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지난해 편파보도 논란으로 자사 기자회의 제작거부와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파업이란 거센 내부 저항에 부딪혔다. 올해 새로운 사장이 임명되고, 보도본부장 및 보도국장이 교체됐지만 이 논란은 꺼지지 않고 있다. 이런 MBC 보도의 문제는 ‘인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 주>
 
지난 11월 MBC 보도국 사회1부장이 갑작스레 교체됐다. 배선영 경제부장이 사회1부장으로 이동했다. ‘부정기’ 인사였지만, 인사사유가 뚜렷하지 않았다. 배 부장은 과거 때에 따라 정치부 혹은 경제부에 속했던 정보통신부를 오랫동안 출입했고 사회부 경력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 부장은 김장겸 국장이 정치부장인 지난해 정치부 기자였다가 지난 5월 23일 김 국장 취임과 함께 경제부장으로 승진했다. MBC 보도국 내부에서는 사회1부장 인사를 두고 “김 국장이 주도하는 현 보도국의 성격이 더욱 강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해당인사로 뉴스의 성격을 주요하게 규정하는 국회 및 검찰 관련 뉴스를 책임지는 정치부·사회1부장이 모두 김 국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이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임명된 박승진 정치부장은 부장 승진 전까지 청와대 출입기자(1진)였다. 박 부장은 청와대 출입기자이었던 4월, MBC 차기 사장을 묻는 허태열 비서실장의 질문에 “정치색이 있는 노조하고는 관계가 없는 분”이라고 답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보도국의 ‘핵’에 경력·시용 출신 기자들이 다수 
언론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정치부와 사회1부 검찰팀 기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해당 부서의 성격은 더욱 뚜렷해진다. MBC 파업과 다소 거리가 있거나 파업 기간과 올해 2월 경력 채용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앞서 MBC는 파업이 벌어졌던 지난해 3월과 5월 각각 3명과 4명의 전문·경력기 자를 채용했고, 6월에는 시용(1년 근무) 기자 21명(퇴사자 4명 포함)을 대거 채용했다. 시용 기자에 대해서는 특히 파업 대체 인력으로 규정, 당시 MBC 본부는 “'말 잘 듣는 자', '영혼 없는 기자'를 양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채용을 강행했던 MBC는 올해 6월 시용기자 1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지난해 8월(1명)과 올해 2월(20명) 진행된 경력 채용은 파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기자들이 직무와 상관없는 부서로 배치되거나 ‘신천교육대’로 불린 MBC 아카데미에서 징계 성격이 강한 교육명령을 수행하던 시기 이뤄졌다.  
 
먼저 정치부를 살펴보면, 정당팀은 여당 담당 5명, 야당 담당 3명으로 총 8명이다. 여당 반장 박상규 기자는 부산MBC 출신으로 지난해 8월 경력 채용됐고, 나머지 기자 2명은 올해 2월 경력채용으로 MBC에 입사했다. 다른 한 기자는 파업에 참가했으나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당 반장을 맡고 있는 현원섭 기자는 지난해 대선 당시 ‘안철수 논문 표절’ 대형 오보를 낸 당사자다. 다른 야당 담당 기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시용 출신 기자로 입사했고, 나머지 한 명은 올해 2월 뽑힌 경력기자다.    
 
이밖에 청와대를 맡고 있는 두 기자 가운데 박성준 기자는(1진) “달라졌다”는 평가를, 다른 한 가지는 시용기자 출신이다. 이렇듯, 국회·청와대 담당 기자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이 파업 이후 뽑힌 경력·시용 출신 기자들이거나 파업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편파뉴스 양산하는 임시직을 반대한다."              @이치열 기자
 
7명의 법조팀 기자들도 1명을 제외하고는 상황이 비슷하다. 가운데 제3노조인 ‘MBC노동조합’의 공동위원장이자 법조반장인 김세의 기자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김 기자는 이전까지 한 번도 검찰 출입을 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법조반장이 되기 직전인 정치부 기자 시절이었던 지난 6월,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겸직을 한다’는 대형 오보를 낸 후 오히려 법조반장이 됐다. 이런 김 기자와 법조팀장인 전재호 기자 모두 파업에 참가했지만 이후로는 정치부의 일부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길’을 걸어갔다. 법조팀의 2명은 지난해 2월 입사한 전문기자이며 나머지 두 명은 시용기자 출신이다. 
 
반면 ‘공정방송’을 외치며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기자들은 파업에서 복귀한 지난해 7월로부터 1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 여전히 주요 출입처에서 배제되고 있거나 취재 현장으로부터 다소 벗어난 보도전략부와 뉴미디어뉴스국에 주로 배치돼 있다. 이는 ‘김재철 체제’의 보도 편향성 논란에 휘말렸던 황헌 전 보도국장이 현재 라디오뉴스프로그램 <뉴스의 광장>을 진행하거나 대변인 역할을 한 이진숙 워싱턴지사장이 평일 내내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워싱턴리포트’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과도 비교된다.   
 
‘편파논란’ 대선개입·NLL 관련 의혹 기사 생산 
MBC 한 기자는 “경찰 출입 파트에서도 특종이 많이 나오지만 국회팀이나 법조팀은 사회를 움직이는 파워엘리트층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파트이다 보니 보도국 수뇌부의 일차적인 관리 대상이기 때문에 보도국장의 의중이 많이 작용된다”며 “그럼에도 현 인력 배치가 문제라고 하는 건 보통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사내외 평가를 반영해서 모두가 인정할만한 수준에서 하는데 현재의 인사는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BC의 인력 배치가 더욱 눈길을 끄는 건 국회팀과 검찰팀이 쓰는 기사가 현재 ‘편파보도’ 논란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편파보도 논란 대상으로 떠오른 MBC 뉴스는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2007년 남북정상회의 회의록 관련 의혹을 다룬 보도였다. 
 
MBC 다른 기자는 “MBC 보도는 이전 시기에 비해 80%는 정상궤도에 올랐다.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들도 현장에서 열심히 취재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MBC 보도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국회팀과 법조팀에 보수적 성향을 띤 인물들과 파업 이후 들어온 시용·경력기자들 중심으로 채워지다 보니 뉴스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장겸 보도국장, 박승진 정치부장, 배선영 사회1부장과 함께 현 보도국의 정체성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은 오정환 편집부장이다. 지난해 연말 인사로 편집부장이 된 그는 ‘이슈는 피하고 여권에 불리한 사안은 후반부에 배치한다’는 비판을 받는 <뉴스데스크> 제작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김장겸 MBC 보도국장
 
MBC 뉴스에 대한 오 부장의 인식은 최근 MBC 본부가 낸 민실위 보고서에 대한 반응에서 짐작할 수 있다. 오 부장은 MBC본부가 ‘MBC 영향력·신뢰도 0%’라는 결과 등이 나온 전문가·기자·학자들의 평가를 언급하자 ‘MBC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내린 불공정한 평가’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 글은 오 부장의 뉴스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사실상 김장겸 보도국장의 입장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현 보도국을 이끄는 주요 간부들과 일선 기자들 간의 인식 차이는 드러내고 있다. 
 
“‘신뢰와 균형’ 최우선”이라는데 시청자는 떠나갔다
그렇다면 MBC 보도국 간부들이 추구하는 뉴스 전략은 뭘까.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로는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지난 10월 MBC 공식블로그에 남긴 글이다. 권 보도본부장은 “ MBC뉴스는 무엇보다 ‘신뢰와 균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면서 “이런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선 시청자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사실 뉴스의 소재는 우리 생활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고, 경험한 것이 곧바로 생생한 뉴스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뢰와 균형, ‘시청자로부터 생산되는 뉴스’ 등을 지향하는 MBC <뉴스데스크>는 그러나 시청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MBC의 공식적인 시청률 집계 기관인 TNmS(수도권 기준)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MBC는 KBS와 SBS에 항상 밀렸다. 김장겸 보도국장이 취임한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MBC 뉴스의 월별 평균 시청률은 7.7→8.0→8.7→→8.7→8.1→8.0→8.2로 6개월 동안의 평균 시청률 8.2%을 기록했다. 
 
이 기간 KBS는 14.5→16.9→15.6→15.3→17.2→16.3로 평균 시청률 16.0%로, MBC보다 2배가량 높았다. SBS는 8.6→9.9→10.2→9.4→9.3→9.1로 평균시청률 9.4%다. MBC는 KBS는 물론이고, SBS와의 경쟁에서는 작게는 0.7%포인트에서 많게도 1.9%포인트 차이로 모든 월평균 시청률에서 뒤졌다. 지난해 파업기간 뉴스시청률인 6.5%(닐슨코리아 기준·방송문화진흥회 자료)에 비하면 일정 부분 나아진 지표지만 SBS를 앞섰던 파업 이전과 비교해보면, 절반 수준밖에 회복되지 않은 셈이다.
 
MBC는 뉴스이미지 제고와 시청률 반등 등을 목표로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를 단행, 지난달 25일에는 시청률이 10%대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지난 1일에는 5.3%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출렁거리는 시청률은 현재 MBC 뉴스의 고정 시청자층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앵커 교체라는 변수가 MBC뉴스에 대한 인식변화로 이어지기엔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MBC의 뉴스 전략과 관련해서는 ‘집토끼는 잃고, 산토끼도 잡지 못했다’는 공통된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C 뉴스의 주 시청자층은 30~40대 젊은 층인데, 논조가 달라진 이후 이들이 SBS나 JTBC로 떠났고, 그렇다고 50대 이상을 끌어들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MBC 기자들은 “겉으로는 시청자를 위한 뉴스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뉴스를 무력화시켰다. 이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하거나, “보도국 수뇌부의 뉴스 전략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결론적으로 공익에 부합하지 않고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MBC 보도의 문제점은 ‘인사’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MBC 다른 기자는 “김장겸 보도국장과 김종국 사장이 지금의 MBC뉴스를 만들고 있다. 손석희 사장이 JTBC 뉴스를 혁신적으로 바꾼데서 보듯, 결국 뉴스는 사람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청와대·국회·검찰 등 권력기관 출입기자들이 언론사 사장이나 보도국 간부들의 정치적 라인업에 따라 재편되기 때문에 정파적으로 편향된 보도가 나온다”면서 “유능한 기자나 정의로운 기자보다는 현 정권에 부합하는 기자로 배치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국장에게 △청와대 담당과 정당팀, 법조팀이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자들은 배제되고 경력·시용 출신 기자들로 대다수 채워진 이유 △정당팀과 법조팀이 쓴 기사 때문에 MBC 편파보도 논란에 휩싸인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 △김 국장이 생각하는 MBC 뉴스 전략 및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 △보도부 수뇌부가 바뀌지 않는 한 편파뉴스 논란이 꺼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에 대한 입장 등을 묻기 위해 노력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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