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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자회사=민영화라고 의심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자회사=민영화라고 의심하는 이유는
[뉴스분석] 자회사 이익 몰아주기, 민간 매각 가능성 열려있어… 적자 노선 철수·분리 수순? 공공성 위축 불가피

“부패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하려 한다.” (노암 촘스키 미국 매서추세스공대 교수.)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KTX를 운영할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를 만들긴 하지만 이 자회사의 지분 59%를 공공부문이 보유하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매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반발이 나오자 정관에 매각 금지 조항을 넣겠다고도 했다. 정관을 개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머지 41% 지분을 보유하게 될 철도공사의 동의 없이는 정관 개정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의료 민영화 논란을 촉발시킨 병원 자회사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인에 영리적 목적의 자회사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어차피 모든 병원에서 건강보험을 그대로 적용할 거라 진료비가 인상되는 일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정부도 의료 민영화를 반대한다”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고 문형표 장관은 “항상 주머니에 사표를 넣고 다닌다”면서 “다른 부처에서 영리병원을 추진하면 장관직을 걸고 막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자회사=민영화라고 의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만약 정말 정부가 철도공사의 적자를 줄이는 게 진짜 목적이라면 100% 자회사로 만들고 돈 되는 수서발 KTX를 철도공사가 직접 운영하도록 하면 된다. 공사비가 문제라고? 만약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철도공사에 국고 지원을 하거나 보증을 서고 채권을 발행하면 된다.

둘째, 경쟁 체제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애초에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적자 노선을 유지하면서 알짜배기 KTX만 굴리는 자회사와 동등한 경쟁이 될 수가 없다. 가뜩이나 수서발 KTX는 요금을 10% 낮게 책정할 계획인데 철도공사 모회사의 적자는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셋째, 방만한 경영이 문제라고? 철도공사는 2005년 출범 때부터 5조8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출범했다. 부채비율이 2005년 70.3%에서 2009년에 88.8%로 늘어나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2009년 인천공항고속철도를 인수하면서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실패하면서 대손충당금을 2조7000억원 설정하면서 부채비율이 244.2%까지 늘어났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철도공사의 부채가 17조6000억원, 부채 비율은 433.9%에 이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높은 인건비 등으로 인한 지속적인 운영적자 충당, 국제 회계기준 변경(K-IFRS 도입)으로 계열사 부채 포함, 고속철도 운영을 위한 신규차량 구입 등을 위한 자금 소요가 원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높은 인건비도 문제지만 좀 더 구조적인 요인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넷째, 철도공사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19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평균 연봉 6481만원이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직원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8779명, 지난해 철도공사 매출 4조8157억원 가운데 인건비가 2조97억원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철도공사 적자의 근본 원인은 높은 인건비 보다는 구조적인 낮은 수익성에 있다.

다섯째,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KTX를 자회사로 만들더라도 신규 수요가 창출되는 것일 뿐 서울역의 승객이 옮겨가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철도공사 자체 조사에 따르면 수서발 KTX 자회사가 설립될 경우 차량 임대료와 정비 수익 등으로 발생할 이익이 119억원, 서울역 승객 수 감소로 줄어드는 이익이 1078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장영기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적자를 해결해 줄 알짜 노선을 떼어 민간 기업에게 던져주는 것은 구조개혁과 적자해소 등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정관은 주주의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고 대통령 공약도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되는데, 주식회사의 정관이야말로 풍전등화”라면서 “정관 변경의 요건을 강화하고 못하게 한다는 것도 전혀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철도공사가 적자 규모를 줄이려면 관리 인력을 줄여 직원들을 자르거나 요금을 올리면 된다. 정부가 선로 사용료를 줄여주거나 정선선과 태백선 등 8개 공익 서비스 노선의 보조금만 제대로 지급해도 당장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철도공사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낸 선로 사용료는 4조4000억원에 이르는데 이 기간 동안 누적 영업적자가 4조1000억원이다.

그러나 선로 사용료를 깎는 문제는 결코 쉽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철도시설공단의 부채도 15조2520억원, 이 가운데 KTX 건설 비용이 12조5405억원이나 된다. 선로 사용료는 KTX의 경우 매출액의 30%, 일반 철도는 유지보수 비용의 70%를 내도록 돼 있다. 그러나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철도공사가 낸 선로사용료는 모두 7131억원, 이 기간 동안 철도시설공단이 내고 있는 이자는 3조2280억원에 이른다. 철도공사는 선로 이용료를 깎아달라고 하고 철도시설공단은 더 높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철도공사는 적자를 감수하고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지역의 적자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수서발 KTX 자회사는 흑자 노선만 골라 운영하게 된다. 수서발 KTX는 요금을 낮추거나 선로 사용료를 더 낼 수도 있지만 수서발 KTX와 경쟁하려면 철도공사는 인력을 줄이거나 임금을 깎고 돈 안 되는 노선을 접을 수밖에 없다.

KTX의 적자가 높은 인건비와 방만한 경영 탓일 수도 있지만 철도공사는 애초에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철도공사의 적자는 공공성의 대가다. 전국 방방곡곡에 철로를 연결하고 때로는 텅텅 빈 객차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적자다. 만약 철도공사의 적자를 줄이려면 돈 되는 노선에 집중하고 요금을 끌어올리면 된다. 수서발 KTX 자회사를 우려하는 건 돈 되는 노선만 떼서 분리하고 적자 노선만 정부 소유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익 서비스 노선만 떼서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수서발 KTX 자회사를 민영화의 전 단계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영화라고 부르든 사영화라고 부르든 결국 수서발 KTX 자회사는 민영화나 다름없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고 철도공사의 부실을 더욱 가속화하고 철도의 공공성을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병원 자회사도 마찬가지다. 자회사의 범위를 단순히 환자 편의를 위한 부대사업을 넘어 모든 의료 부문 사업에 확장해 자회사가 모회사에 건물을 임대하거나 의료기기를 리스하고 약품 및 의료용구를 공급하고 심지어 주식회사로 상장할 수도 있게 된다. 모회사인 병원은 비영리 법인이지만 자회사를 통해 영리 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보건복지부는 중소병원들 수익구조가 악화돼 폐업이 늘어나고 있어 수익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지만 병원 자회사를 허용하면 대형 병원들이 수직 계열화를 통해 서비스를 확대하고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영리병원 전면 허용과는 다르다는 지적도 많지만 사실상 영리병원과 다름없는 부작용을 초래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이미 상업화될대로 상업화된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의 마지막 보루 가운데 하나인 병원의 영리병원개설 금지조항을 무력화시키는 조치이며 병원을 더욱 영리화시켜 국민의료비를 상승시킬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우 실장은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의료 민영화 정책은 지난 2008년 촛불항쟁으로 철회됐던 이명박 정부 초기 의료 민영화 정책보다도 한발 더 나아간 의료 민영화 쓰나미라고 부를 만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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