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스위스의 시민단체 베른 선언이 공동으로 선정하는 퍼블릭 아이 어워즈라는 게 있다. 삼성은 지난 2011년 최악의 기업 순위에서 브라질 발레와 일본 도쿄전력에 이어 3위에 선정됐다. 독일의 사회적 책임 평가 업체 외콤리서치는 지난해 소비자 가전 업체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소니와 필립스에게는 B-를 삼성전자에는 C+를 부여했다. 삼성전자의 집단 백혈병 사건이나 노동 탄압이 감점 요인이었다.

독일의 공정재단의 기업 공정역량 평가에서 삼성전자는 소비자·고객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노동자·협력사 부문에서는 극악하고 불공정하고 반인권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도 경쟁 관계에서는 독과점 담합과 부패, 환경 영역에서는 삼성제품의 에너지 효율성이 나빠지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소 및 무기 제조에 참여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다.

독일의 금융과윤리연구소는 삼성이 사회공헌 기여도가 높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브라질 마나우스 삼성전자 공장에서 비윤리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8월 삼성전자를 고발하고 8200만유로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공장의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월 27일 근무를 강요당했다. 포장 작업의 경우 하루 6800번의 반복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삼성전자 지속가능보고서. 사람과 사회, 환경의 조화를 표지에 내걸었지만 내용에는 인권이나 노동 관련 이슈에 아무런 언급도 없고 사회적 환경적 가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10일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열린 “다시 삼성을 묻는다” 연속 토론회에서는 한겨레의 사회책임경영 대상이 논란이 됐다. 한겨레는 지난해 10월 동아시아 사회책임경영 30대 우수기업을 선정했는데 한국 기업이 8개,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삼성SDI이 포함됐다. 해외에서 삼성의 비윤리적인 경영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삼성이 사회책임경영을 잘 한다며 상을 준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날 발제에 나선 신태중 함께하는시민행동 팀장은 “심사를 주관한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삼성이 다른 기업 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우수기업 선정은 상대적 우수성이 아니라 절대적 우수성을 기준으로 선정돼야 한다”면서 “노조 파괴 문건 같은 결정적 결격 사유가 있다면 우수기업이 없다는 절대적 평가기준을 적용하는 게 기업들이 사회책임경영에 더욱 진지하게 접근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사회책임경영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건 지속가능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발간횟수만 보면 상당히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 팀장은 “발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삼성의 환경 성과와 노동 탄압 등이 배제된 삼성의 지속가능보고서나 사회적 책임활동은 기만적 홍보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지속가능보고서는 사회성과지표를 제품 책임과 사회공헌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정작 노동과 인권에 대한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고 무노조 주의나 노동자 감시 등 이미 알려진 사안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입장 표명 조차도 없다. 신 팀장은 “사회공헌 활동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대부분인 것으로 포장하는 것은 무지에 기인하거나 문제가 되는 반사회적 활동을 은폐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 팀장은 “삼성그룹의 사회적 의제 설정을 대신하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사회공헌을 강조하는 연구보고서를 연달아 발간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를 사회공헌으로 국한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부각시켜 삼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체계적인 시도로 봐야 한다”면서 “역설적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약속했던 1조원 기부는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팀장은 “삼성의 지속가능보고서는 형식적으로는 규범적 가치를 존중하고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속가능보고서의 핵심적 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제성과에 대한 지나친 강조, 부정적 사안의 누락과 은폐, 사회공헌에 대한 과도한 부각, 글로벌 가치 사슬에 대한 배제는 21세기 글로벌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에 담겨 있을 내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삼일회계법인이, 삼성SDI는 한국생산성본부가 검증기관으로 참여했는데 이들 기관이 경제 및 재무적 측면 이외에 사회 및 환경적 측면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인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이 기관들은 보고서에 누락된 사회적 환경적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신 팀장은 “친기업적이거나 삼성 계열사와 거래 관계가 있는 기관에 검증을 맡기는 걸 보면 보고서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선진국과 제3세계에서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은 중국에서 아동노동과 장시간 근로로 비판을 받아왔다. 인도에서는 불법파견을 비판하는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브라질에서는 반인권적 장시간 노동으로 피소를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유럽노동자평의회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노동자 대표의 경영 참여를 인정했다.

신 팀장은 “선진국에서는 법적 규정에 따라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제3세계에서는 철저하게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글로벌 기업의 자세라고 볼 수 없다”면서 “강한 사회적 제도와 압력 아래에서 삼성이 금방 태도를 바꿔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걸 돌아보면 국내에서도 삼성이 바꾸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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