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 - 1809)의 현악4중주곡을 CD연주로 내놓은 한국의 현악4중주단 ‘콰르텟 크네히트’-Quartet Knecht- 제1 바이올린에 임가진(서울시향 바이올린 수석), 제2 바이올린에 김덕우(서울시향), 첼로에 주연선(서울시향 첼로 수석), 독일의 현대음악 단체인 ‘앙상블 모데른(Ensemble Modern)’의 멤버로 활동한 비올라 이수민으로 구성된 하이든의 현악4중주-HAYDN STRING QUARTETS- 연주CD를 바이올린 주자 임가진으로부터 받아서 잘 들었다.

현악 4중주는 서양 고전 음악의 실내악 양식이다. 현악 4중주는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와 첼로 각 한 대로 연주하는 악곡인데 교향곡처럼 4악장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이는 4개의 현악기라는 간소한 악기편성이지만 표현하는 음악세계는 음악적으로 큰 크기-스케일-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 작품에서는 이런 음악구조를 택하지 않고 보다 더 실내악의 진수(眞髓)로 집약해 들어가기도 했다.

현악 4중주의 음악은 현악기의 모든 악기가 음역(音域)을 골고루 분담한다는데 일반적인 특징이 있다. 현악4중주단 ‘콰르텟 크네히트’의 연주에도 연주자 각자 음역 구분의 경계를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지키고 있었다.

   
▲ <현악4중주단 ‘콰르텟 크네히트’-Quartet Knecht- 왼쪽부터 제2 바이올린에 김덕우(서울시향), 제1 바이올린에 임가진(서울시향 바이올린 수석), 첼로에 주연선(서울시향 첼로 수석), 독일 현대음악 단체인 ‘앙상블 모데른(Ensemble Modern)’의 멤버로 활동한 비올라 이수민. 사진=ⓒ 김상수
 
현악 4중주의 연주에서 앙상블(enssembles)은 각 연주자의 예술적 표현의 성숙과 연주 기량의 능력에 있어서 조화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현악 4중주의 특징에 대해서는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년 - 1832년)가 가장 잘 말했다."네 사람의 지적인 사람 사이의 자극적인 대화.", 이런 괴테의 표현처럼 현악4중주의 연주는 각기 음악적으로 완숙한 경지에 있는 연주자들이 서로 상대의 음악능력에 신뢰를 지니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완성’해나가는 음악연주형식이다. 현악4중주단 ‘콰르텟 크네히트’-Quartet Knecht-제1 바이올린에 임가진(서울시향 바이올린 수석)의 얘기가 의미심상하다.

“현악4중주의 연주는 오케스트라 연주 때와는 사뭇 다릅니다. 보다 더 섬세하게 같이 연주하는 동료의 연주에 귀를 기울여야만 합니다. 이는 예민한 신경의 촉수가 몸 전체로 순식간에 묻고 답하는 경지를 연주를 할 때마다 경험하곤 합니다. 따라서 같이 연주하는 연주자에 대한 세심하고 끈질긴 관심과 상대에 대한 음악적인 정성이 요구됩니다.”

이렇듯 현악4중주의 연주에는 네 현악기(絃樂器)에 의해 부과된 음악적인 약속을 연주자 자신의 가장 깊고 가장 내면적인 음악성까지 스스로 이끌어내어 표현하는 수단으로의 음악형식이다. 특히 하이든의 현악4중주에서는 작곡자 하이든의 풍부한 음악적 지혜가 그대로 적용됐다. 하이든의 현악4중주에는 4개 현악기 현의 두 가락의 상단 라인과 거의 모든 낮은 현의 음조에까지 다양한 음악적 음조의 구성으로 진화한 것으로 ‘현악4중주의 음악성’을 정직하게 경험하게 한다. 구조적으로 복잡한 음계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추적한 바이올린의 현란한 연주에 이어, 첼로 부분에 기대어 안정적인 음조, 이어서 바이올린 음계의 상승과 비올라의 분할, 비올라 연주를 강화하는 첼로의 연주, 마치 표준 오케스트라의 기초를 형성하듯이 악기별 섹션의 구성을 각기 평행으로 내달리는 4개의 현 구성은 음악에 있어서 ‘심미적인 논리’를 형성한다.

유럽에서 교회의 옛 수도승이 하이든의 악보를 베끼면서 하이든을 존경하고 된 이유에는 ‘하이든의 펜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것이 내겐 너무나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이자, 내 기억에서 너무 깊은 자연의 인상을 그대로 옮겨 적는 인상이었다. 악보를 옮길 때마다 내 손이 다 떨려 악보를 더 이상 그릴 수가 없었다’ 는 이야기는 빈 소리가 아닌지도 모른다.

   
▲ < 현악4중주단 ‘콰르텟 크네히트’-Quartet Knecht- 완쪽부터 제2 바이올린에 김덕우(서울시향), 첼로에 주연선(서울시향 첼로 수석), 독일의 현대음악 단체인 ‘앙상블 모데른(Ensemble Modern)’의 멤버로 활동한 비올라 이수민,제1 바이올린에 임가진(서울시향 바이올린 수석)> 사진=콰르텟 크네히트
 
‘콰르텟 크네히트’의 하이든 현악 사중주 C장조, 작품 76-3 “황제” String Quartet in C major, op. 76-3 Hob. III: 77 "Emperor"의 연주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첼로 부분의 연주가 곡의 정교함을 더한다는 사실이다. 음색은 마치 대위법으로 연속되는 듯이 흘러가면서도 ‘옥타브’가 배로 튈 때마다 두 개의 바이올린 사이에 하나의 비올라가 조금 두꺼운 소리를 내고 지나가면, 첼로에 의해 옥타브는 안정적으로 안착된다. 빠르고 활발하며 생기 있는 두 대의 바이올린 연주와 비올라의 부드러운 화음에 이은 첼로 연주의 반듯함은 젊은 첼리스트 주연선(서울시향 첼로 수석)의 실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현악 사중주 D장조, 작품 64-5 “종달새” String Quartet in D major, op. 64-5 Hob. III: 63 "The Lark”의 연주에는 4중주의 미세한 음색의 적분(積分)이 공평하게 나눠지는 부드러운 화음을 나는 경험했다. 하이든의 4중주 작품에서 이 곡은 자연에서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음(音)을 인공의 음으로 전이(轉移)한 듯한 간접적인 체험을 동반하는데, 먼저 제1 바이올리니스트 임가진의 정교한 활의 놀림이 전체 연주를 리드하면서 연주의 선두에서 치고 나가는 연주의 부드러움은 바이올린의 ‘포르테’의 강도에서조차 부드러운 알레그로를 잊지 않고 음색의 색상은 더없이 안정적이라는 것에 특징이 있다. 이는 곡 전반의 초점을 임가진이 나서서 제대로 조율한다는 느낌이었고 그의 뛰어난 기량과 완전한 헌신의 연주태도를 엿보게 한다.

현악 사중주 F장조, 작품 3-5 “세레나데” String Quartet in F major, op. 3-5 Hob III:17 "Serenade"의 연주에서 4중주단 ‘콰르텟 크네히트’는 ‘젊은 하이든’을 들려준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연주한 비올라주자 이수민과 제2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서울시향)의 젊음연령은 연주에서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부드러운 긴장은 멋진 음색의 바이올린 음으로 재생되고 인간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비올라의 음조는 가장 친밀한 신체의 접촉을 느낄 만큼 기쁨을 전체 곡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경쾌하고 익살스러운 분위기로 자유로운 형식을 표현하는 스케르초(scherzo)는 표현의 강도에서 약간의 기복을 제공하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활달한 음표 리듬은 하이든의 특성에서 갖는 가벼움과 섬세함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었다. 제2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와 비올라의 연주에서 마치 경쾌한 듀엣 연주에서 경험하는 즐거움을 연주에서 경험한다. 특히 제1 바이올리니스트 임가진의 유려한 연주에 가벼운 터치로 호응하는 이수민의 비올라의 음은 김덕우의 피날레로 향하는 절정에서 따뜻하고 강한 색상을 들리고 보게끔 한다.

4중주단 ‘콰르텟 크네히트’ 연주CD는 감정적으로 시원하고 하이든의 음악에서 구성 할 수 있는 표현력을 제대로 공유하고 있다. 이들 4중주단 앙상블 사운드의 기본은 견고했고 능숙했다. 네 개의 현은 아름답게 서정적이었다.

이들의 다음 작품인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곡이 벌써 기대된다. 이들이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제14번 "죽음과 소녀"의 막막하고 슬픈 세계를 이들은 또 어떻게 연주하고 표현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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