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도지사들이 유치한 골프장 개발을 둘러싸고 9년 이상 극한 대립으로까지 치달았던 강원도 도내 골프장 갈등은 2012년 12월 13일 최문순 강원도 현 도지사와 골프장 반대 ‘범도민 대책위원회’간에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를 합의한 직후 406일 동안 강원도청에 있던 농성천막은 자진 철거됐다. 이후 1여년이 지나 작년 2013년 12월 4일,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조사보고서를 작성완료, 도청에 제출한 조사결과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골프장 인, 허가 과정 문제점과 불·탈법 행위, 산림 훼손 등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지적해 골프장 인, 허가 취소의견“을 강원도청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범도민 대책위원회’는 "최문순 도지사가 약속한 홍천 구만리 골프장 직권취소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바로 이틀 전인 2014년 1월 15일 오전 10시,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와 환경시민단체와 홍천군 구만리 주민 50여 명은 10일 강원도청 민원실에서 최문순 도지사와 직접 대면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범도민 대책위원회’는 재차 "도지사는 특별조사위원회가 제출한 결과에 따라 행정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한 만큼 골프장 인, 허가를 취소하고, 도청 담당부서 또한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최문순 도지사는 특별위원회가 제출한 결과 보고서에 따른 행정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나는 이날 오전에 있었던 도지사와 시민들 간의 간담회에 입회하여 서로 오간 얘기를 들었다. 이후 ‘범도민 대책위원회’와 환경시민단체 대표들과도 약 2시간 동안 도내 골프장의 문제와 골프장 인, 허가 도청행정의 제반 문제점과 비판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이후 오후 정각 5시, 강원도 도청 대변인실 최삼경 홍보위원 겸 주무관의 안내로 도지사 접견실로 안내되어 최문순 도지사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예정시간 1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40분간 인터뷰는 계속됐다. 이틀 전에 있었던 이 인터뷰 내용을 대화형식의 칼럼으로 요점만 간략 정리하여 옮긴다. (김상수 주)

   
▲ 최문순 강원도지사
 
- 최문순 도지사는 골프장 사업자 편입니까?

김상수 : 골프 치십니까?

최문순 : 안칩니다.

김상수 : 무분멸한 골프장 인, 허가로 인한 폐해는 도지사님도 잘 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골프장 건설 정책 질의에 대한 도지사님의 답변서를 보자면, “골프장 개발로 식수와 농업용수의 고갈, 농약과 비료로 인한 하천과 지하수 오염, 유기농 농사 피해, 수해 피해 등 심각한 주민 피해가 있다. 사전환경성검토서 작성에서 멸종위기의 식물, 동물 종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관할 행정청의 유착 의혹까지 일고 있다. 골프장 건설로 창출되는 지역주민 일자리는 단순 일용직에 불과하며 세입의 증대도 크지 않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생태계 파괴, 지하수 오염 및 지역주민이 갈등 등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 최근 많은 골프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문을 닫는 골프장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감사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골프장 개발의 적법성도 상당부분 결여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에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취소에 대하여 결정하겠다."고 언명한바 있습니다. 이런 말씀을 기록으로 남긴 사실이 있지요? 맞습니까?

최문순 : 예.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김상수 : 그럼? 골프장 반대 ‘범도민 대책위원회’와 도지사님 간에 합의하에 설치한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작년 2013년 12월 4일 조사보고서를 도청에 제출한 조사결과,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골프장 인, 허가 과정 문제점과 불·탈법 행위, 산림 훼손 등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지적해 골프장 인, 허가 취소의견“을 지사님에게 제출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범도민 대책위원회’는 "최문순 도지사가 약속한 홍천 구만리 골프장 직권취소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직권취소” 하셔야 되지 않습니까?

최문순 : 예. 약속을 이행할 겁니다, 그러나 행정 철차가 있습니다. ‘범도민 대책위원회’의 도민들 입장에서는 도지사가 “직권취소” 발동을 바로 즉시 집행하기를 원하고 있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행정 절차와 법을 따라야 하는 게 또 도지사의 입장입니다.

김상수 : 도지사님, 골프장 짓는다고 조상의 묘(墓)가 파헤쳐져 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홍천군 서면 동막리에는 17기의 묘소가 훼손됐습니다. 12기 묘는 가파른 산봉우리처럼 흉측하게 남겨져있는 상태이고 5기 묘는 흔적도 없습니다. 이렇듯이 골프장 건설 지역 주민들의 피해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습니다. 탈법 무법인 상태로 골프장 건설이 자행됐습니다. 피해주민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최문순 : 알고 있습니다. 골프장 주민들의 ‘피울음’, 나도 압니다.

김상수 : 아시는데? 아시면서? 이런 현실을 외면하십니까? 도지사님은 골프장 사업자 편입니까? 혹시 골프장 사업자로부터 무슨 돈이라도 받으셨습니까?

최문순 :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김상수 : 물론 골프장 반대 ‘범도민 대책위원회’ 위원들이나 강원도 환경단체 시민단체 도민 분들은 도지사님의 인격을 믿고 있더군요. 도지사님께서는 재물을 탐하고 행실이 깨끗하지 못한 부패한 악덕 탐관오리(貪官汚吏)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도지사님만 바라보고, 또 도지사님 뜻을 믿고 따르고 있었던 거 아닙니까? 그런데 골프장 피해 주민들 입장에서는 하세월(何歲月)이 아닌가, 하는 겁니다.

최문순 : 이제 막바지에 왔습니다. 골프장 문제를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습니다. 또 그렇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청 간부들에게도 제대로 진행할 것을 명령하고 있고 또 감독하고 있습니다.

김상수 : 행정 절차를 말씀하시는데 어떤 행정 절차인가요? 주민들 생명이나 삶의 처지보다 더 우선인 행정 절차란 게 있나요?

최문순 :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종편 TV 인, 허가 문제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종편 T.V 방송허가가 얼마나 졸속이고 엉터리인줄은 다 압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2009년 7월에 신문과 방송 겸영을 허용한 미디어관련법을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판결은 어떻게 났습니까? “절차는 위법했으나 통과된 법은 유효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도지사라는 자리는 “직권취소”로 골프장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자리가 결코 아닙니다. “직권취소” 명령을 내린 이후에는 또 다른 시작입니다. 전혀 무책임할 수 없는 자리입니다. 자, 도지사가 “직권취소”를 명령한 이후에는 예상되는 수백억 소송까지 책임지지 않는다면 도민들 입장을 어떻게 도지사라는 지위에서 보호할 수 있습니까? 도지사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만 하는 자리입니다. 소송결과에 따라서는 도민들의 혈세가 사업자의 손해배상금으로 지급될 수 있는 현실도 내다보고 이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하는 겁니다. 당장 눈앞에 인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되는 자리가 바로 이 자리, 도지사라는 자리입니다.

   
 
 
- 도지사와 도민들 간의 ‘소통’은 과연 원활한가요? 도지사의 ‘눈’과 ‘귀’를 누군가가 가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김상수 : 아까 오전 10시에 도청 민원실에서 있었던 ‘범도민 대책위원회’와 환경시민단체 대표 분들과 홍천군 구만리 주민 50여 분, 그리고 도지사님과의 간담회 현장에 저도 있었습니다. 도지사님과 도민 분들과의 대화가 끝나고, 도지사님이 먼저 나가신 다음에 실무책임자인 체육진흥과 과장과 국장이 도민들과 언쟁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분명 도지사님은 도민 여러분들과 협의하기를, 골프장 대안의 대체사업 대안을 사업자가 2월15일까지 가지고 오도록 하라고 기한을 정하라고 지시하는 걸 봤습니다. 그러나 도지사님이 일정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밖으로 나가신 이후, 담당공무원들은 지사님의 지시를 보란 듯이 거부하고 있다는 인상을 도민들에게 보이는 인상이었습니다. 과장과 국장은 2월 15일이 아닌 2월말까지 시한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제 생각엔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골프장 사업자의 입장을 두둔한단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체사업안’은 사업자의 문젭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는 골프장 인, 허가 취소만이 골프장 반대 주민들의 중요 관심사입니다. 그런데 골프장 인, 허가 취소 이후에 ‘대체사업’ 얘기는 왜? 하는 겁니까? 그리고 인가, 취소 행정절차 기간도 도민들에겐 처음에는 3주면 된다고 말했다가, 오늘은 한 달 반이 걸린다고 얘기했답니다. 이런 식이니 도민들이 도지사님과 소통이 어렵다는 겁니다. 결국 도민들의 거센 항의에 도지사님이 말씀하신 2월15일로 국, 과장은 다시 후퇴했지만, 도민들 입장에서는 과연 도지사와 도민들 간의 ‘소통’은 원활한가? 도지사의 ‘눈’과 ‘귀’를 누군가가 계속 가리는 건 아닌가? 이런 의심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도지사님은 도정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계신 것인가? 도민들 입장에서는 의심하기도 합니다. 지금 골프장 반대 도민들은 9년 동안 울었습니다. 이분 도민들은 ‘실시계획인가 취소’와 ‘지구단위결정 취소’가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닌가, 도민들이 자괴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 최문순 도지사 “나는 도지사의 자리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란 생각입니다.”

최문순 : 오전에 민원실에서 있었던 그 얘긴 보고받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도지사로 부임하면서 가장 강조했던 것이 무조건 상명하복식의 명령체계를 거부해야 한다고 전 직원들에게 말한바 있습니다. 특히 간부직원들에게 이를 강조했습니다. 도정은 군대식의 명령체계 집단은 아니라는 것이 저의 기본 인식입니다. 위계질서를 강조하다보면 '네, 아니오' 하고 답할 뿐입니다. 그건 ‘죽은 체계’이자 ‘죽은 체제’입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이, ‘도지사를 따르라’는 식은 틀린 방식입니다. 그리고 그건 저의 방식이 아닙니다. 저는 리더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일은 구성원들에게 의사 결정권을 주면서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능력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안 됩니다. 그리고 그런 저의 방식이 곡해되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누구나 자존심의 상에 가려 어긋나 있다면, 사람하고의 관계란 부담스럽고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단 생각을 합니다. 어딘가에서 읽은 불교의 금강경 구절이 생각납니다. “진실로 사람을 받든다는 것은 한 부처님, 두 부처님, 셋 부처님, 넷 부처님, 다섯 부처님(一佛 二佛 三,四,五佛)에 그칠 것이 아니고, 천만 무량 부처님(千萬無量佛所)을 다 받들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제가 감히 부처가 되겠다는 착각을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부처를 닮기 위해서는 인격을 갖추어 나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람을 모시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이 저의 마음이고 도지사를 하는 동안의 저의 마음이기도합니다. 결국 ‘사람을 모시는 마음’이란 진실한 마음입니다. 이는 단순히 모신다는 마음이 아닙니다. ‘간절히 모시는 마음’입니다. 그래야 비로소 진실한 것입니다. 시대가 놀랍게 바뀌고 있습니다. 도행정의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저는 권위나 명령이나 이런 것으로만 도행정을 해결해 나가던 방식엔 우리 국민들이 이젠 신물이 났다고 봅니다. 권모술수나 거짓으로 뭔가 만들어지는 시대가 이젠 아닙니다. 오직 진실에 입각하여 처신하여야만 가장 현명한 도정(道政)을 펼칠 수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저는 괜한 말씀을 하고자 하는 게 결코 아닙니다. 저는 줄곧 도지사로 도민 여러분을 ‘모시는 마음’으로 공경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도민 여러분 모두에게 공경하고자 노력합니다. 이런 저의 마음을 아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마음으로 골프장 사업자의 입장도 저는 고려해야합니다. 전임 도지사가 골프장을 유치했고, 사업자분들은 투자를 했습니다. 그 분들도 납득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사업자를 두둔하거나 그들의 입장만을 살피자는 태도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화평할 수 있는가? 그걸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겁니다. 물론 대원칙은 도민의 입장에 항상 도지사는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누차에 걸쳐서 얘기했습니다. ‘강원도에 더 이상은 골프장 인, 허가 안 된다’ 입니다. 도청의 골프장 관련 직원들도 저의 이 원칙엔 동의해야 합니다. 이 명제 앞에 진실한 행정을 도민 여러분들에게 펼쳐야 한다는 것이 도지사로의 도청 직원들에게 향한 저의 주문입니다. 찬찬히 지켜보고 또 보고도 받고 있습니다.

- 당장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 도지사 선거에 임하는 최문순 도지사의 태도는 무엇인가요?

김상수 : 6월 지방 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도지사 선거도 같이 합니다. 지난 강원도 도지사 보궐선거 당시를 생각해 봅니다. 당시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 후보의 당선승리 가능성은 아주 낮았습니다. ‘탈랜트 급 얼굴’인 엄기영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와 비교하면 무엇보다 인물 인지도에서 너무 차이가 났습니다. 선거 당일까지도 당시 한나라당은 엄기영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문순 후보가 엄기영 호부를 이겼습니다. 여론조사마다 30% 가까이 뒤지던 최문순 후보가 막판에는 엄기영 후보를 제치고 도지사가 됐습니다. 당시에 골프장 인, 허가 반대 입장으로 도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던 도민들도 최문순 후보가 도지사가 되기를 바랐고, 백방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다고 들었습니다. 최문순 도지사 당선확정 보도를 듣고 그분들은 만세를 불렀다고 들었습니다. 그분들의 지역에서 최문순 후보의 지지표가 얼마나 나왔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얘기를 분명히 들었습니다. 강원도 도내에 더 이상은 골프장 유치를 반대한다고 최문순 후보는 당시 ‘골프장 건설 정책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도 분명한 태도를 밝히셨습니다. 그걸 믿고 그분들은 최문순 후보 당선을 밀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시각엔 최문순 도지사의 골프장 인, 허가 도지사 ”직권취소“ 결정에 대하여 과연? 하면서 반신반의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골프장 유치 반대 도민 분들과 그간 소통을 못한 것인가요? 강원도 도 공무원들을 도지사가 장악하지 못한 것인가요? 골프장 유치 반대 도민들, 주민들은 의문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최문순 : 저는 그 분들 입장을 이해합니다. 충분히 이해한다고는 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해하려고 하는, 그런 노력만큼은 도지사 부임이후 계속해왔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립니다. 제가 도민 여러분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면 저는 다가오는 도지사 선거에 떨어집니다. 이는 ‘민심’입니다. 저는 그 ‘민심’을 받아들여야합니다.

김상수 : 골프장 인, 허가 ”직권취소“ 결정 명령을 당장 내리시고, 골프장 반대 도민, 주민들의 ‘민심’을 얻어야만 선거에 임하는 현직 도지사의 태도가 아닙니까?

최문순 : 제 입장을 다시 말씀드립니다. 여기 강원도는 새누리당, 또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어느 지역보다도 높습니다. 민주당 지지율은 아시다시피 형편없습니다. 여기 강원도 도의회는 새누리당 도의원 분들이 의석 대부분인 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집권당인 새누리당 도의회 의원분들과도 저는 대화를 해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저를 응원하는 국회의원도 절대부족입니다. 아니, 차라리 없습니다. 솔직한 제 심정은 ‘치어있다’입니다. ‘낑겨져 있다’ 입니다. 모든 조건은 제 입장에선 불리합니다. 그러나 저는 유 뷸리를 따지고 싶진 않습니다. 때때로 이 도지사 자리가 외롭단 생각도 듭니다. 도망가거나 회피하진 않습니다. 현직 도지사로 저는 골프장 유치 반대한다는 것이 제 기본 입장을 단 한번도 번복하지 않았습니다. 줄곧 일관되게 지켜왔습니다. 물론 저도 미숙합니다. 골프장 유치반대 입장에 있는 도민 분들의 마음을 더 헤아려야 합니다. 그러나 저도 한편으론 섭섭합니다. 왜? 도지사의 의지를 믿지 않고, 의심하고, 저를 공격하고 몰아세우고만 있는가,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김상수 : 아니지요. 그건 아닙니다. 골프장 만든다고 앞에 전 도지사가 도민들 피눈물 흘리게 했습니다. 김진선 도지사가 도내 40여 군데 이상 골프장 유치를 허락했고, 책임지지 않고 떠났습니다. 지금 김진선 도지사가 무리하게 추진한 알펜시아(Alpensia) 리조트도 강원도 도민들에게 엄청난 ‘빚’을 남겼습니다. 2004년부터 백두대간의 중요장소인 평창 대관령에 아시아 최대 최고 최상의 리조트를 짓겠다며 의욕적으로 김진선 도지사가 나섰습니다. 대관령 일대 4.91km²(약 148만 평)에 공사비 1조6836억원을 퍼부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단일 규모로는 최대 사업이었습니다. 그 후유증을 지금 강원도민 여러분들이 앓고 있습니다. 골프장 문제역시 그렇습니다. 김진선 전 도지사가 무리하게 밀어 붙였습니다. 사태가 지금 이 지경인데도 그로부터는 책임지는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습니다. 주민소환제로 전 도지사 김진선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당시에 김진선 전 도지사하고 깉이 일했던 사람들로부터도 반성하는 목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가장 큰 책임은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현 새누리당)에게 있습니다. 김 전 지사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명목으로 리조트 설립도 무리하게 추진했을 뿐만이 아니라 골프장 인, 허가도 남발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골프장 유치현장 주위에 살고 있던 도민들, 주민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현직 도지사의 무한책임이야말로 또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문순 : 그렇습니다. 아무리 전임 도지사로 불거진 문제라 해도 현직 도지사인 제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래서 마냥 괴롭습니다.

김상수 :어떻게? 그래서 다시 여쭙습니다. 골프장 반대 ‘범도민 대책위원회’가 주장하는 도지사 직권에 의한, 골프장 인, 허가 취소를 도지사님은 당장 공개적으로 언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불법과 탈법이 확인된 골프장 건설문제에 대해 ”직권취소”를 도지사님이 부담스러워하는 이유와 속내는 정말 무엇입니까?

최문순 : 같은 말을 저도 반복합니다. 속내 없습니다. 저는 그런 이중적인 태도를 견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골프장 유치를 반대하시는 도민 여러분들에게 죄송하기도 합니다마는, 저는 강원도 전체 도 인구 330만명 도민들의 도지사입니다. 골프장 유치를 반대하는 분들의 마음과 전체 도민들의 의지를 결집시켜야만 할 책임이 저에겐 있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마는, 저는 회피하거나 도망가지 않습니다. 만약에 다가오는 도지사 선거에 제가 떨어진다고 해서 어떤 편법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도민여러분의 ‘민심’을 겸허히 따르겠습니다.

- 최문순 도지사, "인간은 어떤 가치보다 소중합니다"

김상수 : 눈이 내리는 날에도 주민들은 거리에서 항의하고 있습니다. 동막리 골프장 피해주민들은 조상님들 뵙기가 부끄러워서 조상님 묘에도 갈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10여년 자식처럼 가꾼 나무들도 하루아침에 도둑맞았답니다. 공사장 한가운데에는 돼지 수십 마리가 살고 있는 축사가 있지만 골프장 사업자가 길을 막아, 사료를 주러 갈수도 없었답니다. 멀쩡히 흐르던 웅골천은 인, 허가 서류 한 장에 메마른 폐천으로 둔갑했다고 들었습니다. 공무원들로부터 상해를 입은 할머니는 검찰에서 증거가 없다며 검찰도 외면했답니다. 수많은 불법들을 밝히고 민원을 접수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자본에 매수당했다고 여겨지는 공무원들한테는 주민들, 도민들의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최문순 : 알고 있습니다. 골프장이 주민들의 삶보다 우선일 순 없습니다. 구만리 골프장 인, 허가 과정의 문제점도 알고 있습니다.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밝힌 산림조사의 위법성과 불법적인 산림훼손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2009년 10월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임목축적조사 부실을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2009년 12월 산림청 주관 조사협의체 조사 결과, 골프장 사업자가 제출한 산림조사가 현장 검토도 없었던 만큼 부실함도 확인했습니다. 2009년 6월에 사업자는 글 모르는 연세 많으신 주민 26명을 밤늦은 시간 찾아가 1천만 원씩 주고 골프장 찬성 동의서를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이후 26명 중 18명의 주민들은 대책위원장을 찾아가 양심 고백을 한 뒤, 돈은 서울지방법원에 공탁을 걸어놓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골프장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도 거짓이고 부정하게 작성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김상수 : “그 뿐만이 아니지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구만리 골프장 건설현장의 경우 KBS <추적 60분>팀은 구만리 토지를 매입한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이 농지법 위반과 투기의혹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박 의원은 강원 홍천군 구만리 골프장 개발부지에 부인 명의로 34만여㎡(10만2000여평)의 땅을 샀습니다. 박 의원 부동산 재산은 264억원이라고 합니다. (2013. 5. 1. 경향신문) 그런데도 주민들의 삶의 터를 훼손하고 땅 투기와 농지법을 위반하며 구만리 땅을 함부로 개발할 특권은 그 어떤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최문순 : “골프장 공사 때문에 당하는 해당 주민들의 고통을 알고 있습니다. 골프장 짓겠다고 400년된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음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지사 직권명령으로 골프장 공사를 일단 중단시켰습니다.”

김상수 : “자, 도지사님, 그런 실정들을 두루 아신다면, 하루빨리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 측이 진행하고 있는 골프장 건설 유치 건을 도지사님 직권으로 ”직권취소“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문순 : “저는 단언코 말씀드립니다. 골프장 반대 ‘범도민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말한 “인간은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지금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이란 무한정 기다려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 홍천 구만리 골프장의 불·탈법 인, 허가를 자행했던 당사자들에게 특별위원회 보고서 검토란 부당하지 않습니까?

김상수 : “아까 낮에 골프장 반대 ‘범도민 대책위원회’ 분들과 대화를 했습니다. 그 분들 얘기에 의하면, ”도지사가 특별위원회의 보고서를 강원도청 내 담당 부서와 원주지방환경청 등 기존 골프장 인, 허가 과정 중 불법과 탈법 등을 적법하게 검토하지 않은 당사자들에게 재검토를 의뢰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말합니다.”

최문순 : “그렇습니다. 골프장 인, 허가 과정 중 불법과 탈법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그 부서가 해당 업무부서이고 저는 그 부서에 책임질 것을 요구했습니다. 바로 잡으라는 것이지요. 해당 부서 직원들 지금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상수 : “골프장 인, 허가 과정 중 불법과 탈법 사실에 관여한 직원들은 징계해야 하지 않습니까?”

최문순 : “다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인, 허가 때 직원들과 현재의 담당부서 직원들은 거의 다 바뀐 상태입니다. 담당부서가 바로 잡을 겁니다.”

- 도지사는 골프장 취소 행정절차를 맡고 있는 담당공무원들의 태도에 문제가 없다고 알고 있습니까?

김상수 : “저는 골프장 문제를 해결 하는 데는 도지사님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지사님의 의지와 약속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습니다. 취소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신속하게 행정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골프장 반대 ‘범도민 대책위원회’가 확인한 바로는, 담당공무원들이 골프장 취소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며, 행정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최문순 : “제가 직접 주민들과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합니다.”

김상수 : “구만리 골프장이 취소되는 날까지 행정처리 사항들을 도지사님께서 직접 점검해야 할 것으로 골프장 반대 ‘범도민 대책위원회’는 주장합니다. 그래서 담당 공무원들이 구만리 골프장 취소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도지사님께서 직접 독려하셔야 한다고 말합니다. 주민대책위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그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며,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시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임을 되풀이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최문순 : “2가지 원칙을 저는 골프장 유치 반대 주민, 도민 분들에게 여러 차례 공개적인 자리에서 밝혔습니다. 골프장, 단호하게 말합니다. 안합니다. 그리고 재판에 져서도 안 됩니다. 선거가 있으니까, 골프장 반대 여러분들은 제가 선거에 져서 떨어질 줄 압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서둘러 저에게 압박한다는 인상도 저는 솔직히 받습니다.”

김상수 : “아니지요. 도지사님, 선거가 있으니까 도지사님이 선거에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도지사님하고 ‘같이 가겠다’는 의지가 골프장 반대 여러분들의 생각이 아닐까요? 그리고 선거가 디가 오기 때문에 이 시기의 모멘트를 이용하겠다는 골프장 반대 주민들, 도민들의 입장이란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요?”

최문순 : “ 예. 그렇기도 합니다.”

- 골프장 반대 주민들의 고통을 도지사는 진실로 직시, 또 직시하고 있는가요?

김상수 : “그 동안 골프장으로 인해 구만리 주민들이 받아 온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 도민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인 박성율 목사님 말씀에 의하면, 저수지 예정부지에 ‘가시오가피’ 농장이 들어온다고 속여 골프장 사업을 시작하더니, 추진과정에서는 온갖 불·탈법을 자행하며 주민들을 괴롭혀왔다고 들었습니다. 구만리를 한 번만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왜 이 마을에 골프장을 추진해서는 안 되는지 금방 알 수 있다고 저에게 말합니다. 주민들이 골프장 건설을 목숨 걸고 반대하는 이유를 몸소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골프장 반대를 위해 9년 넘게 투쟁해온 주민들, 골프장 불·탈법의 종합 전시장인 구만리 현장, 현역 국회의원이 실소유주인 구만리 골프장은 모든 면에서 강원도 골프장 투쟁의 상징이라고 말합니다. 구만리 골프장 문제는 이제 한 마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됐습니다. 오랜 시간 고통을 감내하며 기다려온 주민들에게 또 다시 모든 짐을 지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무엇보다도 소중한 마을공동체, 개인의 삶과 생존권이 파괴되는 일방적인 폭력이 멈추길 바라는 마음들이, 주민들 삶과 그 마을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이런 바람을 최문순 도지사님이 지켜줄 것이라 주민들은 믿고 있다고 박성율 집행위원장은 말했습니다, 도지사님, 구만리 골프장 직권취소를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그리고 전국 골프장 중에 수많은 골프장이 도산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방 재정에서 골프장이 세수 수익을 증가시키는 게 아니라, 도리어 지방재정을 악화사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전국 회원권 골프장 평균 부채비율은 2600%라고 합니다. (MBC 뉴스데스크 2013. 10. 12) 여기에 춘천 홍천 지역 6곳의 골프장이 지방세를 체납한 것도 200억이 넘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강원도민일보 2012.12.31)”

최문순 : “그렇습니다.”

김상수 : “도지사님, 제가 다시 여쭙고 싶습니다. 홍천 구만리 골프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는 9년이란 긴 세월의 투쟁 끝에 모자라는 투쟁자금을 마을 주민들이 ‘콩’ 공동경작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콩’ 타작도 했답니다. 구만리 반경순 대책위원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9년에 걸친 투쟁에 공무방해, 특수공무방해, 집시법위반, 퇴거불응, 국유재산 무단침입, 공금유용 등 주민들은 들어본 적도 알 수도 없는 죄목으로 탄압도 받았답니다. 1억 4천만 원의 마을기금을 벌금과 소송비용으로 다 날리고도 4천만 원의 부채를 안고 사는 동네가 구만리랍니다. 도지사님께서도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주민의 삶과 환경이 더 중요하고 더더욱 중요한 건 대대로 이어서 후손들도 살아가야 할 땅이 구만리란 사실입니다. 이제 이런 식의 ‘미친 개발’은 멈출 때가 지나지 않았습니까?”

최문순 : “그래서 이영기 변호사께서 특별위원장으로 수고를 해주신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의 조사보고서를 꼼꼼하게 읽고 또 읽고 있습니다. 사업자가 제출한 ‘사전환경성검토서’ 부분을 보자면, 인, 허가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골프장 건설공사가 끝났을 경우에 주민들의 농약피해도 부실하게 조사된 것도 읽었습니다. 골프장 개발 인, 허가 과정 중에 친환경농지 영향 및 그 피해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구만리 골프장 인, 허가는 전면 재검토하겠습니다.”

   
▲ 김상수 작가(좌)와 최문순 강원도지사(우)
 
- 2014년 2월 15일, 도지사 명의의 “직권취소” 명령권을 발동하겠다.

김상수 : “그렇다면? 도지사님께서는 홍천 구만리 골프장 인, 허가 “직권취소” 명령권을 발동하시겠다는 겁니까?”

최문순 : “예. 합니다. 그러나 말씀드린 대로 최 단시간에 전면 재검토를 한다고 해도 행정 절차는 1개월 이상이 걸립니다. 그러나 저는 앞으로 딱 1개월 후엔 검토가 끝날 수 있도록 서둘러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김상수 : “......”

최문순 : “다시 말씀 드립니다. 저는 정확하게 오늘부터 1달 후인 2014년 2월 15일, 도지사 명의로 홍천 구만리 골프장 인, 허가 “직권취소” 명령권을 발동하겠습니다.”

김상수 : “도지사님,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오늘 대화 고맙습니다. 대화중에 제가 무례를 했다면 해량을 바랍니다.”

최문순 :
“아닙니다. 만나서 반가웠고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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