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를 이어가고 있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빗대어 ‘엉뚱한 일’, ‘거짓 예언자의 욕심’ 등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한 정진석 추기경에 대해 사제단의 원로격인 함세웅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장이 “정 추기경이야말로 엉뚱한 발언”이라며 자신의 과거부터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서 주목된다.

함 신부는 1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전날 중앙일보 인터뷰에 대해 성서에 나오는 ‘모세의 체험’과 신관(神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엉뚱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15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정 추기경이 일부 사제를 두고 ‘중개 역할하는 사람이 엉뚱한 일을 해서 그렇다’, ‘백성이 하느님을 직접 대면하기 두려우니까 모세를 앞세웠다, 당신(모세)이 하느님과 이야기하고 대신 들려달라고 했다, 그게 중개자’, ‘중개자 노릇을 잘못하는 게 거짓 예언자’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함 신부는 “먼저 바른 신관(神觀)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노예살이 할 때 매맞고 고통받는 이를 보고 아파하시고 자비를 베푸신 분이며 모세를 선택해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 노예에서 해방시키신 분”이라며 “모세는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그대로 백성들에게 전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사제들은 하느님의 말씀, 성경말씀, 예수님의 말씀을 잘 듣고 세상과 이웃에게 전달한 사람들인데, 이런 측면에서 정 추기경의 발언이야말로 엉뚱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제단이 욕심과 사심으로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취지의 정 추기경의 주장에 대해 함 신부는 “사심과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성서 이전에 만고의 진리인데, 사제들이 사심과 욕심을 지녔다는 것을 무슨 증거를 갖고 얘기할 수 있겠느냐”며 “사제들에게는 오직 예수님이 삶의 표상이고 길잡이이다. 이런 발언 자체가 정 추기경의 자신의 사심과 욕심, 미성숙을 드러내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함세웅 신부가 지난해 7월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재심 공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우리 사회 곳곳의 분열의 이유가 ‘욕심이 앞서기 때문’, ‘욕심과 오해 때문’이라고 진단한 정 추기경의 인식에 대해 함 신부는 “이런 내용과 이러한 표현은 사실 시간과 우리 시대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화석과 같은 이야기”라며 예수님이 꾸짖었던 대상에 자신과 정 추기경과 같은 종교인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함 신부는 “이런 얘기를 하기에 앞서 정 추기경 자신이 깊이 성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정 추기경이 사제단을 비난하면서도 정작 사제단이 왜 분열과 분란을 낳으면서까지 박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함 신부는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면서 때로는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고 하셨고, 실제로 예수님 때문에 당대 유다 종교 사회는 분열됐었다”며 “하느님께로 향하기 위해서 사람은 누구나 이기심과 세상의 욕심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반박했다. 함 신부는 “불법관권선거를 주도한 정부기관과 새누리당의 사과와 집권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그 범죄인들도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를 통해 구원의 길로 나아가라는 호소이며 초대”라며 “불의한 자에 대한 사제의 고발은 사제의 사목적 행업이며 공동선을 위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 추기경 본인이 자신의 말처럼 욕심과 사심없이 살아왔는지에 대해 함 신부는 “누구나 사람은 각자 하느님 앞에서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하며 저도, 정 추기경도 하느님 앞에서는 한낱 죄인일 뿐”이라며 그의 과거를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사건으로 전두환 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청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김대중(토마스모어)의 가족들이 당시 청주교구장이었던 정진석 주교에게 봉성체(奉聖體:가톨릭에서 병자나 감옥에 계신 분에게 사제가 찾아가서 기도하고 성체를 모셔주는 예식)를 여러차례 청했는데 정 교구장은 이를 모두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그 후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돼 청와대에서 서울교구장인 정진석 주교를 초청했을 때 그와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이 사실을 놓고, 비서관들이 저에게 ‘어떻게 사목자가 이럴 수 있습니까, 감옥에 있을 땐 기도방문을 거절하고 청와대 대통령이 되니 청와대에 가서 점심식사에 응한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하고 질타했습니다.”

함 신부는 “당시 이 말을 듣고 매우 부끄러웠다”며 “이 사실을 함께 생각하며 하느님과 역사 앞에 우리 모두 속죄의 기도를 올리고 싶다”고 전했다. 함 신부는 “최후의 심판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이 나오는데, 그 때 구원의 기준은 ‘배고픈 사람, 목마른 사람, 병든 사람, 감옥에 있는 사람을 찾아주고 돌봐주고 도와줬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을 때’ 저주가 선언됐다(마태오 복음 25장)”고 성서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함세웅 신부.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을 자유인이라 규정한 정 추기경의 주장에 대해 함 신부는 “좋은 표현이기 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표현”이라며 “신자유주의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도인은 죄와 노예의 상태에서 해방됐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자유인이지만, 하느님께 언제나 예속된 하느님의 종, 예수님의 제자라는 점에서 교황을 자유인이라 표현하는 것은 모자란 표현”이라며 “교황은 하느님을 성실하게 믿고 사람을 섬기는 분이자 예수님의 제자로서 예수님과 같이 가난한 이웃, 소외된 이웃을 늘 찾아가는 분”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 추기경을 두고 “신관 정립이 부족했듯이 교황님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염수정 추기경 서임에 대해 함 신부는 “결과를 수렴한다”면서도 “염 교구장의 강론이 아직 잘 종합되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추기경이 되셨으니 성경에 바탕을 둔 교황의 가르침을 잘 따라 그 분의 말씀과 삶을 서울과 한국 사회에 활짝 분명하게 펼쳤으면 하고 기도한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에 불이익을 주거나 교회 내 분열과 갈등이 커질 가능성에 대해 함 신부는 “우리 사제들은 1974년부터 성경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한결같이 행동해왔기 때문에 이 모든 행업은 사목적이었다”며 “가난하고 억울하고 약한 사람 때문에 아파하시고, 신음하고 계시는 하느님의 마음, 자비심을 사제들은 간직하면서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 신부는 사제단의 잇단 박근혜 대통령 사퇴 연쇄 시국미사에 대해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모세의 인도를 받아 약속의 땅으로 이동했던 해방과 구원의 모습으로 늘 이해하고 있다”며 “마침 교황의 신선한 그 가르침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고 이번에 추기경이 된 염수정 서울대교구장도 하느님의 가르침과 교황의 가르침에 따라 이 구원과 해방의 대열에 함께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기독교 목회자들의 시국기도회에 대해 함 신부는 “같은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를 확인하는 같은 신앙인, 그리스도인으로서 동체성을 확인하고 더 큰 감격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1월 15일자 1면.
 
다음은 함 신부와 16일 나눈 인터뷰 요지이다.

-정진석 추기경이 15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일부 사제의 사회적 발언이 논란 일으키는 현상에 대해 “중개 역할하는 사람이 엉뚱한 일을 해서 그렇다, 백성이 하느님을 직접 대면하기 두려우니까 모세를 앞세웠다, 당신(모세)이 하느님과 이야기하고 대신 들려달라고 했다, 그게 중개자”라며 “예언자가 뭔가, 하느님을 전달해 주는 사람이다, 중개자 노릇을 잘못하는 게 거짓 예언자”라고 비판했는데, 합당한 말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우선 제가 사제로서 교회 고위사목자들에게 비판하는 것이 마음에 무겁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교회의 참 진리가 왜곡되면 안되겠기에 사제와 신학도의 비판의식을 갖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대답에 응합니다.
첫째 무엇보다도 바른 신관(神觀)을 정립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노예살이 할 때 매맞고 고통받는 이를 보고 아파하시고 자비를 베푸신 분입니다. 이 때문에 모세를 선택해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 노예에서 해방시키신 분입니다. 하느님을 모세가 체험했습니다. 그 모세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백성들에게 전했습니다. 백성들이 그 말씀을 따랐습니다. 여기서 정 추기경은 ‘탈출기’(출애급기)의 모세 체험과 신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세는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그대로 백성들에게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사제들은 누구입니까. 하느님의 말씀, 성경말씀, 예수님의 말씀을 잘 듣고 세상과 이웃에게 전달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정 추기경의 발언이야말로 엉뚱한 발언입니다. 바른 신관, 모세의 해방적 행업을 잘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제의 예언자적 역할과 관련해 정 추기경은 논란과 분열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거짓 예언자의 욕심 때문”이라며 “예언자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가장 먼저 사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에게서 멀어진다”고 거듭  말씀했습니다.  사제단이 욕심과 사심으로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정 추기경의 말씀은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사심과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성서 이전에 만고의 진리입니다. 문제는 사제들이 사심과 욕심을 지녔다는 것을 무슨 증거를 갖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16일자 경향신문에 사설 ‘정 추기경의 거짓 예언자 발언 부적절하다’을 잘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사제들에게는 오직 예수님이 삶의 표상이고 길잡이입니다. 이런 발언 자체가 정 추기경의 자신의 사심과 욕심, 미성숙을 드러내는 발언입니다.”

-그러면서 정 추기경은 지난해 우리 사회 곳곳의 분열에 대해 “욕심이 앞서기 때문”, “욕심과 오해 때문”이라고도 진단했습니다.
“이런 내용과 이러한 표현은 사실 시간과 우리 시대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원론적인 얘기입니다. 화석과 같은 과거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욕심의 주체가 누구입니까? 마태오 복음 23장을 읽어보면, 예수님은 무엇보다도 당대의 종교인들을 무섭게 꾸짖으셨습니다. 1차적 대상이 우리 종교인들입니다. 이 속에는 사제인 저를 포함해서 정 추기경 같은 분이 대표적으로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기에 앞서 정 추기경 자신이 깊이 성찰하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정추기경께서는 사제단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신 반면, 사제단이 비판하고 있는 대통령 선거 부정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사제는 전 존재를 걸고 예수님을 선택하고 예수님의 삶, 특히 십자가의 길을 따르기로 선택하고 결단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제는 예수님의 제자이고, 사제의 모든 행업은 사목적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면서 때로는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고 무서운 말씀도 하셨고, 실제로 예수님 때문에 당대 유다 종교 사회는 분열됐었습니다. 하느님께로 향하기 위해서 사람은 누구나 이기심과 세상의 욕심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이 때 필연적으로 아픔과 분열이 생깁니다. 이 분열은 참된 하느님 나라 실현과 자신을 찾기 위한 구원의 선택입니다.
불법관권선거를 주도한 정부기관과 새누리당의 사과와 집권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그 범죄인들도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를 통해 구원의 길로 나아가라는 호소이며 초대입니다. 불의한 자에 대한 사제의 고발은 사제의 사목적 행업이며 공동선을 위한 책무입니다.”

-정 추기경 본인은 자신의 말씀처럼 욕심과 사심없이 가난한 백성과 사회 정의의 역할, 또는 거짓이 아닌 진실한 예언자의 역할을 해 오신 것인지 같은 사제로서 평가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누구나 사람은 각자 하느님 앞에서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저도, 정 추기경도 하느님 앞에서는 한낱 죄인일 뿐입니다. 그러나 저희 사제들은 죄인임에도 예수님의 제자로서 사목적 행업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정 추기경은 그 자신이 매우 노력을 했겠으나 이미 알려진 사실에 대해 제가 이 기회에 다시 지적하고자 합니다.

참된 사목이란 고통 받은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그에게 다가감입니다. 그런데 1980년 김대중 내란사건으로 전두환 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청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김대중(토마스모어)의 가족들이 당시 청주교구장이었던 정진석 주교에게 봉성체(奉聖體:가톨릭에서 병자나 감옥에 계신 분에게 사제가 찾아가서 기도하고 성체를 모셔주는 예식)를 여러차례 청했는데 정 교구장은 이를 모두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마태오 복음 25장 후반부를 보면, 최후의 심판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이 나오는데, 그 때 구원의 기준은 배고픈 사람, 목마른 사람, 병든 사람, 감옥에 있는 사람을 찾아주고 돌봐주고 도와줬을 때 가능하다고 했고, 그렇지 아니할 때 저주가 선언됐습니다. 그런데 그 후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돼 청와대에서 서울교구장인 정진석 주교를 초청했을 때 그와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이 사실을 놓고, 비서관들이 저에게 ‘어떻게 사목자가 이럴 수 있습니까, 감옥에 있을 땐 기도방문을 거절하고 청와대 대통령이 되니 청와대에 가서 점심식사에 응한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하고 질타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그후 저는 이 내용을 정 추기경에게 직접 얘기하고 글로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실을 함께 생각하며 하느님과 역사 앞에 우리 모두 속죄의 기도를 올리고 싶습니다.”

-정 추기경은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좌파 리더십, 우파 리더십 등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 “좌다, 우다 하는 것도 우리의 사심이며 교황은 그 너머에 있다, 완전히 사심이 없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내가 느끼는 건 사심을 초월한 분”이라며 “내가는 교황님은 자유인”이라고 평가하셨는데요.
“자유인이라는 말이 참 좋은 표현이기 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신자유주의를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죄와 노예의 상태에서 해방됐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자유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언제나 예속된 하느님의 종,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따라서 교황을 자유인이라 표현하는 것은 모자란 표현이고, 교황은 하느님을 성실하게 믿고 사람을 섬기는 분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예수님과 같이 가난한 이웃, 소외된 이웃을 늘 찾아가는 분입니다. 그는 바로 하느님 때문에 사람을 섬기는 분입니다. 여기에 교황의 아름다움과 혁명성,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신선한 힘이 있습니다. 신관 정립이 부족했듯이 교황님에 대한 인식도 부족합니다.”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의 추기경 서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어느 조직, 어느 사회 어느 공동체이든지 인사권자가 있습니다. 교황이 임명권자로서 서울대교구장을 추기경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저는 결과를 수렴합니다. 다만 이미 언론에 보도됐듯이 지난해 11월 24일 염 교구장이 명동성당에서 한 시대착오적인 미숙한 강론에 대해 제가 조목조목 반박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29일쯤 같은 자리에서 염 교구장은 전 주일의 강론과는 전혀 다르게 교황의 말씀을 인용하며 ‘사제들은 현장으로 바로가라’, ‘가난한 어려운 사람 소회된 사람을 포용하라’는 등으로 강론한 바 있습니다. 놀라운 변화입니다. 두 강론을 비교할 때 염 교구장의 강론이 아직 잘 종합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추기경이 되셨으니 성경에 바탕을 둔 교황의 가르침을 잘 따라 그 분의 말씀과 삶을 서울과 한국 사회에 활짝 분명하게 펼쳐 보이셨으면 하고 기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왜 염 교구장을 추기경으로 서임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교황의 깊은 뜻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서울교구를 포함한 한국 천주교회와 한국 모두 변화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이를 두고 자칫 향후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현 정권에 대한 사제 뿐 아니라 기독교 여러 교단 등 성직자들의 저항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다소 머뭇거렸던 염수정 서울교구장도 복음에 기초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이 분명한 사회적 인식 속에 시대의 징표를 잘 깨닫고 복음적 가르침을 더 분명히 선포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고, 다소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그 어려움을 과감하게 신앙으로 이겨내라는 뜻으로 알아듣겠습니다”

-현 한국천주교 내에서 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의 입지가 줄어들거나 교회 내 분열과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까.
“우리 사제들은 1974년부터 성경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한결같이 행동해왔기 때문에 이 모든 행업은 사목적이었습니다. 사제의 사목에는 언제나 정의가 그 근거인데, 정의의 바탕은 하느님의 자비입니다. 가난하고 억울하고 약한 사람 때문에 아파하시고, 신음하고 계시는 하느님의 마음, 자비심을 사제들은 간직하면서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연쇄 시국미사 행렬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모세의 인도를 받아 약속의 땅으로 이동했던 해방과 구원의 모습으로 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 마침 교황의 신선한 그 가르침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고 이번에 추기경이 되신 염수정 서울대교구장도 하느님의 가르침과 교황의 가르침에 따라 이 구원과 해방의 대열에 함께 하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기독교 내의 기독교장로회, 감리교회 등 다양한 교단에서도 ‘박근혜 정권 사퇴’ 시국기도회와 거리행진을 잇달아 벌이는 것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같은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를 확인하는 같은 신앙인, 그리스도인으로서 동체성을 확인하고 더 큰 감격을 느낍니다. 또 민심이 천심이라는 속담의 진리를 늘 마음 속에 되새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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