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동조합(위원장 정윤모)이 황창규 회장 내정자의 공식 선임을 앞두고 회사와 노동조합을 비판해 온 조합원을 징계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KT 내부에서는 ‘기획 징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징계 대상은 회사, 노조에 비판적인 민주동지회 소속이다.

16일 KT노동조합이 김석균, 이원준 조합원에게 보낸 출석통지서를 보면, 주요 징계혐의는 ‘노동조합 비방’이다. KT노조는 두 조합원이 △<민주통신>, <열사투쟁소식지>를 통해 KT노조를 식물노조, 어용노조, 회사와 결탁 등으로 비방했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임금 및 단체협약 투표를 노사야합이라고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KT노조는 두 조합원이 △청계광장, 국회, 계룡산 등산로 등지와 KT 주요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거나 집회를 개최하면서 수십 차례 어용노조 퇴진 구호를 외쳐 조합의 명예와 위신을 실추하는 행위를 주도, 실행했고 △노조에 대한 악의적인 내용을 담은 문자를 발송해 조합의 조직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도 밝혔다.

KT노조는 오는 20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징계를 의결할 계획이다. 이날은 황창규 회장 내정자 선임 일정 5일 전이다. KT 주주총회는 오는 25일 열린다. 노조는 징계 대상 조합원에게 20일 오후 3시 분당 노동조합 중앙본부 6층 회의실에 출석해 소명하거나 17일 오후 6시까지(도착분) 서면으로 소명할 것을 요청했다. 중앙위는 조합원 자격이나 권리를 정지할 수 있다.

KT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민동회가 노동조합을 비판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왜 회장 선임을 5일 앞둔 시점에 징계위를 여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조태욱 위원장은 “회사 노사팀과 노동조합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황창규 회장에게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KT노조 주장은 지난해 6월 KT 관리자의 임단협 선거 개입을 폭로하고 KT 노사의 면직제도 합의를 비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성현씨의 증언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는 유서에 KT 관리자들의 실명과 함께 KT의 노무관리 문제점을 폭로했다. 징계 대상인 김석균 민동회 의장은 “폭압적 노무관리에 대한 비판이 있고 회사 차원에서 제재하기 어려우니까 노동조합에 요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동회는 성명을 내고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한 조합원을 징계하겠다는 것은 결국 노동조합 내부의 비판세력을 힘으로 억누르겠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행태야말로 자신들이 왜 ‘어용노조’라고 불리는지 스스로 드러내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동회는 “비판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반론을 펼치면 될 일이고, 올바른 비판의 목소리라면 자신들의 행태를 반성하고 수용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KT노동조합 최장복 조직실장은 “회의 중”이라며 “차완규 정책실장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전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KT노조 입장을 듣기 위해 차완규 정책실장에게 수십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민동회는 17일 오전 KT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서울 여의도)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