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9>에 대한 중징계가 결정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9일 야권 추천 위원 일부가 퇴장할 만큼 여야 추천 위원들 간의 격론이 일었지만 여권 추천 위원들의 의견대로 결론났으며, 제재 수위도 예상보다 높았다.
 
방통심의위 전체회의는 JTBC <뉴스9>의 11월11일자 보도가 제14조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고는 민원이 추가로 제기되자 이를 병합해 심의,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제재를 내렸다. 이는 벌점4점으로 ‘과징금’ 부여 다음으로 높은 수위의 제재다. 앞서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15일자 보도의 제9조2항 공정성 조항 위반만을 다뤘다. 야권 추천 위원들이 “유례없는 병합 심의”라고 반발했지만 조정 끝에 심의가 이뤄졌다.
 
JTBC는 이날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소식을 톱뉴스와 2번째 리포트에서 다뤘으며 이어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을 출연시켜 이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또한 김종철 연세대 교수를 이번 청구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고 뉴스 후반부에서는 이번 해산 청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여권 추천 위원들은 관련 보도를 두고 “9시뉴스는 시사해설이나 토론보다 엄격한 최고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이번 뉴스는 종합뉴스 사상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긴 가장 대표적인 수치스러운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들은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에 대한 정부 측 주장과 다른 출연자들만 출연시킨 점 △헌법학자 및 시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이 자의적이라는 점 △이 사안과 무관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유도성 질문을 했다는 점 등을 문제삼았다. 이는 결국 손석희 JTBC 보도 부문 사장의 진행 및 해석에 대한 비난과 공격이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시간 할애를 두고 뉴스 시간 가운데 상당 부분이 김재연 대표와 김종철 교수 등에 일방적으로 할애됐다고 주장했다. 권혁부 부위원장(방송심의소위원장)은 “정부가 정당해산청구를 한 이유가 나온 첫 번째 리포트가 이날 뉴스의 핵심인데 이는 1분49초에 불과하고, 김재연 대변인의 해명은 8분으로 전체 뉴스의 5분의1을 차지했다”면서 “정당 해산 청구를 설명한 법무부장관의 발언 등은 19초에 불과했다”고 했다. 
 
박만 위원장은 “김종철 교수가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청구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고 출연시켰느냐”면서 “(당시 방송 발언을 보면)절차적 문제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권 부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정부 측 입장과 반대되는 출연자들을 출연시킨 것이 문제였다는 의미다. 
 
여론조사 해석을 두고도 ‘자의적’이었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권 부위원장은 “정당 해산 청구에 찬성한다는 (시민 대상 여론조사)응답이 47%, 반대한다는 응답이 22%로 찬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음에도 손석희 앵커는 ‘이석기 의원 등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온 뒤에 답하겠다’는 응답 19.3%를 반대쪽과 합쳐 놓고는 찬반 응답률 격차가 ‘오차 범위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뉴스 9> 앵커인 손석희 JTBC 보도 부문 사장은 지난달 5일자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 47.5% “적절한 조치”> 리포트에서 “정당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침해한다는 의견과 재판결과가 나온 뒤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합치면 41.3%이고 이번 조치가 적절하단 의견이 47.5%로 오차범위 내이긴 하나 전체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이번 정부조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헌법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엄광석 위원은 “설문에 참여한 헌법학자 가운데 6명은 찬성, 7명은 반대, 3명은 무응답했다. 찬반 의견이 거의 반반이라면 해설에 찬성 의견도 나와야 균형(에 맞다)”이라며 이날 의견진술자로 나온 오병상 JTBC 보도국장에게 “공정성에 어긋난 점을 인정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손 사장은 지난달 11일자 <헌법학자가 보는 통진당 해산…“헌재 받아들일 것” 우세> 리포트에서 “많은 학자들은 예민한 문제라며 답을 하지 않았지만 응답자 16명 가운데 통진당 해산에 찬성한다는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6명 찬성, 즉 3분의 2 이상은 물론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손 앵커가 박원순 시장에게 이번 사안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 자체를 문제 삼기도 했다. 권 부위원장은 “시정 성과를 듣는다는 기획으로 출연했는데 손 시장이 (통합진보당 관련)질문을 던진 것을 두고 내부에서도 ‘물어서는 안됐다’는 비판이 있는 걸로 안다”면서 “더군다나 박 시장이 손 사장의 의도에 끌려가지 않는 답변을 하자 보충 질문을 했다. 어떻게 봐도 앵커가 의도를 갖고 유도성 질문을 해서 해산 심판 청구는 잘 한 것이 아니라는 최소한의 답변을 얻어내려는 의도로 읽혔다”고 했다. 이어 “(손 사장이)‘시간이 남아서 관련 사안을 물어봤다’는 것도 트릭”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병상 보도국장은 “리포트할 때 선택과 집중을 한다. 정당 청구 해산 사유는 최대한 압축해서 전한 뒤 통합진보당 당사자를 불러서 그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려고 했으며 헌정 초유의 사건인데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 그 부분을 다루려고 했다”고 말했다. 
 
여권 위원들 일부는 경고 및 주의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5명이 ‘관계자 징계 및 경고’로 의견을 모았다. 박 위원장은 “정확한 사실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정규 뉴스 시간에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심판을 의도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한 것은 매우 큰 일”이라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종합뉴스가 이렇게 한쪽으로 쏠려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공정성을 심하게 위반했다”면서 “또한 시민 여론조사의 찬반 응답률이 마치 오차 내 접점을 벌이는 것처럼 전하는 건 오보이자 객관성 위반”이라고 했다. 구종상 위원도 “종합뉴스가 가져야 할 공정성에 문제가 있고 여론조사도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고, 최찬묵 위원도 “선택과 집중을 한다고 했지만 방송심의 규정에 어긋났으며 그 내용도 중하다”고 했다. 
 
‘주의’ 의견을 낸 박성희 위원은 “정치적 의견의 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걸 보장해야 할 권리보다 더 중요한 건 확고한 국가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JTBC의 국가관이 이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여러 가지 형식을 시도하고 김재연 대변인을 출연시켜서 시청률 올리려고 한 결과, 의견진술자도 인정했듯이 공정하지 않은 포맷”이라고 했다. 
 
   
▲ 손석희 JTBC 보도 부문 사장
 
야권 추천 위원들은 JTBC <뉴스9>에 대해 TV조선 <뉴스쇼 판> 심의 건와 다른 심의 잣대로  심의하고 있다고 크게 반발했다. 18일 방송심의소위에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가 박원순 서울시장 등 3명의 자치단체장에 대해 ‘종북’이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객관성 및 공정성, 명예훼손 위반 여부를 심의했으나 여권 추천 위원들은 ‘의견 제시’ 의견을 했다. 
 
김택곤 위원은 “손석희 앵커와 최희준 앵커 가운데 누가 중립성을 지켰느냐고 물으면 손석희 앵커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 취했다고 본다”면서 “정미홍 전 아나운서가 이 방송에 출연해 사실과 다른 말을 많이 했고 그 결과 민사소송에서도 패소했지만 여권 추천 심의위원들은 ‘의견제시’로 그쳤다”고 지적했다. 장낙인 위원은 “우리가 위원들의 제재 수위(의견)에 대해 말하지 말자고 했지만 어제 일과 오늘일이 너무 다르다는 말을 안할 수가 없다”면서 ‘문제없음’ 의견을 내고 퇴장했다. 
 
박경신 위원은 “오늘은 최악의 심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위원은 “방송사들이 (정권에)장악당하면서 모든 방송들이 보수 편향된 방송만 쏟아내는 가운데 종합편성채널에서 균형 잡힌 방송을 해보겠다며 시작한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가혹하게 심의를 하면서 정미홍 건 포함해서 다른 방송은 너그럽게 심의하는 건 방통심의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이렇게 중징계하면 심의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국 인사고가에 영향을 미치고 제대로 방송하려는 사람은 이번 징계를 빌미로 해서 내부 징계를 당하든지, 중요한 프로그램을 안 맡기든지  내부적으로 영향을 준다”면서 “방통심의위는 해당 사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심의가 결국 JTBC 뉴스은 물론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박 위원도 결국 회의석상을 떠났다. 
 
한편 JTBC <뉴스9>에 대한 심의는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심의위에는 JTBC 지난달 21일 및 28일자 뉴스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한 것과 26일 박창신 신부 발언으로 일어난 논란을 전하면서 김형태 변호사를 출연시킨 점도 심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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