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보도국장 이후 메인뉴스가 ‘동물의 왕국’이 됐다. 미디어오늘은 김장겸 국장의 취임일인 5월 23일 전후 1년간 MBC <뉴스데스크>에 등장했던 동물뉴스를 찾아봤다.

그 결과 5월 24일부터 11월 24일까지 6개월 동안 총 99건의 동물 아이템을 확인했다. 황용구 보도국장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올해 5월 23일까지 6개월 간 동물 아이템은 26건이었다. 동물뉴스는 4배 가까이 늘어났다.

김장겸 국장 취임 이후 <96전 96패 꼴지馬 전설이 되다…한국 경마사 신기록>(5월 26일), <필리핀 판 ‘오수의 개’ 감동…새끼 배고도 온몸 던져>(6월 5일), <도심 멧돼지 출몰, 진돗개와 혈투…실탄 3발 쏴 사살>(6월 9일) 등의 기사가 나갔다. 6월 11일에는 <미국에 괴물 모기 출현…일반 모기 20배 공포>라는 기사가 세계를 흔든 美 스노든의 폭로 <국가기관 도감청 언론에 폭로…반역자 vs 영웅 논란> 기사보다 다섯 번째 앞에 배치됐다.

MBC 동물뉴스는 <사건현장 ‘개코 형사’ 맹활약…8마리 수사견 대견>(6월 12일)과 같은 미담기사부터 <물 반 고래 반…울산 앞바다 참돌고래 떼 4천5백 마리 ‘장관’>(6월 15일)과 같은 영상 기사, <4m 크기 ‘대형 가오리’ 잡혀…단 돈 5만원에 팔렸다>(6월 21일)와 같은 단신기사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여름철에는 <90만 명 사망? 모기와의 전쟁 인류의 절박함>(6월 30일)처럼 곤충을 다루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 MBC '뉴스데스크' 6월 12일자.
 

   
▲ MBC '뉴스데스크' 9월 14일자.
 
<해양경찰 출동…제주 앞바다 돌고래 구출작전>(8월 13일)이나 <집채만한 대왕오징어?…상상 그 이상 생물체 발견>(8월 20일), <물웅덩이에 청산가리 타 코끼리 81마리 독살 ‘상아 노리고’>(9월 28일), <티라노사우루스 DNA 발견…쥬라기 공원 현실로?>(9월 14일)와 같은 기사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밖에도 진드기·장마·더위·싱크홀 등 첨예한 사회갈등과는 거리가 먼 자연 아이템들이 눈에 띄었다.

자연에 대한 MBC보도국의 관심은 점점 커져 <도토리 씨를 말리는 거위벌레…산짐승 굶주린다>(9월 2일), <곤충이 미래식량? 최대 장점 ‘풍부한 영양분’>(9월 6일)같은 보도도 눈에 띄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식 논란에 흔들릴 때도 <18번째 새끼 ‘출산드라’ 장순이…다산왕 기네스북 등재>(9월 9일)와 같은 동물뉴스는 계속됐다. <어디서, 왜 자꾸 나타날까…세계는 지금 멧돼지와의 전쟁 중>(10월 23일)과 같은 기사에선 진지함마저 느껴졌다.

   
▲ MBC '뉴스데스크' 9월 9일자.
 

   
▲ MBC '뉴스데스크' 10월 23일자.
 
동물뉴스는 월별로 보면 김장겸 보도국장 취임 직후였던 6월이 23건으로 제일 빈번했다.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동물은 멧돼지(8건), 개(7건), 돌고래·호랑이(4건) 순이었다. 동물뉴스의 증가는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사건 등 주요한 공적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MBC뉴스의 현주소를 보여줘 상징적 의미가 크다. 동물과 자연에 집중한 만큼 ‘인간사회’ 이슈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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