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에는 지지도가 민주당의 무려 세 배 가까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졌을 경우를 상정해 다시 물어봤습니다. 39.8%의 새누리당에 이어 안철수 신당이 26.3%로 2위를 차지했고, 민주당 지지도는 8.9%로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새누리당 지지층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민주당 지지자의 43.3%가 안철수 신당 지지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4년 1월1일 SBS가 신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가운데 일부다. SBS는 지난 1일 <8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리포트로 처리했다. ‘안철수 신당이 6월 지방선거에서 독자 후보를 낼 경우 지지후보’를 묻는 질문에도 새누리당 후보는 33.5%, 안철수 신당 후보는 26.8% 민주당 후보는 8.2%로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이찬복 TNS 사회조사 본부장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세력이 정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유효한 세력으로 비춰지지 못하면서 야권 지지층의 안철수 신당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2014년 1월1일 SBS <8뉴스> 화면갈무리
 
‘안철수 신당’ 파괴력 주목한 SBS … 정작 안철수 의원 행보는 ‘묵살’

하지만 새해 첫 날 ‘안철수 신당’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 SBS는 정작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일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서자 이를 <8뉴스>에서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1일 SBS와 비슷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KBS가 2일 <뉴스9>에서 ‘안철수 본격 세몰이, 여야 긴장’ 리포트에서 안 의원의 행보를 조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안철수 의원의 행보를 ‘보도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포인트는 맥락이다. 새해 신년 여론조사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경쟁력을 훌쩍 뛰어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당사자가 다음날(2일) 바로 본격적인 세몰이 행보를 이어갔는데 이를 메인뉴스에서 보도하지 않는다? 이건 ‘보도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맥락상 ‘말이 안 되는’ 얘기다. SBS <8뉴스>의 문제점은 맥락상 이해 안 되는 ‘뉴스편집’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2014년 1월2일 KBS <뉴스9> 화면갈무리
 
사실 안철수 의원이 최근 행보와 관련해서는 ‘뉴스거리’가 많다.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를 놓고 민주당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별도 리포트로 만들 수 있고, 연관해서 ‘안철수 신당’의 노선을 분석하는 리포트를 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SBS는 신년 여론조사 결과만 ‘달랑’ 내놓은 이후 <8뉴스>에서 안철수 의원 행보는 묵살하고 있다.

‘신당 파괴력’을 주목했으면 ‘신당 주체’ 행보를 주목하는 건 당연지사인데 SBS뉴스에는 이 ‘당연한 수순’이 빠져 있다. 왜일까? 혹시 새누리당을 위협하는 ‘또 다른 야당’의 등장을 부담스러워 한 ‘누군가’의 ‘이해’가 반영된 결과는 아닐까.

‘분신’ 이남종씨 관련 리포트 계속 묵살하는 SBS

SBS뉴스의 ‘이상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12월31일 ‘박근혜 대통령 사퇴’와 ‘국정원 사건 특검 도입’을 외치며 분신한 이남종 씨 사건을 SBS는 <8뉴스>에서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당연히(!) 이씨의 분신 이유를 두고 경찰이 ‘잘못된’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왜곡과 억측’이 난무한 것에 대한 지적도 없다. 지난 1일 경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씨가 보험상품 수급자를 동생 명의로 바꿨으며 빚과 어머니 건강 등 복합적인 동기로 분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퇴진’과 ‘국정원 사건 특검 도입’과 같은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경찰 발표만을 근거로 이씨 죽음을 빚 때문으로 단정하듯 보도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2일 이씨의 유서가 담긴 수첩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경찰의 ‘유서은폐’ 의혹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로 시작한 유서에는 공권력의 대선 개입을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 있음에도 경찰이 이를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것.

   
2014년 1월2일 JTBC <뉴스9> 화면갈무리
 
그러나 SBS <8뉴스>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없다. 지난해 11월28일 이웅모 SBS사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방송계 안팎에선 SBS뉴스 ‘보수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SBS 일부기자들은 “사장인사와 보도는 큰 관계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으나, 한 달 정도가 지난 ‘이웅모 체제’의 SBS뉴스는 이전에 비해 ‘날카로움’이 사려졌고, 존재감도 약해졌다. ‘정부비판’ 리포트 역시 예전에 비해 약해지거나 점점 무뎌지고 있다.

“지하철공사 때문에 홀로 살던 집이 무너지게 된 82살 할머니의 사연 오늘(2일) 보셨지요. 30년 살던 집 담을 허물고 마당을 삼키면서 밀고 들어와서는 알아서 그냥 고치고 사세요. 우리가 희망하는 사회는 이래서는 안 됩니다.”

2일 SBS <8뉴스> 김성준 앵커의 클로징 멘트다. “우리가 희망하는 SBS뉴스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말을 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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