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모델 미란다 커가 네이버 실시간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던 지난 2일 동아닷컴은 하루 동안 84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조선닷컴은 60건을 쏟아냈다.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맞춰 비슷비슷한 기사를 쏟아내는 전형적인 검색 어뷰징이다.

이 정도면 다른 언론사들은 제휴 위반으로 진작에 퇴출됐겠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네이버의 거듭된 경고조차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한국언론학회 특별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부국장은 “네이버는 검색 어뷰징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어뷰징을 중지해달라는 메일을 보내고 있지만 일부 대형 매체들은 이런 요청을 무시하고 어뷰징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네이버에게는 이들 대형매체를 통제할 힘이 없다”고 지적했다. 엄 부국장은 “너희가 우리를 감히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조선닷컴은 지난 2일 하루 동안 60건의 미란다 커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엄 부국장에 따르면 이날 연예전문 인터넷신문 뉴스엔은 미란다 커 관련 기사를 26건 내보냈다. 파이낸셜뉴스는 4건, 아시아경제는 2건 내보냈다.

엄 부국장은 “다들 검색 어뷰징을 하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특히 더 심하다, 그런데도 네이버는 작은 언론사들만 압박하거나 퇴출시키고 정작 가장 심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집요한 검색 어뷰징은 묵인 또는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인터넷 트래픽 분석 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뉴스미디어 카테고리 가운데 월간 순방문자 기준으로 네이버가 1708만명으로 1위, 다음이 1417만명으로 2위, 그리고 동아닷컴과 조선닷컴이 각각 955만명과 918만명으로 3위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조선닷컴은 뉴스스탠드 이후 검색 유입이 오히려 늘어났다. ⓒ코리안클릭 자료.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뉴스스탠드로 바뀌면서 주요 언론사 페이지뷰가 반토막 이상 급감했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크지 않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조선닷컴의 경우 지난 3월 순 방문자수가 1491만명에서 11월에는 1064만명으로 28.6% 줄어드는 데 그쳤다. 동아닷컴은 1381만명에서 985만명으로 28.7% 줄어드는 데 그쳤다.

조선닷컴은 3월 기준으로 네이버 첫 화면에서 유입되는 순 방문자수가 1168만명이고 네이버 검색 유입이 323만명이었는데 11월에는 검색 유입이 552만명으로 늘어난다. 네이버 첫화면 유입이 사라진 대신 뉴스스탠드 유입은 85만명 수준으로 줄었고 상대적으로 검색 의존도가 높아졌다.

동아닷컴도 네이버 검색 유입이 464만명에서 606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3월 기준 네이버 첫 화면 유입은 975만명이었는데 11월 뉴스스탠드 유입은 78만명 밖에 안 됐다.

반면 뉴스스탠드 회원사가 아닌 뉴스엔은 검색 유입에 큰 변화가 없었고 파이낸셜뉴스의 경우 네이버 검색 유입이 140만명에서 127만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파이낸셜뉴스의 경우 네이버 첫 화면 유입이 739만명이었는데 뉴스스탠드에서는 28만명으로 줄었다.

뉴스스탠드 이후 전반적으로 트래픽이 급감했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검색 어뷰징으로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만회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엄 부국장은 “검색 어뷰징 및 뉴스스탠드 선전성 문제 등은 네이버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일부 대형매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언론학회 등이 나서서 정기적으로 모니터를 시행해 매체 실명으로 결과를 공개하고 결과에 따라 포털 뉴스 검색 등에서 퇴출하거나 검색결과 노출 에서 제외한다거나 하는 등 패널티를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 부국장은 “이런 제도적 장치를 기반으로 과거 뉴스캐스트 형태의 서비스도 검토해봐야 한다”면서 “서비스 변화에 따른 절대적인 트래픽 감소는 또다른 편법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조선·동아의 검색 어뷰징은 꽤 오래된 문제기도 하고 형평성 논란도 많은데 네이버는 지켜보고 있다고만 말한다"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네이버의 공정성 이슈가 다시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제현 아시아경제 본부장은 “연일 네이버 비판 기사를 써댔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기사가 뚝 끊겼는데 이게 현상의 본질을 말해준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서비스실 실장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경우 검색 어뷰징이 맞다”면서 “제휴 조건 위반이고 제휴 중단 사유도 된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검색 어뷰징을 막는 해법을 비롯해 뉴스 서비스 개편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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