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이 신고를 당해 임시 차단된 것이다. 해당 글은 지난해 11월 21일 작성한 <조용기 목사 비리 및 불륜의혹, 국민일보는 침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옮겨둔 것이다. 글을 올리고 약 1달 반이 지난 1월 7일, 다음(Daum) 고객센터로부터 이 게시 글을 임시 차단 조치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차단 이유는 누군가 이 게시 글을 명예훼손으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신고자는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이하 선교네트워크)라는 단체였다. 다음 고객센터는 “Daum 내 게시물로 인해서 명예훼손 등 권리를 침해 받고 있음을 소명하는 신고가 접수되면,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거나 당사자 간의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해당 게시물 등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취한다”며 “그렇다고 고객님이 타인의 권리를 명백히 침해했다는 것은 아니며, Daum에서는 고객님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게시물 복원 신청 제도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임시조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2(정보의 삭제요청 등)에 의거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 권리침해 신고를 알리는 다음의 메일.
 
하지만 해당 블로그 게시글에는 선교네트워크의 이름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단체는 왜 본인들이 등장하지 않는 글을 명예훼손으로 신고한 걸까. 다음 고객센터는 메일을 통해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를 ‘피해주장자의 대리단체’라고만 설명했다. 다음 고객센터 관계자는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피해주장자는 ‘조용기 목사’이며 선교네트워크는 조용기 목사 대리인”이라고 말했다.

선교네트워크는 따로 홈페이지는 없지만 네이버에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2010년 4월 30일 개설됐고, 총 회원 수는 1610명이다. 이 카페의 운영자는 안희환 서울 예수비전교회 목사다. 그가 주력하는 활동은 인터넷 상에서 선교활동이다. 안 목사는 ‘밝은인터넷세상만들기 운동본부’와 ‘국제인터넷선교회’에 참여하고 있다.

선교네트워크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대응자료’ 게시판이 있다. 안티기독교 자료, 이단사이비 자료, 이슬람관련 자료, 동성애관련 자료 등이 분류되어 게시판에 올라와 있다. ‘인터넷 사역팀’ 게시판도 있다. 안형환 목사를 비롯한 인터넷 사역팀이 하는 일은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기독교나 교회를 비방하는 글을 신고하여 삭제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2011년 7월 안희환 목사 인터뷰 기사에서 “(안 목사가) 호기심으로 시작한 인터넷 접속에서 평생을 걸머지고 갈 사역과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았다”고 전한다. 이 인터뷰에서 안 목사는 “악의적이거나 왜곡된 내용에 법적 대응을 하면 반드시 삭제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을 내버려둔 채 한국교회의 미래를 얘기할 수 없다”며 “안티기독교에 대해 대응하지 않으면 수그러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순진한 생각에 불과하며,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것이 사랑”이라고 밝혔다.

안 목사는 또한 “일반인들이 반기독교로 돌아서지 않도록 하는 게 사랑이고, 안티기독교인들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사랑”이라고 말했다. 선교네트워크가 명예훼손 신고를 인터넷 ‘사역’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문제는 이들이 ‘인터넷 사역’을 명분으로 대형교회나 목회자들을 비판하는 글들을 무차별적으로 신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선교네트워크는 잘 알려진 단체다. 인터넷에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를 검색하면 대형 교회나 목회자들의 비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거나 관련 기사를 옮겨두었다가 임시 차단 혹은 삭제 당했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블로거들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권리침해 신고의 대리인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개인 신고의 대리인인 경우 위임장과 권리침해주장자(위임인) 진위확인정보 또는 신분증사본, 대리인(수임인) 진위확인정보 또는 신분증 사본이 필요하다. 단체 신고의 대리인일 경우 사업자등록증, 위임장(직인이 찍힌 공문서), 대리인 진위확인 정보 또는 신분증 사본 등이 필요하다.

   
▲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 카페 갈무리
 
선교네트워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금란교회, 소망교회 등 유명교회와 조용기·김홍도·장경동 등 유명목사나 장로들의 위임을 받아 ‘인터넷 사역’ 활동, 즉 명예훼손 신고를 벌이고 있다.

티스토리 블로거 M씨는 지난해 12월 9일 자신의 블로그에 옮겨둔 미디어스 기사 <청와대 경호처도 어쩔 수 없는 소망교회?>가 임시 차단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2008년 3월 블로그에 옮겨둔 기사였는데, 거의 6년이 지나서 명예훼손 신고를 받고 차단 조치 당한 것이다. 신고자는 ‘대한예수회장로회 소망교회’의 대리단체인 선교네트워크였다.

또 다른 티스토리 블로거 J씨도 같은 날인 12월 9일, PD저널의 기사 <진짜 저널리즘, 시청률도 높았다>를 옮겨둔 2011년 5월 게시 글이 임시 차단됐다는 메일을 받았다. 신고자는 ‘대한예수회장로회 소망교회’의 대리단체인 선교네트워크였다. 이 기사 전체에서 ‘소망교회’라는 단어가 나오는 부분은 “최승호 PD는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던 소망교회를 취재하려다 ‘보복성’ 인사를 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한 문장뿐이다. 선교네트워크가 대형교회를 대리하며 명예훼손 신고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진오 더함공동체 목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선교네트워크의 신고는 흔한 일이다. 처음에는 기독교에 부정적인 글에 대응하다, 지금은 특정 키워드가 포함된 글을 무차별적으로 신고를 하는 것 같다”며 “설교에 특정 단어가 한 두 마디 포함되는 것도 문제 삼고, 교회 블로그나 카페로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신고가 들어온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해당 교회가 직접 하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인 나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대리단체를 내세워 신고하는 것, 목사가 선교의 이름을 달고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이러한 행동 때문에 기독교에 대한 안 좋은 반응이 더 많아졌다. 오히려 선교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런 행동이 윤정훈 목사의 ‘십자군알바단’과 뭐가 다르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는 명예훼손 신고접수는 매우 손쉬운 반면 차단된 글을 되살리는 것은 매우 번거롭다는 점이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은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글을 즉시 임시 차단한다. 이 게시물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30일 내에 게시물 복원신청을 해야 한다. 30일 이내 복원신청이 접수되지 않을 경우 삭제된다. 복원 신청을 하면 이후 방송통신심의원회 심의를 받아 심의 결과에 따라 게시물이 복원 혹은 삭제된다.

복원 신청을 할 때도 블로그의 주인이 본인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이메일로만 신고 연락이 오다보니 본인이 알지도 못한 채 글이 삭제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기독교 신자인 C씨는 2012년 4월, 조용기 목사의 비리를 다룬 시사인 기사를 언급하며 티스토리 블로그에 “이 기사 읽어봐야지”라는 글을 썼다가 지난해 10월 조용기 목사를 대리한 선교네트워크로부터 명예훼손 신고를 당했다. C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복원 신청을 했는데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해서 매우 번잡스러웠다. 신고당한 사람한테는 매우 불편한 시스템”이라며 “신청이 접수된 줄 알았는데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을 보내라더라. 바쁠 때여서 미처 못 보냈는데 그 사이 30일이 지나 글이 지워졌다”고 말했다.

   
▲ 선교네트워크의 권리침해 신고로 임시차단된 기자의 블로그 게시글.
 
이러한 임시차단조치의 근거가 되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고만 하면 게시물이 차단되고, 금방 삭제되는 제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박경신 방통심의위원회 위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서비스 제공자가 합법적인 게시물을 최장 30일까지 차단하더라도 게시자에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2 제4항을 삭제하거나 ‘게시자에 유리한 면책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이런 제도 하에서) 인터넷서비스제공자는 게시물에 대한 불만이 들어오면 최장 30일간 차단할 강한 동기를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불법적인데 내리지 않으면 피해주장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반면 합법적인데 내리지 않아도 게시자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불균형적인 동기의 지형 아래에서 인터넷서비스제공자는 게시물에 대한 불만이 들어오면 거의 무조건 삭제 또는 임시 조치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시자와 피해주장자 사이의 균형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며 “제44조의2제4항을 삭제하거나 그 조항에 대응하는 '게시자에 유리한 면책'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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