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각 언론사 사이트를 비롯해 포털 연예뉴스는 걸그룹 걸스데이 관련 기사로 넘쳐났다. 걸스데이가 4일 컴백을 앞두고 새 미니앨범 ‘에브리데이3’ 쇼 케이스 행사를 비롯해 타이틀곡 ‘something’을 공개하면서 관련 기사가 포털 연예면 주요 뉴스를 장식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걸스데이’를 검색했을 때(4일 저녁 8시40분 기준) 관련 기사가 엄청나게 쏟아진 것만 봐도 이들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걸스데이가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긴 했지만 언론은 그들이 내놓은 신곡보다는 ‘다른 측면’을 주목했다. 언론은 이들의 어떤 점을 주목했을까. 대략적인 제목만 소개해도 알 수 있다. 다음과 같다.

<걸스데이 ‘Something’ 컴백 무대, 시스루 입고 섹시한 안무 ‘너무 야해’> (경인일보)
<‘음악중심’ 걸스데이, 섹시한 컴백무대 ‘노출 방점 찍었다’> (파이낸셜뉴스)
<걸스데이 ‘음악중심’서 성인식 재연? “유라 섹시하네”> (스포츠월드)
<‘음악중심’ 클라라, 걸스데이와 몸매 대결 ‘후끈’> (머니투데이)
<‘섹시’ 걸스데이vs‘큐티’ 시크릿…2色 매력에 ‘남심’ 홀랑> (스포츠서울)
<‘음악중심’ 걸스데이, 블랙 시스루+섹시 옆트임 ‘아찔’> (엑스포츠뉴스)
<걸스데이, 대놓고 야한 19금 컴백무대…이래도 돼?> (마이데일리)
<엑소 세훈, 걸스데이 19금 무대 본후 말 더듬더듬 “후끈 달아오르지?”> (마이데일리)
<음악중심 클라라, 걸스데이와 파격의상…“입었는데 다보여…헉~!”> (MBN)

   
네이버 화면 갈무리
 
제목에서 이미 짐작했겠지만 대다수 언론은 걸스데이의 ‘섹시한 춤과 몸’에 주목했다. 포털에 전송된 혹은 대다수 언론사 사이트에 올려진 기사의 대부분이 기사보다는 걸스데이의 컴백 무대 사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너무 야해’ “유라 섹시하네” ‘남심’ 홀랑, 옆트임 ‘아찔’, “후끈 달아오르지?” “입었는데 다보여…헉~!” 등의 제목을 단 기사의 목적은 단 하나다.

여기 걸스데이의 섹시한 몸 덩어리를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있으니 어서 빨리 와서 클릭하라는 것! 컴백 무대에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아야 하는 걸스데이의 ‘이해’와 그런 기획사의 이해를 활용해서 페이지뷰를 늘리려는 언론사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대다수 언론이 걸스데이의 섹시함을 활용했지만 이 부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 언론사는 조선닷컴이다. 자칭 ‘1등 신문’ 조선일보가 걸스데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선정성 측면은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표현의 노골적인 묘사와 ‘19금 버전’의 농도에 있어 압도적이다. 조선닷컴은 거의 똑같거나 비슷한 걸스데이 관련 기사를 제목만 살짝 바꿔서 네이버 등에 전송했는데 제목이 다음과 같다.

<걸스데이 ‘something’ 치마올리기+쩍벌춤…거기 빼고 다 보여줬다> (조선닷컴 1월4일 오후 5시9분)
<걸스데이 ‘something’ 치마올리기+쩍벌춤…“색기” 보여줬다 “너무 야해”> (조선닷컴 1월4일 오후 4시32분)
<걸스데이 ‘something’ 치마올리기+무릎꿇고 쩍벌춤도 “19禁 훨씬 넘는다”> (조선닷컴 1월4일 오후 3시18분)
<걸스데이 something, ‘멜빵춤’보다 섹시한 ‘쩍벌춤’ “다 보여준다”> (조선닷컴 1월4일 오후 2시44분)
<걸스데이 ‘something’ 치마 걷어올리기…무릎꿇고 쩍벌춤까지 “섹시종결”> (조선닷컴 1월4일 오후 2시33분)

특히 압권은 4일 오후 5시9분 네이버에 전송된 <걸스데이 ‘something’ 치마올리기+쩍벌춤…거기 빼고 다 보여줬다>라는 기사다. 조선닷컴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목이 점점 노골적으로 바뀌었는데 포털에 전송된 마지막 기사가 바로 문제의 ‘거기 빼고 다 보여줬다’는 기사다.

   
조선닷컴 화면 갈무리
 
초반부만 해도 무릎 꿇고 쩍벌춤까지 “섹시종결”이라는 다소 밋밋한(?) 제목을 선보인 조선닷컴은 이후 ‘쩍벌춤’ “다 보여준다”→“19禁 훨씬 넘는다”→“색기” 보여줬다 “너무 야해”로 제목이 점점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런 정도로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거기 빼고 다 보여줬다’는 제목까지 선보인다.

조선닷컴은 4일 오전 11시 50분 경 걸스데이 쇼케이스 관련 기사를 내보냈는데 제목이 <걸스데이 쇼케이스, 방황하는 혜리 손…“앗 그곳은?”>이었다.

   
조선닷컴 화면갈무리
 
‘1등 신문’ 조선일보가 걸스데이를 활용하는 법이 이렇다. 조선닷컴은 지난해 7월26일 <타히티 컴백무대 love sick “가슴 라인 보이며 ‘쩍벌춤’‥선정성 논란”>이란 기사에서 그룹 타히티 컴백 무대 기사를 내보냈는데 기사 내용이 이렇다.

“무대 후반부에서는 가슴골이 드러나며 란제리를 연상케 하는 블랙 미니 원피스를 입고 다리를 벌리고 올리는 ‘쩍벌춤’ 안무로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조선닷컴이 기사에서 언급한 타히티 컴백무대가 선정적일까 아니면 4일 <걸스데이 ‘something’ 치마올리기+쩍벌춤…거기 빼고 다 보여줬다>는 조선닷컴 기사가 더 선정적일까. 웬만한(?) 선정적 제목에 익숙한 편이지만 가판대 타블로이드 신문이 아니라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언론사에서 ‘거기 빼고 다 보여줬다’는 제목을 보는 건 쉽지 않은 경험이다.

선정성의 극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걸까. 아무튼 조선일보는 정말 할 말은 하는(?) 신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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