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 등 야생 철새와 조류인플루엔자(AI) 연구 관련 전 세계적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국제기구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고병원성 AI의 주범으로 지목된 철새는 AI 확산의 주된 원인이 아니라고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FAO의 농업과 소비자보호 위원회(Agriculture and Consumer Protection)는 올해 공식홈페이지(http://www.fao.org/avianflu)를 통해 AI와 야생 조류와의 관계에 대한 문답 형식의 입장을 밝히며 “고병원성 AI는 야생 조류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으며 야생조류들이 공중을 날아다니며 ​​AI를 전파할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고 말했다.

FAO는 그러면서 “야생 조류가 AI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이 질병의 확산과 폭넓은 분포는 가금류(가축용 닭·오리 등)의 많은 무리 숫자 내에서 발생하고 가금류의 생산과 판매 활동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FAO는 특히 고병원성 AI의 나라별 발생과 전염에 대해서도 “여러 발생 패턴과 시점이 철새의 나라별 이동이나 경로와는 일치하지 않았다”며 “야생 조류가 바이러스의 근원이라거나 가금류로부터 바이러스에 전염됐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금류의 고병원성 AI 발생과 관련된 야생 조류의 사망보고도 있어 일단 감염될 경우 국내 가금류와의 접촉을 적절히 차단하지 않으면 감염의 잠재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밀도가 높은 공장식 축산 방식 또한 AI와 같은 전염성 질병의 확산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FAO는 “새와 다른 동물들, 인간이 밀접하게 같이 생활하며 바이러스가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전달되기 좋은 조건을 갖춘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 상업적인 가금류의 광범위한 감염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가금류 시설 사이에 AI의 확산은 거의 항상 감염된 조류나 오염된 사람(옷·신발·차량 포함), 장비의 이동에서 발생하고, (철새 등) 공중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달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 조류인플루엔자(AI) 관련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 공식홈페이지.
 
아울러 FAO는 고병원성 AI의 발병과 확산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차단방역 대책에 대해 “야생조류의 질병 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으나 가금류(특히 오리)에서는 명백하게 보유 개체가 발견된 바 있어 감염된 가금류가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 전염원”이라며 “감염 조류의 분비물과 같은 오염 물질이 주요 전염 요인이므로 전염과 입출입 통제를 위한 물리적 장벽 설치와 함께 격리·세척·소독의 세 가지 차단방역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생 철새에게 먹이주기 등 관찰활동과 관련해서도 FAO는 “사람이 야생 조류에 의해 AI에 감염될 위험은 매우 낮다”면서 “하지만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곳에서는 야생 조류와 배설물 또는 그 근처에 물에 닿지 않도록 하고, 식사나 흡연하기 전과 동물과 접촉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이동성 물새와 서식지를 보존을 위해 지난 2006년 설립된 국제기구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도 24일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저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LPAI)는 야생조류와 가금류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된다”며 “이와 반대로 이번에 보고된 H5N8와 같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PAI)는 일반적으로 오리농장과 같이 매우 좁은 공간의 비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가금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질병”이라고 주장했다.

EAAFP는 “HPAI는 가금류 농장에서 철새가 이용하는 저수지 등의 외부 환경으로 전염되었을 확률이 높다”며 “대부분 감염된 철새들은 매우 빠르게 죽게 되고(48시간 이내 90~100% 사망률), 지금까지 사례로 봤을 때 감염된 철새로 인한 질병 확산은 가금류와 가금류 제품 거래, 관상용 등 사육되는 새의 거래, 사람 이동 등과 비교하였을 때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EAAFP는 HPAI 확산을 막기 위한 효율적인 차단방역 조치로 “감염 지역 안팎으로 흘러들어 가거나 나오는 물에 대한 모든 접촉을 금지해야 한다”며 “조류의 이동뿐만 아니라 가금류 제품과 사료, 의약품, 축산용 기구 및 농장을 오가는 차량에 대해 FAO에서 국제적으로 합의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춘선 농림축산검역본부 사무관은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야생 조류의 AI 확산 가능성이 낮다는 국제기구의 발표에 대해 “FAO의 주장은 그럴지 몰라도 또 다른 논문이나 발표자료들을 보면 국가 간은 주로 이동 철새로 인한 AI 확산 가능성이 가장 높고, 발생국에서 들어오는 오염물이나 사람들에 의한 가능성도 있어 국경검역도 강화하고 있다”며 “정부도 단정적으로 철새가 주범이라고 얘기한 게 아니라 단지 결과를 보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방역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관은 “농식품부도 철새의 이동과 같은 시기에 AI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역학조사위원회에서 전문가 판단을 통해 최종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게 된다”며 “농가의 차단방역이 AI 방역의 핵심이라는 점은 우리도 항상 강조해 왔던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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