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유치원 교사의 원생 학대영상을 내보내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KBS가 왜곡보도를 했다며 법원이 해당 유치원에 4000만원 배상판결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는 KBS가 유치원 교사가 원생의 신체를 접촉하는 영상을 빠르게 재생시켜 마치 교사가 원생에게 폭력을 가한 것처럼 보도하는 등 허위 리포트를 내보냈다며 정정보도와 함께 4000만원 배상판결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KBS는 2012년 7월 25일 <뉴스9> ‘때리고 밀치고…유치원 교사, 원생 학대 논란’ 리포트에서 “유치원 교사가 원생을 학대하는 CCTV 장면이 또 공개돼 원성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리포트는 모자이크 처리가 됐으나 인물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CCTV화면을 보여주며 “밥을 먹이던 교사가 갑자기 아이를 밀어버립니다”, “겁에 질린 아이를 밖으로 데려갔다 다시 돌아온 교사, 이번에는 옆에 있던 여자 아이의 머리까지 쥐어박습니다”, “어린 원생들을 발로 밀면서 줄을 맞추게 하고, 아이가 떨어뜨린 옷을 발로 차버립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유치원측은 학대사실을 부인하다가 동영상을 보고는 이미 퇴직해버린 해당 교사의 책임으로 떠넘깁니다”라고 설명했다.

   
▲ 2012년 7월 25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이번 판결에 따르면 KBS는 CCTV영상을 내보내며 3개 장면의 재생속도를 2배 빠르게 돌려 실제로는 가벼운 신체 접촉 장면이 마치 아이를 때리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재판부는 “CCTV 편집 전 영상에서는 교사가 아동을 때리거나 폭행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아동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신체적 접촉을 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반면 편집 후 영상에서는 교사가 아동에게 다소 강하게 폭행을 하고 아이들은 그 폭행으로 인해 갑자기 밀려나거나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실을 다소 과장한 게 아니라 왜곡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하는 행동을 왜곡한 것은 허위사실을 보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화면에 해당 유치원의 간판 모습이 포함되는 등 주변 사람들이 알 수 있고 보도 직후 원생이 90명에서 60명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이후 유치원생 미달을 겪으며 어려움을 겪은 점 등을 들어 정정보도문과 함께 위자료·손해배상금 4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유치원 측 변호를 맡은 이재은 변호사(법무법인 강호)는 “KBS는 팩트를 왜곡했다. 유치원 입장에선 돈보다 명예회복이 더 중요했다”고 밝힌 뒤 “KBS가 왜곡보도 이후 보여준 대응도 공영방송의 자세라고 보기엔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KBS 법무팀은 해당 판결문을 받아본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한편 해당 리포트는 법원으로부터 ‘허위 기사’로 판명, 지난 2013년 3월 15일 삭제명령이 내려져 ‘다시 보기’ 코너에서 삭제된 상태다. 당시 법원은 “교사가 아동을 학대했다는 KBS 앵커의 단정적 멘트와 기사의 구성 및 편집으로 인해 시청자로 하여금 학대행위라고 오해 하게 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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