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에 저항하는 주민들에 대한 경찰의 인권침해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현지 주민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에는 10대 여성 활동가가 남성 경찰들에 사지가 들려 연행되는 일도 발생했다. 경찰은 조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 10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당시 경찰에 의해 연행된 조은별(19)씨는 13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수치스럽고 화가 났다. 아직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 7일 오전,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입구에서 현행범(업무방해 혐의)으로 연행됐다. 혐의는 업무방해였다. 그는 6일 밤부터 7일 오전까지 마을 입구 공터에 주차된 중장비 차량 밑에 드러누워 차량의 이동을 방해했다. 경찰이 마을 입구에 임시 숙소용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빨리 와 달라는 연락을 받고 가니 컨테이너 2동이 이미 설치돼 있고 할머니들이 실신한 상태였다. 경찰이 나머지 컨테이너 2동을 차가 주차된 곳에 설치할 것 같았다. 차 밑에 사람이 있으면 차량 운행을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들어가게 됐다” 조씨는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차량에 밧줄로 몸을 묶었다.

   
▲ 조은별씨가 지난 7일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에서 남성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민중의 소리
 
조씨는 “현행범으로 연행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며 “6일에서 7일로 넘어가는 밤 내내 차량 밑에 있었지만 경찰은 어떠한 경고 방송이나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가 7일 오전 10시쯤 경찰 병력이 늘어났고 채증이 시작됐다. 경찰은 3번째 경고와 동시에 우리를 끌어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조씨는 “밧줄을 자르는 순간부터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경찰이) 처음에는 양팔을 질질 끌다가 안 끌려가려고 저항하니 사지를 들었다. 차 앞에서도 막 우겨넣으려고 (반대편에서) 발을 잡아당기고. 너무 수치스럽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조씨는 연행된 김해 서부경찰서에서 연행 과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사건에 대해서만 조사할 뿐, 연행 과정에 대해서는 모른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는 “저를 체포했던 밀양 경찰서 형사가 누군지 알면 성희롱으로 고소하겠다. 너무 억울하다. 공권력은 적법하게 행사돼야 하는데 왜 체포됐는지 이유도 못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문제는 이런 일들이 밀양에서는 일상적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는 그간 수차례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와 중재를 요청했다. 또 대책위는 조씨가 연행되던 7일 상황에 대해 "그 자체로 하나의 지옥이었다"며 "결국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재로 (경찰 컨테이너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지만, 그 이틀간의 충돌로 10명이 넘는 고령의 어르신이 병원에 응급 후송됐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경찰이 계엄군보다 더 나쁘다’ 는 말씀을 하신다. 밀양 시내 곳곳에 경찰이 없는 곳이 없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채증을 하기도 한다. 항의를 해도 계속 무시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항의하면 내리는 척이라도 한다던데. 사람이 말을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지”

조씨 또한 밀양에서 경찰에게 종종 ‘막말’을 들었다. 그는 경찰이 존댓말조차 하지 않으며 “나는 말하기 싫으니까 안 할거야”, “너랑은 상관이 없으니까 가라” 등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심지어 ‘너희 부모님은 니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을 아냐’라고도 했다”며 “나이가 어리다고 얕잡아보고 하는 말 아니냐. 모욕적이었다”고 성토했다.

   
▲ 조은별씨가 지난 6일 밤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에서 중장비 차량 밑에 누워있다. 사진=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제공
 
조씨는 자신이 경찰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욕설과 침을 뱉아 ‘경찰 모욕’과 ‘공무집행방해’ 등 6건의 혐의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에게 욕설하고 침 뱉고 그런 모욕적인 행위를 한 것은 잘못”이라며 “그러나 경찰의 무리한 채증과 충돌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인데도 경찰은 내게 가했던 부분은 누락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또 다시 밀양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연행이나 구속될 우려에 대해서도 당당하다고 밝혔다. “저를 연행한 것은 겁먹게 해 밀양에 못 오게 하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데 그 의도대로 하기싫다. 이번 주에도 갈 거고 오는 2차 희망버스에도 갈 예정이다” 구속될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체포나 구속에 대해서는 당당하고 두려움도 없다"며 "제가 한 달 정도 (감옥에) 있으면 사람들이 밀양에 더 관심을 가질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오동욱 경남지방경찰청 수사계장은 이에 대해 “여경들이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사자가 발버둥을 치고 하니까 남성 경찰들이 도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반말을 했는지에 대해 오 계장은 “전체 동영상을 확인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문제가 된 장면에서는 경찰이 반말하는 내용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밀양 2차 희망버스는 오는 25일 전국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제주 등 46개 지역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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