 중재재판부에서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이번 이용대 선수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를 마련해야 하나?

먼저 선수, 소속 단체에 대한 도핑 관련 교육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선수, 단체 관련자들이 도핑 관련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태도 이러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반도핑규정에 따르면 치료를 위해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있는 약물을 사용할 경우에 사전에 사용면책 신청을 하면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나오더라도 면책될 수 있는 제도(치료목적사용면책)가 있는데 이를 몰라 불이익을 당한 선수들도 있었다.

다음으로 이러한 문제되는 과정에서 관련 선수와 단체는 그냥 쉬쉬하지 말고 외부 전문가 등 에게 자문을 구해 적절하고 현명한 대처를 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소명 및 청문절차에서 반도핑규정의 내용을 사전에 확인하여 선수의 과실이 없었음을 주장, 입증하였더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필/자/소/개>
필자는 중학교 시절까지 운동선수였는데 운이 좋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인생을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직업적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의 보편적 가치에 따른 제도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그런 바람을 칼럼에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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