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갑오년 새해가 되면서 서서히 2014 소치 동계올림픽(2월 7일~2월 23일)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일어나고 있다. 온·오프라인 신문과 방송에서 소치동계올림픽에 관한 뉴스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메달 유망주가 누구인지, 우리나라의 금메달 숫자가 몇 개가 될 것인지에 관한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김연아 선수의 여자피겨 동계올림픽 2연패 달성 여부가 걸려 있고 평창이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까닭에 어느 동계올림픽보다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이 큰 것 같다.

지난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거둔 우리나라 대표팀의 성적은 놀라웠다. 금메달 6개로 금메달 기준 종합순위 5위에 올랐고, 쇼트트랙 종목에 더하여 여자피겨 종목에서 김연아 선수의 정상등극과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의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3인방의 쾌거는 우리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특히 여자피겨, 스키드스케이팅 종목에서 라이벌 일본선수를 누르고 금메달 순위에서 일본에 앞선 결과는 우리에게 엘리트스포츠에 관한 한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는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올림픽 등 스포츠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성적이 낫다고 하여 과연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스포츠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먼저 스포츠강국의 판단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타당한 것인지 논의가 되어야 하겠지만, 엘리트스포츠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격려 측면에서 본 진정한 스포츠강국의 순위는 올림픽 금메달 순위와 같진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가 일본보다 앞선 스포츠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달에 일본 오사카시에 간 일이 있었다. 일본 미식축구협회 초청으로 오사카 ‘고시엔 야구장’에서 열린 대학미식축구대회 결승전(고시엔볼)을 참관하러 간 것이다. 하늘은 맑았지만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은 제법 쌀쌀한 날씨였다. 우메다역에서 고시엔야구장 인근에 있는 고시엔역으로 가는 전철을 탔는데, 전철 안에는 많은 일본 사람들이 있었다. 고시엔역에서 내리는데 그 많은 사람들도 내리는 것을 보고 속으로 설마 이 사람들이 미식축구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은 아니겠지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고시엔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이 아니던가? 고시엔 야구장 주변엔 이미 수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결승전에서 맞붙는 일본대와 관서대의 응원단과 치어리더들이 경기장 관중석 양쪽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었고 가족단위의 관중들이 관중석을 거의 다 채우고 있었다. 순수 아마추어 대회에 2만5천여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찬 사실도 놀라웠지만 이 경기가 입장료를 지불하여야 하는 유료경기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몇 프로스포츠 종목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아마스포츠경기는 관중 숫자를 정확하게 셀 수 있는 정도로 관전하는 관중은 극히 적다. 무료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관중의 대부분은 선수의 친인척 등이고 일반 관중은 거의 없다고 볼 정도인 경우가 다반사다.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는 국내대회에 많은 관중이 몰린다고 하지만 이는 김연아 선수를 보러 가는 것이지 경기 자체를 즐기러, 관람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국내 아마스포츠 경기에 대한 우리의 ‘관맹률(觀盲率)’이 극히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관람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경기가 재미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퀄리티 높은 경기만을 찾는 우리의 높은 안목 때문일까?

   
 
 
앞으로 기회가 될 때 이러한 원인에 관한 생각을 피력하겠지만, 분명한 점은 우리의 그러한 국내 아마스포츠 경기에 대한 무관심속에서는 제2의 김연아, 박태환을 길러 내기는 어렵고 제2의 김연아, 박태환이 태어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아사다 마오’를 이을 차세대 유망주들이 대기하고 있고 그 유망주들이 국제대회에서 쑥쑥 성장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에겐 제2의 김연아가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김연아 선수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아마추어 선수활동을 접는다면 아마 우리에게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 피겨 선수가 메달을 다툴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다. 제2의 김연아가 태어나지 않는 한 당분간은 일본을 비롯한 스포츠강국 선수들의 화려한 연기에 감탄만 할 것이다.

<필/자/소/개>
필자는 중학교 시절까지 운동선수였는데 운이 좋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인생을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직업적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의 보편적 가치에 따른 제도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그런 바람을 칼럼에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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