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새해 예산안을 연내 처리하지 못하고 2년 연속 해를 넘기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는 자정이 임박한 오후 11시52분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법사위에서 쟁점법안들의 처리가 늦어짐에 따라 결국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는 해를 넘겼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정부가 제출한 357조7000억원(총지출 기준)에서 1조9000억원가량 삭감한 355조8000억원 규모로 확정했다. 총수입은 369조3000억원으로 정부안 370조7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 줄였다.

여야는 31일 국정원 직원의 사이버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위반 시 이를 처벌하는 내용의 국정원 개혁안을 합의 처리했다. 이번 개혁안은 국가 정보기관이 대한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 실절적인 민주적 통제를 받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와 공소시효 연장 등 일부 진전이 있지만, 대선개입 등으로 수술대에 오른 국정원의 일탈을 원천봉쇄하는 근본적 치유책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 이어 31일 신년사에서도 “과거 우리 사회 곳곳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정상화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많은 신문이 비정상적인 현 정부야말로 정상으로 돌아와 상식과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1일 새해 아침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동아시아, 1894 그리고 2014>
국민일보 <어려울수록…기부는 계속돼야 한다>
동아일보 <당신의 말, 세상을 바꿉니다>
서울신문 <열리는 대륙의 ‘동쪽 문’…한반도 시대가 온다>
세계일보 <한국 외교 ‘新갑오경장’ 시대 열자>
조선일보 <“남북이 하나될 때, 동아시아 번영의 매래 열린다”>
중앙일보 <품격 대한민국>
한겨레 <국회 주도 ‘국정원 개혁’ 첫발 떼다>
한국일보 <성장엔진 달굴 블랙박스 찾아라>

또 해 넘긴 예산안…‘박근혜 예산’ 깎고 부자증세

국회가 새해 예산안을 연내 처리하지 못하고 2년 연속 해를 넘기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외국인투자촉진법 일부개정안’(외촉법)을 놓고 민주당에서 찬반 논란이 벌어지며 해를 넘겨 1일 새벽까지 진통을 거듭했다.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는 자정이 임박한 오후 11시52분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법사위에서 쟁점법안들의 처리가 늦어짐에 따라 결국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는 해를 넘겼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정부가 제출한 357조7000억원(총지출 기준)에서 1조9000억원가량 삭감한 355조8000억원 규모로 확정했다. 총수입은 369조3000억원으로 정부안 370조7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 줄였다.

   
▲ 중앙일보 1일자 6면
 
여야는 심사 과정에서 비판여론이 높은 4대강 사업과 ‘박근혜표 예산’으로 불리는 새마을운동 관련 예산, 대선 개입 의혹을 산 국정원 몫의 정부 예비비 등에서 5조4,000억원을 감액했다. 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비 예산은 37억원 삭감됐다. 보훈처 홍보비도 50억원 줄었다. DMZ 평화공원은 기금 외 예산이지만 402억원에서 100억원으로 깎였다. 반면 무상보육 보조 확대와 학교 전기요금 및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 등에서 3조5,000억원을 증액했다.

국회는 ‘부자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키로 했다. 새해부터 소득세 최고세율(38%)을 적용받는 과표 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대폭 낮췄다. 법인세와 관련해 과표 1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각종 감면혜택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이 현행 16%에서 17%로 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 세계일보 1일자 6면
 
국정원 개혁법안 통과…사이버정치활동 금지

여야는 31일 국정원 직원의 사이버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위반 시 이를 처벌하는 내용의 국정원 개혁안을 합의 처리했다. 이번 개혁안은 국가 정보기관이 대한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 실절적인 민주적 통제를 받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향신문은 “첫 외부 개혁을 통한 수술이란 점에서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래 52년 만에 해묵은 감시 사각지대에서의 밀실 활동과 정치개입을 근절하고, 국회의 정보기관 통제가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면서도 “그간 야당과 진보진영이 주장해온 국정원 국내 정보 수집기능과 수사권 폐지가 빠지고, 사이버심리전과 국정원 정보관(IO) 활동을 존치시키면서 구체적 금지사항은 내부규정에 맡긴 만큼 당초 목표에 미흡하단 지적도 나온다”고 밝혔다.

여야 간 최대 쟁점이던 사이버심리전과 정보관의 국가기관 출입금지는 국정원법에 ‘금지’를 명문화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우선 국정원이 다른 국가기관과 정당·언론사 등 민간을 대상으로 정보활동을 할 때 법률과 내부규정에 위반해 정보관 파견과 상시출입을 할 수 없도록 했다.

   
▲ 경향신문 1일자 3면
 
또 국정원 직원이 문제가 된 사이버심리전단 활동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정치활동을 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마련했다. 정치관여 시 형량도 현행 ‘최고 5년 이하의 징역과 자격정지’에서 각각 최고 7년 이하로 강화하고 공소시효 기간도 10년으로 연장했다.

이 밖에 국정원 직원이 정치활동에 관여하라는 지시를 받을 경우 국정원장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국정원 요원이 공익을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부당한 지시를 신고할 경우 국정원법의 ‘비밀엄수 의무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국가·지방공무원과 경찰, 군 등의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정치관여 지시 거부권 실효성 의문…“오히려 대국민 심리전 합법화”

한편 경향은 “이 같은 개혁안의 외면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은 문제는 이번 개혁법안이 질적 성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바로 국회가 국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실질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지가 여부”라고 지적했다. 이번 개혁법안은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금지를 상기시키고, 큰 틀에서의 국정원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겨레도 “국정원의 국내 파트 개편과 대공수사권 존폐 등 더 근본적이고 민감한 쟁점은 2월 말까지 별도로 논의하도록 미뤄둔 상태”라며 “그 때문에 앞으로 2개월 동안 여당은 휴대전화감청 허용 등 기능 강화에, 야당은 국내 파트 폐지를 비롯한 기능 축소에 주력하며 다시 한번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와 공소시효 연장 등 일부 진전이 있지만, 대선개입 등으로 수술대에 오른 국정원의 일탈을 원천봉쇄하는 근본적 치유책은 아니라는 평가다.

   
▲ 한겨레 1일자 3면
 
그러면서 한겨레는 “상급자의 정치활동 관여 지시에 대한 △이의 제기 △시정이 안 될 경우 직무집행 거부 △수사기관 신고제도 등은 ‘상명하복’과 ‘밀행성’이 강조되는 국정원 조직 특성에 비춰볼 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또 심리전단 정치활동 처벌과 관련해서도 시민단체에서는 국회가 오히려 ‘대국민 심리전’을 합법화하는 길을 터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나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아가는 대국민 심리전은 현행 국정원법에서 정치 관여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앞서 국정원은 특정 정당과 정치인 관련 내용의 언급은 금지하는 대신 ‘방어심리전’ 업무는 계속하겠다는 자체 개혁안을 보고했는데, 정부 정책이나 정치 현안에 개입할 소지가 여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대통령, 신년사에서도 “비정상의 정상화”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신년사에서 “과거 우리 사회 곳곳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정상화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갈 것”이라며 “어렵게 시작한 경기회복의 불씨를 반드시 살려 내서 경제를 활성화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1일자 8면
 
동아일보는 이에 대해 “전날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선언으로 정부의 철도 부문 경쟁 체제 도입의 큰 벽을 넘어선 자신감을 지렛대 삼아 내년에도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또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 “국가 경제를 살리는데 있어 전제조건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여 빈틈없는 안보태세와 위기관리체제를 확고히 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면서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정으로 얼룩진 정부야말로 상식·민주주의 회복해야”

이에 대해 많은 신문이 비정상적인 현 정부야말로 정상으로 돌아와 상식과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겨레는 ‘선거 부정,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제목의 최병모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수호 비상특별위원장의 시론을 실으며 “지난 대선 직전부터 제기되었던 국가권력의 선거개입 의혹이 그동안 차츰 베일을 벗고, 국정원,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국방부, 보훈처 등 다수의 국가기관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부정행위를 전방위적으로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지난 대선이 3·15 부정선거 이래 최대의 관권개입 부정선거였던 사실은 이미 백일하에 드러났음에도 그 선거를 통해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고, 이익을 받은 바도 없다’는 말로 진상규명을 피해가려 한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답지 못한 치졸한 변명이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면서 “선거가 부정으로 얼룩지면 그 선거로 권좌에 오른 대표자가 정당성을 가질 수 없음은 당연하다”며 “정당성을 잃은 자가 행사하는 권력은 국가권력의 외관을 지녔을지라도 벌거벗은 폭력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 한겨레 1일자 시론
 
경향신문은 ‘기로에 선 한국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난 연말 민주노총 건물 경찰 난입은 독선과 불통으로 일관해온 박근혜 정권의 국정운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백주에 양대 노동조합 총연맹의 하나가 경찰에 의해 점거되고 신문사 건물이 유린된 것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은 이어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지났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매카시즘적 색깔론과 독단적 국정운영, 공권력의 남용 등 권위주의 시대의 ‘나쁜 습관’들이 일거에 되살아나 사회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가속화할 공동체의 갈등과 균열은 사회적 신뢰 기반을 무너뜨려 결국 국정수행에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대 정권의 뼈아픈 경험”이라고 조언했다.

   
▲ 경향신문 1일자 사설
 
한국일보도 사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지난 한해 내내 국민의 눈과 귀를 독점했던 국정원 댓글사건, NLL 대화록 논란, 철도 파업 사태 등에서 그랬듯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지 못했다”며 “대선 결과로 확인된 ‘52%대 48%’의 사회에서 현 정부를 지지했던 절반만이 옳다는 자세를 보이면서 나머지 절반을 좌절과 분노에 묻히게 했 갈등과 대립의 확대재생산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나라 주변의 불안정성은 높아지고, 내부적으로는 소통과 통합이 사라져 한쪽에선 고령화에 신음하고, 20대 청년들은 좌절과 불만 속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를 외친다”며 “합리적 이성을 지향하는 건강한 시민의 상식을 존중하고, 상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해야 하며, 새로운 소통 수단을 통해 상대 진영과의 소통을 늘려야 사회분열을 막을 수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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