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아직도 뉴스스탠드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뉴스스탠드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해 11월 예정됐던 네이버 첫 화면 개편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미디어센터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유봉석 이사는 최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분간 큰 개편은 없다”고 밝혔다. 유 이사는 “다만 일부 언론사들 요청을 받아들여 로그인 사용자의 경우 과거 뉴스캐스트 방식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최근 뉴스스탠드 선택형 언론사로 35개 언론사를 추가 편입했다. 기존 기본형 언론사 52개와 선택형 언론사 55개에 추가 편입된 언론사를 더하면 142개로 늘어나게 된다. 유 이사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기본형 언론사는 52개에서 더 늘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진입과 퇴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6개월 마다 마이뉴스 설정 기준으로 기본형 언론사를 다시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제휴는 첫째, 뉴스스탠드 제휴와 둘째, 기사 제휴, 셋째 검색 제휴로 나뉜다. 기사 제휴는 네이버가 직접 언론사 기사를 구매해서 네이버 뉴스 섹션에 인링크 방식으로 게재하는 걸 말하고 검색 제휴는 검색 결과에 반영해 아웃링크 방식으로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걸 말한다. 유 이사는 “검색 제휴는 전면 개방까지는 아니겠지만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고 기사 제휴는 추가로 늘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김상헌 대표 직속 대외협력 대관업무 담당으로 옮겨간 윤영찬 이사에 이어 미디어센터를 총괄하게 된 유 이사는 요즘 언론사 온라인 담당자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원칙적이고 신중한 성격인 유 이사는 말을 극도로 아낀다. 온갖 비판이 끊이지 않지만 뉴스스탠드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데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 다음은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네이버 본사에서 만난 유 이사와 일문일답.

- 다들 궁금해 하는 것부터 묻겠다. 뉴스스탠드 개편은 왜 그림이 안 나오는 건가. 벌써 개편 이야기가 나온 게 반년이 다 돼 간다.
“로그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첫 화면에 제목이 노출되는 과거 뉴스캐스트 방식을 병행하는 건 곧 시작할 계획이다. (미디어오늘이 몇 차례 보도했지만 그동안 네이버는 뉴스캐스트 병행 계획을 인정하지 않았다. 언론사들의 불만을 달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에 미루고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 외에 다른 개편 계획은 아직 없다.”

   
 
 

(관련 기사 : 뉴스스탠드인가 포르노스탠드인가. @슬로우뉴스)

- 뉴스스탠드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건가. 오늘 뉴스스탠드에 올라온 제목을 좀 보자. “유두 노출은 기본, 영국 포르노 방송 논란(OSEN)”, “북한 포로수용소, 순번 정해 성폭행 후 입막으려고(중앙일보)”, “30대 미모녀, 항문에 3000명분 마약, CCTV 보니(MBN)”, “풍만가슴 움켜쥐고 수상의 기쁨(스포탈코리아)”, 이밖에도 차마 인용하기도 민망한 제목들로 뒤범벅돼 있다. 오죽하면 뉴스스탠드가 아니라 포르노스탠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제가 많다는 것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뉴스캐스트 시절을 돌아보자. 선정성 낚시성 기사가 넘쳐났다. 언론사들도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이것만 해결됐으면 뉴스스탠드로 올 이유가 없었다. 날마다 이용자들 불만이 폭주했다. 도저히 이런 상태로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선택한 게 뉴스스탠드였다. 제목만 보고 클릭하는 게 아니라 언론사를 직접 선택해서 보게 하자는 취지였다.”

(관련 기사 : 조선·동아의 검색 어뷰징, 네이버는 왜 방치하나.)

(관련 기사 : 조선·동아, 미란다 커 기사 하루에 144건 쏟아내.)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센터 이사. ⓒ이치열 기자
 
- 그런데 기대와 달리 잘 안 됐다. 제목 낚시가 사라졌는지도 의문이고 선정적인 썸네일 이미지가 넘쳐난다. 귀찮고 지저분해서 뉴스스탠드를 아예 클릭하지 않는다는 이용자들도 많고 실제로 상당수는 다음이나 다른 포털 사이트로 옮겨가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건가. 이 정도면 실패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 지저분한 뉴스가 진짜 뉴스를 가리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마이뉴스 설정 비율은 꽤 높아졌다. 누적 기준으로 200만명은 된다. (실제로 마이뉴스 설정 이용자는 5%도 안 된다는 게 업계 관측이지만 네이버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뉴스캐스트를 병행하더라도 언론사 트래픽에 큰 차이가 없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트래픽의 15% 정도가 마이뉴스 설정 이용자에게 나온다. 아직 기대를 버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뉴스스탠드 선택형 언론사가 크게 늘었는데 자연스럽게 진입과 퇴출이 이뤄질 거라고 본다. 네이버가 나서서 선정적인 기사를 규제할 수는 없다. 선정적인 기사를 걸든 광고성 기사를 걸든 언론 자유의 영역이니까. 규제를 하려 해도 기준도 모호하다. 현재로서는 뉴스스탠드 이외의 대안이 없고 결국 언론사들의 자정작용과 이용자들의 선택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 실패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가. 이런 제목들 보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나. 자정작용이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책임 방기라는 비판도 많다.

“뉴스스탠드로 넘어오면서 뉴스스탠드와 언론사 첫 페이지 기사 배치를 일치하도록 조건을 걸지 않았나. 솔직히 언론사들이 이 정도로 자기네 홈페이지를 망가뜨리면서 지저분한 기사를 내걸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뉴스스탠드가 엉망이라는 건 그만큼 그 언론사들도 엉망이라는 건데 물론 그런 판을 깔아준 네이버에도 책임이 크지만 한국 언론의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언론사들도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이슈보다는 알아야 할 이슈를 다뤄야 한다는 당위성을 요구받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런 소신을 지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품질이 담보되지 않은 기사가 늘어나거나 허브 사이트와 주변부 사이트의 합의된 협력의 규칙이 무너지면 공유지의 비극이 시작된다. 일부 언론사들은 자기 정체성을 포기하면서 게이트 쉐어링을 악용하는 씁쓸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유통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견이 있을 때마다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도 없고 심증은 가지만 일일이 다툼을 벌이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뉴스캐스트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른 대안이 있으면 제안해 달라. 미디어오늘을 비롯해 뉴스스탠드 회원사들이 모여서 자율심의 또는 자율규제 기구를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되지 않을까.”

   
뉴스캐스트와 뉴스스탠드 5년 주요 언론사 트래픽 추이. 코리안클릭 자료.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 네이버 뉴스스탠드 전략, 충성 독자들에게 물어봐라.)

- ‘공유지의 비극’이라고도 하지만 바닥으로 가는 경쟁을 막을 방법이 없다. 자율규제도 이해관계가 다들 달라서 쉽지 않다.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공유지를 조각조각 쪼개서 개인에게 나눠주는 방법이 있고 규제와 처벌을 병행해 공유지의 훼손을 막는 방법이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 전 인디애나주립대 교수는 세 번째 해법을 제시했다. 공유지의 비극이 반복되면 모두가 파멸로 치닫는다는 걸 깨닫게 되면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하게 될 거라는 이론이다. 자치관리(self-governing)가 뉴스스탠드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것 말고는 정말 대안이 없다.”

- 뉴스스탠드 상단 광고는 왜 아직도 비어있나. 광고 수익을 언론사들과 나누겠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는데.

“일부러 비워둔 건 아니고 조건이 맞는 광고주를 찾지 못했다. 언론사들에 수익을 보전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 얼마 전에 ‘게이트 쉐어링’이란 책을 냈다. “게이트 키핑의 시대는 가고 게이트 쉐어링의 시대가 왔다”고 주장했는데 게이트 쉐어링 시대에 네이버의 역할은 뭐라고 보나.

“게이트 쉐어링은 웹 2.0의 플랫폼 버전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플랫폼에서만 이용자를 만나는 것을 고집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원소스 멀티 퍼블리싱 시대다. 직접 플랫폼을 구축할 수 없거나 구축하더라도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자신이 없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외부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세일즈하는 게 현실적이다. 나는 네이버가 게이트 쉐어링의 다양한 통로를 매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잘 하고 싶다. 언론사도 네이버만 바라보지 말고 다양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당장 성과가 안 나오더라도 앞으로 언론의 힘은 단순히 발행부수나 시청률, 트래픽 차원을 넘어 얼마나 다양한 외부 플랫폼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거라고 본다.”

(관련 기사 :공유지의 비극, 네이버 뉴스스탠드 어떻게 이 지경이 됐나.)
(관련 기사 : 네이버 뉴스스탠드 총체적 실패, 새판 짜야 할 때.)
(관련 기사 : 뉴스스탠드 6개월, 방문자 47% 페이지뷰 29% 줄어.)

- 결국 네이버에만 의존하지 말라는 이야기인데 네이버 입장에서도 과도한 네이버 집중도에 부담을 느끼는 건가.
“네이버 첫 화면에서 어젠더 셋팅이 이뤄진다는 건 우리 입장에서도 부담이 된다. 영향력이 큰 만큼 책임도 크기 때문이다. 공유지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고 콘트롤하는 데 한계가 있다. 언론사들도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뉴스스탠드 전환 이후 트래픽이 크게 줄지 않았나. 다양한 게이트 쉐어링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실제로 네이버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콘텐츠만으로 독자 기반을 만들어 내는 대안 언론이 등장하고 있다. 슬로우뉴스나 ㅍㅍㅅㅅ, 테크니들, 뉴스페퍼민트 같은 뉴스 사이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게이트 키핑과 게이트 쉐어링은 어떻게 다른가.

“애초에 게이트의 의미가 다르다. 게이트 키핑은 자체 플랫폼 시대, 게이트 워칭은 주변부 사이트의 콘텐츠가 나의 플랫폼 내부에서 유통되는 시대, 게이트 쉐어링은 주변부 사이트의 콘텐츠가 나의 플랫폼에 있는 게이트를 통해 노출되지만 그 혜택은 주변부 사이트와 공유하는 시대로 나뉜다. 게이트 키핑 시대에는 철저하게 정보를 단절시키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줬다. 과거에는 뉴스를 보려면 언론사 사이트를 찾아가야 했고 문 안에서 어떤 지저분한 일이 일어나든 이용자들은 잘 추려진 결과만 볼 수 있었다. 뉴스캐스트 이전 네이버는 게이트 쉐어링 이전 단계로 2차 게이트 키핑이거나 게이트 워칭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포털이 직접 뉴스를 취사선택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그래서 나온 게 뉴스캐스트와 뉴스스탠드였다. 말 그대로 게이트 쉐어링, 관문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관련 기사 : 뉴스 없는 네이버, 거대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

- 네이버는 다음과 달리 정치적 중립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 같다. 네이버가 기계적 중립 또는 균형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슈가 묻히고 어젠더 셋팅 기능이 사라지는 문제도 나타난다. 포털에서 뉴스를 사라지게 만들려는 정치적 음모가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 정도다. 국민들이 뉴스를 안 보면 누가 좋을까.
“그런 것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 뉴스캐스트 시절에는 뉴스를 보여줬지만 뉴스스탠드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의지를 갖고 클릭해서 뉴스 서비스를 열게 된다. 보기 싫으면 안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뉴스캐스트 시절 모든 뉴스가 제목 낚시였던 건 아니고 중요한 뉴스가 뉴스캐스트를 통해 확산되는 긍정적 효과도 컸지만 부작용이 더 컸다. 선정적인 기사가 걸리면 이용자들은 네이버에 항의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게 언론사에서 제공한 서비스라는 걸 이용자들이 안다. 지저분하다고 생각하면 뉴스스탠드를 아예 열지 않는다. 뉴스스탠드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언론사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소비는 다양한 플랫폼과 디바이스로 끊임없이 분화할 것이고 이용자들도 분산될 수밖에 없다. 콘텐츠 생산자들은 이제 게이트 키핑 시대가 보장했던 온실에서 벗어나 이용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 콘텐츠 생산자의 미래는 게이트 쉐어링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관련 기사 : 두들겨 맞던 네이버, 언론사들에 제휴단가 인상 제안.)
(관련 기사 : 네이버가 내민 당근, 언론사들 달랠 수 있을까.)

- 언론사들을 달래려 개별적으로 협상해 제휴 단가를 인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배 이상 올려줬다는 미디어오늘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과 다르다. 미디어오늘 보도 이후 다들 그렇게 올려달라고 아우성인데 개별 협상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어서 그렇게 많이 올려줄 수는 없다. 언론사들 트래픽이 줄어서 힘들어하는 건 알지만 과거 뉴스캐스트 시절 트래픽에 거품이 많았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는 가장 무서운 건 이용자다. 뉴스스탠드로 옮겨오면서 적어도 이용자들 불만은 크게 줄었다. 뉴스스탠드 개편도 이용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다.”

이정환 기자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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