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통신사를 규제하는 건 부당하다는 미 법원의 판결로 '망 중립성 무효화' 논란이 일자,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판결 의미를 곡해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판결의 쟁점은 망 중립성과 무관하게 미국적 특수 상황에 기인한 '규제 관할권 문제'라고 주장했다.

망 중립성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구글코리아, 네이버, 카카오 등으로 구성된 오픈 인터넷 협회(OIA)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협회는 "1심에 이어 이번 항소심에서도 쟁점이 됐던 것은 망 중립성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통신규제 기관인 FCC의 규제 관할권이 '인터넷 접속 사업자'에까지 미치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한국과 달리 미국은 전통적인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Common Carrier)와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ISP·한국에선 통신사)를 분리 규제한다. 인터넷 모뎀인 xDSL이 도입된 이래, 유·무선 브로드밴드, 전력선을 이용한 브로드밴드 등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 브로드밴드 서비스들을 '타이틀 아이(Title I) 정보서비스'로 분류해 전통적 통신서비스 규제와는 별도의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통신시장 내 일부 ISP들이 인터넷 접속을 통제하자, FCC는 이를 막기 위해 접속에 대한 규제에 해당하는 '오픈 인터넷 규칙(Open Internet Rules)'을 도입했다. 협회는 "이 대목에서 통신규제 기관인 FCC가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ISP를 규제할 수 있느냐는 다툼이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LG유플러스는 국내 최초로 모든 요금제에서 mVoIP를 허용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도 요금제에 따라 mVoIP 사용량에 차등을 두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년 말까지 모든 통신사의 모든 요금제에서 mVoIP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협회는 "이번 판결의 여파가 어떻게 귀결될지는 확실치 않다"며 "하지만 분명한 건 이번 판결이 ‘망 중립성 원칙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협회는 "법원이 통신사에게 마음대로 트래픽을 차별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도 아니며, 이번 판결을 근거로 망 중립성 원칙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판결의 취지를 곡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가 입장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이번 판결이 상대적으로 망 중립성 훼손이 심한 한국 인터넷 업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협회는 "미국에서 내려진 이번 판결의 취지가 잘못 해석되어 인터넷에 대한 통신사의 부당한 차단, 차별을 합리화함으로써 이용자 후생을 떨어뜨리거나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근거 없는 과금을 정당화함으로써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월 14일 미 연방항소법원은 FCC가 망 중립성 원칙을 명문화 한 '오픈 인터넷 규칙'에 의해 통신사들을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미 법원이 망 중립성 원칙을 무효화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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