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현재까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전국의 고등학교가 결정을 철회하거나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서울디지텍고등학교가 당초 비상교육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돌연 교학사 교과서 복수채택 방침을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교장은 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가 어느 사관을 강요한 것도 아니고 예를 들어 박정희 전 대통령 대해 어두운 면과 밝은 면 보여주며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균형적인 것”이라며 “교학사 교과서가 아직 불충분한 부분이 있고 위안부 관련 등 심각한 오류가 있지만 이는 실수라고 보이고, 그런 것들이 수정된다는 조건 하에 공동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곽 교장은 이어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공식적으로 교학사 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채택했다고 하면 사람들의 저항감도 줄어들 것이라고 권유했지만 우리는 공동채택이라고 본다”며 “교학사 교과서 채택 포기는 죽어도 할 수 없으며, 근현대사 부분을 중심으로 우리가 취사 선택해서 가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교장. 사진=강성원 기자
 
곽 교장은 교학사 교과서가 왜곡과 오류가 너무 많아 현실적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교학사 측에 문제되는 부분을 목록으로 20가지 정도 정리해 보냈고 심각한 부분은 분명히 고칠 것으로 보이지만 학술적 논쟁이 되는 것들은 교사의 몫으로 맡기겠다”며 “학부모들과는 날짜를 잡아 밤샘 토론도 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시도를 반대할 이유가 없어 결국 학생에게 혜택이 간다면 절차를 바꿀 수도 있고 진통이 있어도 채택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국의 학교가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는 분위기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 역량에 따라 교과서 채택이 순조롭게 잘 진행된다면 우리로서도 영광이 아니겠느냐”며 “최종적으로는 학교장에게 결정권이 있지만 가능한 의견수렴을 많이 하고 몇 달이 걸리더라도 학부모와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박 교장은 예상되는 동문과 시민단체의 항의에 대해서도 “동문이든 시민단체든 학교에 와서 이성적으로 얘기하면 충분히 기회를 줄 것이고, 대신 나도 거기에 대해 학생들 앞에서 반박해 나가겠다”며 “국가에서 검증한 교과서인데 그들의 마음에 안 들더라도 우리가 선택해 균형 잡히게 보인다면 반대한 이유가 없을 것이고, 그런 의견도 말하지 못하게 하는 나라는 민주사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 서울디지텍고등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이날 교학사 채택 소식을 접하고 격분해 교장실로 찾아온 학생들에 대해 곽 교장은 “아이들이 교과서가 아닌 언론보도만 보고 그러는데 상당 부분은 사실이 아니고 아이들도 내 뜻을 이해했다”고 말했지만, 9일 학교에서 만난 다수 학생들은 교장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서울디지텍고 1학년 재학 중인 김아무개(17) 학생은 “우리가 뉴스를 안 보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 본문이 다 나와 있어 교학사 교과서가 잘못된 것인지는 다들 안다”며 “우리 학교가 채택했다는 뉴스를 보기 전에도 이미 교학사 교과서가 논란이 됐기 때문에 그전에도 어떤 내용인지 다 살펴봤다”고 말했다.

송환웅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부회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교과서가 대학교재도 아니고 학교에서 논쟁이 대상이 되는 게 아닌 공인된 지식으로 인정받은 것이어야 하는데, 교학사 교과서는 채택률 0%가 말해주듯이 제대로 된 교과서가 아니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교학사 교과서는 교육부에서 계속해서 수정 기회를 주는 등 절차상으로도 굉장히 문제가 많고, 역사연구기관의 정당한 문제제기도 외압이라고 몰아붙이고 있어 이런 와중에 채택한다는 것도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학교에서 정말 제대로 된 대화를 해준다면 좋겠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칠판이나 시험문제에서, 책에서만이 아니라 교장이 어떤 식으로 학교 행정을 집행해 나가느냐는 것도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며, 사실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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