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엔터테인먼트(SM Entertainment, 이하 SM)는 한국 대중음악 산업계의 최강자이다. 1989년 이수만이 세운 SM은 한동준, 김광진, 현진영 등의 성공과 실패를 거친 후 1996년 에이치오티(H.O.T.)와 에스이에스(S.E.S.)를 내놓고 한국 대중음악 시장을 아이돌 중심으로 바꿔버리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악 기획사로 부상했다. 이후 신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Fly To The Sky), 보아(Boa) 등을 제작하며 아시아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시작한 SM은 2004년부터 동방신기, 슈퍼 주니어(Super Junior)를 내놓은데 이어 2007년에는 소녀시대를 데뷔시키며 한국 대중음악 시장을 다시 한 번 아이돌 중심으로 새롭게 진화시켰다.

특히 SM은 고급화 전략과 아시아 시장 공략이라는 두 전략을 통해 최강자의 위치를 굳건히 하면서 케이팝(K-Pop)의 시대를 선도했다. 그리고 소녀시대 이후 등장시킨 샤이니(SHINee), 에프 엑스(f(x))는 SM의 스타일을 다변화시켰고, 지난 해 데뷔한 엑소(Exo)는 올해에도 SM이 최강자의 위치를 지킬 수 있게 해주었다. 한편 2013년 8월 SM은 울림 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하면서 넬(Nell), 지선, 인피니트(Infinite)까지 한 회사로 끌어안았다.

SM에는 뮤지션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12년 SM C&C라는 자회사를 설립한 SM은 에이엠 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강호동, 김병만, 김수로, 김하늘, 신동엽, 이수근, 장동건, 전현무, 한채영 등 대표적인 MC, 개그맨, 배우들을 줄줄이 SM으로 데려왔다. 소속 연예인들의 이름만으로는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빅스타들이 거진 포진한 격이다. 게다가 계열사 설립, 흡수 합병 등의 과정을 거치며 회사의 규모도 계속 커졌다. SM 안의 자회사만도 (주)에스엠 컬처앤콘텐츠(SM C&C), (주)에스엠 에프앤비 디벨롭먼트(SM F&B Development), SM 어뮤즈먼트, (주)스타라이트, (주)갈갈이패밀리엔터테인먼트, (주)엠스튜디오씨티, (주)에스엠브랜드마케팅, SM 엔터테인먼트 재팬 등 여럿이다. 미국, 중국, 홍콩에도 현지 법인이 있다.

   
▲ 소녀시대
 
SM과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 JYP 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대표적인 3대 연예기획사로 알려져 있지만 세 회사의 체급은 결코 똑같지 않다. 실제로 코스닥에 상장된 SM의 시가 총액은 11월 29일 현재 8,661억인데 반해, YG의 시가 총액은 5,113억이고, JYP의 시가 총액은 1,501억이다. YG와 JYP의 시가 총액을 다 합쳐도 SM이 더 앞서는 것이다. 2012년 2분기부터 2013년 2분기까지의 음악산업 수출 현황을 봐도 마찬가지다. 2012년 수출액의 경우 SM은 1,036억원인데 반해 YG는 534.4억이고, JYP는 12.7억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도 SM 329.3억, YG 360.3억인데 반해 JYP는 아예 없는 것으로 잡혀 있다. SM의 상반기 수출액이 전년 대비 19.3% 줄어들었지만 SM의 독주 체제는 흔들림이 없다.

SM은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가 이미 아이돌 뮤지션의 대표주자로 확실한 중심을 잡고 있다. 게다가 올해에는 엑소가 음반 판매고 100만장 등의 성과를 올리고, 국내외 시장을 석권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등장했다. 서로 다른 컨텐츠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단단하게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빅뱅 말고는 믿을 구석이 별로 없는 YG나 바닥을 치고 있는 JYP와는 비교가 안 되는 상황이다. 또한 울림 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하면서 SM 안에 다양한 레이블이 공존하는 형태로의 변화를 예고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한 두 팀의 스타에 목을 메지 않겠다는 의미다. 상품을 다양화함으로써 수익 모델을 확대하고 이쪽에서 안되더라도 저쪽에서 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회사의 품과 크기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못하는 것이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소녀시대와 샤이니, 에프엑스가 내놓은 음악들이 과거보다 훨씬 강렬하고 독특하게 들린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최근 SM은 음악을 대충 만들어서 내놓은 적이 없었다. SM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내놓은 아이돌과 음악들은 보기 좋고 듣기도 좋은, 웰 메이드 상품이었다. 그런데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 엑스가 내놓은 최근 음악들은 잘 만든 것 이상이었다. 쉽게 흉내내거나 따라할 수 없는 음악이었고 그야말로 그동안 SM이 추구해온 완성도와 차별화에 대한 집착을 현재 SM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극한까지 밀고 나갔다고 볼 수 있는 음악이었다. 최강자로서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더 확실한 차별화, 고급화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차별화와 고급화 전략과, 남성 아이돌 그룹의 초기 형태를 재현하는 것처럼 보이는 엑소의 사례가 공존하는 것은 SM이 여전히 다층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 엑소 EXO
 
SM은 음악만 다층적으로 선보인 것이 아니었다. 사업도 다각화했다. 수년 전부터 노래방 업계에 진출한데 이어, 2009년부터는 MBC의 <맨 땅에 헤딩>과 <파라다이스 목장>(2011년) 같은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다. SBS의 <맨발의 친구들>과 MBC의 <스타 다이빙 스플래시> 같은 예능 프로그램도 SM의 작품이고 올해 12월부터 방송 예정인 드라마 <총리와 나>도 SM C&C의 작품이다. 이처럼 SM C&C는 매니지먼트 사업 뿐만 아니라, 영상 프로그램 제작과 여행 사업까지 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SM C&C는 한류 팬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 상품들도 속속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은 SM이 자신들의 기본 컨텐츠인 대중음악 컨텐츠의 품질을 계속 유지하고 더욱 차별화시키면서, 이 컨텐츠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대중문화 컨텐츠 기업으로 발돋움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나의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이 사업을 다각화하고 확대하는 과정이 SM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SM은 이제 음악, 영화, 드라마 등 주요한 대중문화 컨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이러한 능력을 가진 SM이 어떤 컨텐츠를 생산하고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최근 SM의 움직임은 SM이 단순한 대중음악 중심의 연예기획사로 머물러 있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보여준다. 물론 SM이라고 하는 일이 다 성공할 리는 없기에 SM의 미래를 낙관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잘된다면 아이돌로 시작한 연예기획사가 공룡 같은 대중문화 컨텐츠 그룹으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대중문화 산업에서 삼성 같은 기업이 탄생할 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SM이 자신의 판을 다시 짜며 성장하는 지금 SM을 주목하고, SM 소속 뮤지션들의 음악과 스타일, 마케팅 전략을 다시 살펴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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