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는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기업이다. 그러나 소득 대비 세율을 따지면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실효세율이 더 낮다. 많이 내니까 많이 깎아준다? 누진과세 원칙이 삼성전자에게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부자 증세도 필요하지만 삼성 감세 철회, 삼성 증세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2012년 영업이익이 29조493억원.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20조7479억원이었는데 지방세 포함 법인세 세율 24.2%를 적용하면 5조210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그런데 세액공제 1조8715억원과 비과세 수익 977억원 등을 빼고 삼성전자가 실제로 낸 세금은 3조3493억원 밖에 안 됐다. 온갖 명목으로 깎아준 세금이 1조6708억원이나 됐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유효 세율은 16.1%로 줄어든다.

세액공제의 명분은 다양하다. 고용창출 투자 세액공제로 이름이 바뀐 임시투자 세액공제가 금액으로는 가장 크고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가 그 다음이다. 에너지 절약 시설투자 세액공제, 생산성 향상 시설투자 세액공제, 근로자 복지증진 시설투자 세액공제 등도 있다. 대부분 기업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장려한다는 취지로 만든 제도지만 실제로는 대기업들에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의 경우 조세특례 제한법에 따라 신성장 동력이나 원천기술 관련 연구 개발비의 2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준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과연 이런 세제 혜택이 없으면 기업들이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를 하지 않았을까도 의문이다. 세액공제라는 명분으로 대기업들에 특혜를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법인세와 비과세·감면액 추이. 한국신용평가 자료, 강병구 인하대 교수가 정리, 미디어오늘이 가공. 그래프에서 빨간색이 비과세·감면액이다. 많을 때는 50% 이상 세금이 줄어든다.
 
삼성전자의 세액공제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00년에는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8조1004억원, 4090억원을 깎아줘서 2조859억원을 세금으로 냈다. 이때만 해도 실효세율이 25.8%였다. 그런데 2005년이 되면 조세 지원 규모가 1조2091억원으로 늘어나 법인세 1조2303억원과 맞먹는 수준이 된다. 거의 절반을 깎아줬다는 이야기다. 2010년에는 1조8442억원을 깎아줘서 법인세 1조7929억원을 넘어선다. 조세지원 비율이 50.7%에 이른다.

2012년 삼성전자의 세액공제 감면액은 1조8715억원인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기업 감면액 9조4918억원의 19.7%에 이르는 규모다. 깎아준 법인세의 5분의 1이 삼성전자에게 갔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실효법인세율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5년 평균 20.4%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15.0%로 낮아졌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12.8%까지 낮아졌다. 세율 자체가 낮아지기도 했고 비과세 감면 규모가 오히려 늘어난 효과가 더 컸다.

   
삼성전자 실효세율. 한국신용평가 자료, 강병구 인하대 교수가 정리, 미디어오늘이 가공. 삼성전자의 법정 법인세율은 24.2%인데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실효세율은 평균 12.8%, 절반 수준밖에 안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6조7113억원을 감면 받았다. 삼성전자의 법인세 비용(손익계산서 기준)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3.1% 수준, 법인세 부담액(국세청 납부 기준)으로는 5.2% 정도인데 삼성전자의 세액공제가 전체 기업 세액공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7%나 된다. 이 말은 곧 삼성전자가 내는 세금의 3~5배 가까이 많은 공제·감면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나라 기업 소득은 99.1조원에서 297.8조원으로 3.0배 늘어났는데 이 기간 동안 법인세 부담은 17.9조원에서 45.9조원으로 2.6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가계소득은 412.3조원에서 796.7조원으로 1.9배 늘어났는데 소득세 부담은 17.5조원에서 45.8조원으로 2.61배 늘어났다. 기업 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그만큼 세금은 늘어나지 않았고 그 부담을 가계가 지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재벌 대기업들에 비과세·감면이 집중되고 있고 특히 삼성그룹이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2012년 기준으로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기업의 비과세·감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6%, 100대 기업으로 넓히면 43.2%에 이른다. 상위 10대 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이 13.0%로 최저한세율 16.0%(매출액 1000억원 초과 기준)보다 더 낮게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1년 평균 삼성그룹의 실효법인세율은 15.6%로 현대기아자동차그룹 21.2%나 SK그룹 21.4% 보다 크게 낮다. LG그룹 16.6% 보다도 낮다. 2012년 기준으로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실효법인세율은 각각 18.1%와 18.5%로 더 낮아졌다.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의 실효법인 세율은 13.0%로 대기업 평균 17.3%나 중소기업 평균 13.3% 보다 낮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대기업이 세금을 많이 내니까 공제혜택도 많은 거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대기업들이 전체 법인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비과세·감면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는 사실은 애초에 내야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맞다. 우리나라의 실효법인세율은 2011년 기준 15.2%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15.7%보다 낮다. 사회보장세를 감안한 총실효세 부담률은 OECD 평균이 42.5%, 우리나라는 29.8%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228일을 해외에서 보내고 회사에는 13번 출근했다. 공식 직책은 없고 연봉은 0원이지만 삼성전자에서 받는 배당만 2012년 기준으로 375억원, 주가 상승으로 1년 동안 자산이 2조3700억원 늘어났다. 하루 65억원을 버는 셈이다. 사진은 지난 4일 김포공항 출국장. 이 회장이 외국을 오갈 때마다 이처럼 임원진이 공항에 총출동한다.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연설에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바로 공평 과세”라며 “공평 과세는 삼성그룹에 대한 증세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심 의원은 “우리나라 법인 총소득 가운데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5분의 1(18.33%) 정도인데 삼성그룹이 내는 세금은 10분의 1(10.86%) 밖에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금을 절반 정도밖에 안 내고 있다는 의미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조세감면혜택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은 모두 1521개로 전체 46만614개 기업의 0.33%지만 이들이 받은 법인세 감면액이 5조4631억원으로 전체 감면액의 58.5%를 차지한다. 홍 의원은 “재벌에 대한 법인세 감면을 폐지하면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20조이 넘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대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이 법정 최고세율(매출액 200억원 이상의 경우 24.2%)에 비해 크게 낮은 이유는 다양한 비과세·감면혜택을 받을 뿐만 아니라 최저한세율을 적용받지 않는 공제감면액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 기업 세액공제 및 감면액 9조4917억원의 74.9%가 대기업에 귀속됐는데 이 가운데 47.3%는 최저한세가 적용되지 않았다.

   
기업 세금을 깎아주기 위한 온갖 다양한 구실들. 국세청 2011년 국세통계. 실제로 세금을 깎아주는 만큼 투자나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에 따르면 2010년에 10대 재벌기업과 비10대 재벌기업의 고용창출계수는 각각 5.6과 9.9으로 세금 10억원을 깎아주면 재벌 기업은 5.6명, 비 재벌기업은 9.9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미미하거나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강 교수는 “재벌 대기업에 집중된 비과세·감면을 축소 또는 폐지하고, 법인세 과세 구간을 세분화하고 최고세율을 27%까지 인상해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또 “최저한세율을 1000억원 초과 기업의 경우 16%에서 20%로 높이고 최저한세 적용을 받지 않는 공제감면액을 축소 또는 폐지해 최저한세의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구소 이은정 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의 경우 공제감면세액의 75.7%가 상위 1%이내의 거대 기업들에게 돌아갔다. 상위 10% 기업들로 넓히면 이 비율이 92.4%에 이른다. 이 연구원은 “일몰이 돌아오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연장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실효세율이 3.4%포인트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2억원 초과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 인하한 것을 회복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공제감면 세액의 90% 이상이 상위 10% 대기업에 몰려 있고, 특히 상위 1%의 거대기업에 75%가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예정대로 공제감면 제도가 폐지될 것인지는 의문”이라면서 “조세감면 정비를 통한 간접증세는 법정세율 인상보다도 더 큰 대기업 증세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고, 따라서 대기업들로부터의 강력한 조세조항 및 로비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2012년 3월 기준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사내유보금은 313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58.5%인 183조원을 10대 재벌 기업집단이 차지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사내유보금이 101조6512억원으로 32.5%를 차지한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이 적정 사내유보금을 초과하는 기업에 법인세를 추가로 과세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지난 연말 국회 처리가 무산돼 오는 2월 임시 국회에서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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