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언론은 공익을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언론은 어떠한 권력기관으로 부터도 자유와 독립을 보장 받아야 한다고 언론 관련 법률들이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방송법은 방송이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인 여론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반드시 자유와 독립을 보장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 MBC가 여당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에 이미 촬영을 끝낸 프로그램의 내용을 수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등 우리사회의 권력기관들에 대해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공영방송이 여당 국회의원의 개인적인 문제제기와 압력에 굴복해 프로그램을 수정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임받은 언론사로서 참으로 비참하고 치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감시와 견제의 대상인 정치인의 말에 놀아나는 공영방송의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MBC경영진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서울 여의도 MBC 사옥 ⓒMBC | ||
MBC ‘진짜사나이’ 제작진이 이외수 작가의 강연내용을 통째로 삭제하기로 결정한 후, 하태경 의원은 “상황종료”라고 밝히고, “모두들 수고 하셨다. 이제야 세상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한 집권 여당 정치인이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 것을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여기는 모습을 보면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살아있는지 의심이 든다. 그리고 이 나라의 언론은 누구를 위해 존재 하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언론이 정치인의 한마디에 이처럼 힘없이 무너진다면 국민들은 대체 누구를 통해 대통령이나 정치인들과 같이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권력기관에 대해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MBC의 이러한 정치권력 지향적 방송제작 태도가 이명박 정부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 정부기관의 대선개입 보도에서 MBC는 문제의 본질인 국가정보기관의 대선개입에 대한 보도 보다는 여야간의 정치적 공방이나 정쟁으로 몰아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특별 수사팀 관련 보도에서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보도 보다는 검찰 내 권력다툼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보도함으로써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관련 보도에서는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유창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고 썼는지 모르겠지만), 외국 정상들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는 등 박 대통령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반면, 노조에 대해서는 지난 10월 노사협의회 자리에서 MBC 노조 측에 언론노조에서 탈퇴하라고 종용하는 등 노조를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리고 급기야 한 여당 국회의원의 압력을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예능 프로그램의 일부를 통째로 삭제하는 정치권력 앞에 비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력 앞에 비굴한 공영방송은 더 이상 언론이라고 할 수 없고, 언론이 언론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할 수 없다면 그 언론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