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다수 고등학교가 채택을 철회하거나 재심의에 들어간 것과 달리 호남에서 유일하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전주 상산고등학교 교감이 “우리학교가 주목받는 학교는 맞구나는 생각에 흐뭇했다”며 해당 교과서를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고 폄훼하는 글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산고는 여전히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고집하고 있어 지역사회 반발도 커지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복수의 상산고 동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종훈 상산고 교감은 지난 2일 학교 공식홈페이지에 ‘상산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채택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이 문제가 없다는 해명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이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글에 따르면 이 교감은 “우리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출판사(지학사·교학사)의 교과서를 택한 것은 오늘날 전 국민이 이데올로기의 노리개가 돼 눈만 뜨면 이념 싸움에 여념이 없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가치중립적 태도로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념 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교육을 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 교과서를 통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비교하고 역사적 사실과 역사기술에 대한 탐구의 과정으로서 역사교육을 하기 위함”이라며 “사실과 왜곡에 대해 토론하는 소재로 활용해 비판적 사고와 객관적 안목을 기르는 교육을 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3일 현재 상산고 홈페이지 일반인게시판 글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이 교감은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고 있는 교과서 채택을 비난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우리 학교가 주목받는 학교는 맞구나’라는 생각에 흐뭇하기도 했지만 매도성 답글이나 전국적으로 1% 정도 밖에 선택하지 않은 우편향 친일적 내용의 왜곡된 교과서를 선택해 가르치는 비정상적 학교로 규정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선을 긋는다”며 “사실을 왜곡해 실망스럽다느니 보수꼴통이라느니 기가 막힌다느니 부끄러운 학교를 나왔다느니 그 밖에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들이 인터넷에 쏟아 붇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새해 첫날부터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 선정 절차에 대해서도 “우리 선생님들이 여러 번의 토론과 탐구, 그리고 논의와 성찰을 통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99%가 이렇게 선택했으므로 이것이 옳은 것이고 정상이다, 그러므로 너희가 비정상적이다’는 위험한 다수결주의와 획일적 사고는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교감은 이어 “‘참을 수 없는 저 존재의 가벼움’으로 언론의 기사 제목만 읽고 흥분하고, 인터넷 게시판의 생각도 없고 얼굴도 없는 비방 글의 주인공이 되기 전에 먼저 역사 교과서를 비교해 읽기 바란다”며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을 학생들과 더불어 탐구하고 객관적이고 비판적 안목을 기르기 위해 두 출판사의 교과서를 선택했다는데 무엇이 문제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이종훈 교감은 3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너무나 학교에 대한 비방성 글과 욕설 등 며칠 동안 받은 전화가 거의 참을 수 없는 전화였다”며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 그런 표현을 한다면 수용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주홍글씨를 씌우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표현을 썼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교과서를 선정하면서 굉장히 고민했는데 교학사 교과서만 선택한 게 아니라 좌우 성향의 지학사와 교학사 교과서를 객관적으로 같이 보는 게 교육이라고 판단해 두 권을 채택한 것”이라며 “학생들에게도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같이 토론하고 고민하면서 역사적 탐구의 길을 열어주려 한 것이고 우리도 왜곡된 역사교육이 아니라 바른 역사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감은 해당 글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서도 “사실 인지도 하지 않고 여론몰이 식으로 비방하니까 나도 과한 표현을 했는데 거칠었을 수 있고 학교 홈페이지가 이념 싸움판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에서 글을 내렸다”며 “게시판을 일방적으로 폐쇄한 것이 아니라 교과서 이념 대립으로 학교와 제자들, 학부형 등 서로 상처을 안 받게 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닫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전북학부모회는 지난 2일 낸 성명에서 “교학사 역사교과서는 명백한 사실오류, 이승만 미화, 독재 찬양, 독립운동사와 민주화 운동 폄하 축소 등 정상적인 역사 교과서라기보다는 차라리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할 불량교과서”라며 “상산고 측에서는 교학사 교과서만 채택하고 싶었으나, 여론과 교육청의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지학사 교과서까지 함께 채택하면서 비난 여론을 모면하고 싶은 얄팍한 술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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