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14일 <2352 대 0> 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교학사 교과서는 우편향도 아니다. 우편향으로 지칭하는 것 자체에 어폐가 있다.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과 당위성·시대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대한민국의 성공과 북한의 실패를 적시한 것을 우편향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좌파 측의 술수이고 모략이다. 이 교과서는 중도도 아니다. 정도일 뿐이다”라고.

김 고문의 칼럼 뿐 아니라 그동안 조선·동아·중앙일보 등은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불러일으킨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두고 ‘균형잡힌 사관’이라는 등의 주장을 한다. 그래놓고 김대중 고문은 교학사 교과서가 채택 거부운동으로 사실상 퇴출되자 “대한민국 보수·우파는 진보·좌파에 크게 한 방 얻어맞은 꼴”이라고 말한다.

어쨌든 이들 언론이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왜 그럴까? 자신들의 친일행적에 대한 정당화를 위해서일까? 장신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일제 강점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행보에 대한 여러 논문을 써 온 전문가다. 미디어오늘은 장 연구원을 14일 오후 전화로 인터뷰했다.

장 연구원은 지금 상황에서 이들을 민족지로 분류할지, 친일지로 분류할지는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장 연구원은 이들 언론들이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하는 것이 과거 친일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동아일보는 민족지 이미지를 가져가려고 노력하는 듯 하지만 조선일보는 그런 구도가 불리하다고 판단했는지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특정 신문을 놓고 민족지나 친일지라고 정의할 수 없는 것은 그 시대 상황에 따라 민족지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친일행적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학계에서 조선·동아의 상업화 측면이 부각되면서 총독부 압력이 들어왔을 때 이를 뿌리치지 못한 것도 기업으로서의 가치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 연구원은 “1937년을 경계로 친일 행각을 한 것은 부인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동아일보는 설립 초기 민족지로서의 역할을 자임했다. 사주인 방응모·김성수 역시 민족운동을 해 왔다. 장 연구원은 “방응모는 별개로 해도, 김성수는 사실 민족주의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민족운동과 독립운동을 동일시하기도 하고 다르게도 보는데 조선은 사회주의와 손을 잡으면서 일본에 협조하지 않는 ‘민족주의 좌파’였다면 동아는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자치의 문제를 고민했던 ‘민족주의 우파’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이어 “이런 형태를 역사학계에서는 친일이라고 보는 강경 입장과 독립을 포기한 건 아니기에 민족운동 범주에 놓아야 한다는 극단의 평가가 갈린다”며 “김성수는 기업을 통한 실력양성운동을 했고 이 과정에서 동아일보의 역할도 분명히 존재하는 등 그 업적을 부정하지 않으나 일장기 말소 사건 이후 총독부에 굴복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 장신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장 연구원은 “이후 김성수가 여러 가지로 일제에 동원되기 시작하는데 나는 김성수가 사회관계 속에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김성수의 명망이나 대외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일제에 활용돼서 효과를 얻었다면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언론들은 1940년 일제에 의해 강제 폐간되었기 때문에 일부 친일행적은 있으나 민족지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장 연구원은 “말이 안 된다”며 “기본적으로 총독부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동아는 이때 친일지, 총독부 기관지인데 과거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총독부가 이를 의식해 폐간한 것이 강제폐간은 맞지만 일본에 굴복하고 친일에 따라가며 이익을 얻었다는 측면에서 (총독부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 연구원은 “논문을 쓰는 단계지만 동아일보는 총독부 인맥을 동원한 로비를 통해 폐간에 저항했지만 조선일보 방응모는 협상을 통해 폐간비를 미리 받았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이들 언론들이 교학사 교과서를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사관’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자체가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출발인 해방정국과 분단과정에서 좌파에게 정권이 넘어가는 걸 저지했다는 논리”라며 “그건 현상을 잘 못보는 것으로 현재의 우위를 놓고 모든 역사의 승리자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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