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공격에 앞장서고 있는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 모임'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모임의 대표적인 발기인들이 친박 인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은 22일 천주교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의 미사가 끝나고 발표한 성명에서 "정의구현 사제단은 의식화된 일부 사제들의 임의단체로 정치선동과 종북 행각으로 교회와 국민을 분열시켜온 망국적 집단"이라며 "이런 행동을 계속하려면 사제복을 벗고 정치에 나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으라"라고 밝히면서 주목을 받았다. 언론들도 이들 모임의 성명을 전하면서 천주교 내부의 분열을 예고했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은 앞서 지난 9월 천주교 사제와 수녀들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진상규명과 처벌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하자 조선일보에 '어쩌다가 양들이 목자들을 걱정하는 천주교회가 되었습니까'라는 광고를 실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우리는 일부 사제들과 수녀들의 일탈은 말이나 호소로 고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차에 걸쳐 확인됐다"며 "애국 평신도들이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을 결성해 반교회적 반국가적 행동에 제동을 걸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결성된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은 박창신 정의구현사제단 원로신부의 발언이 나오기 전부터 정의구현사제단을 종북의 온상이라며 해체를 주장했던 단체다.

이번에 나온 정의구현사제단의 박근혜 대통령 사퇴 요구도 정치적 선동이며 천주교 내부의 좌성향 사제와 수녀들이 교회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 모임의 발기인으로 참여한 인사의 면면을 보면 보수 정치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들이 포진돼 있어 순수한 천주교 평신도의 모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의구현사제단처럼 천주교 내부의 정권 비판적인 목소리를 막기 위해 평신도라는 이름을 가장해 오히려 보수적인 색채를 분명히 하면서 종북몰이에 앞장서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서석구 변호사의 경우 자신을 박정희 바로 알리기 국민모임,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단체 소속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석구 변호사는 지난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이 열린 날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높은 인기는 북한세습독재에 끌려다니던 지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퍼주기와 차별화되는 국민안보 국민행복시대를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은 환영한 결과"라며 "이석기 등 내란음모 내란선동세력을 비호하고 대선무효와 국정원해체선동을 벌리는 북한세습독재와 종북세력의 협박을 받고 있는 이때에 안보와 경제발전과 새마을운동과 산림녹화를 통해 복지국가를 지향한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이 더욱 그립다"라고 쓴 글을 보수 인터넷 매체에 기고했다.

전 평신도협회회장이라는 직책으로 발기인 명단에 오른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의 경우 지난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34주기 추도식 현장에서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는다"라고 주장해 독재 미화 논란이 일었다.

손병두 이사장은 또한 "국가반란 음모를 꾸민 종북좌파 세력이 적발돼 이들을 척결하려는 공권력 집행을 두고 유신회기니 하는 시대착오적 망발이 나오고 있다"면서 "5·16과 유신을 폄훼하는 소리에 각하의 심기가 불편하겠지만 마음에 두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11대 국회의원 선거에 민주정의당 공천을 받고 당선돼 3선을 했던 김현욱 전 국회의원도 대한민국천주교인모임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김 전 의원은 국민행동본부와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고 특히 '뜻있는 가톨릭 평신도 모임'의 대표로 정의구현사제단을 일찌감치 좌익단체로 규정하고 비난하는 광고를 게재해왔다.
 

   
▲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 모임 까페
 

발기인으로 참여한 김중위 전 환경부장관(1994년)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상임고문을 맡아 지원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종합편성채널 정치 평론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해 보수적인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986년 국회의원 시절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에 대해 "나는 부천경찰서 사건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는 권인숙씨의 정신감정이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고, 시민단체들이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낙선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발기인 명단에 오른 김종구 전 법무부장관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997년 김영삼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최근 김 전 장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후임으로 새로운 검찰총장 후보자 제청을 위한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되자 야당은 추천위가 권력의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 라인"이라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검찰국장일 때 (김종구 전 장관은) 검찰1과장을 역임했고, (김기춘 비서실장이) 법무부장관일 때 (김종구 전 장과은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거쳤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발기인의 명단으로 볼 때 애초부터 보수적인 정치색을 분명히 하면서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정의구현사제단 등 천주교 내부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사정에 밝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한상봉 편집인은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수모(대한민국천주교인모임)의 사이트를 봐도 알겠지만 보수적인 목소리를 위태로우면서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고, 한동안 잠잠했다가 국정원 사건 이후에 대대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상봉 편집인은 "기본적으로 대수모는 천주교 내부에서 비주류 그룹이면서 언어와 논법상 교인들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례로 지난 10월 20일 대수모는 수원주교좌 정자동 성당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 이용훈 주교에 대해 '종북신부'이라고 비난해 현장에 있던 평신도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는 장면이 연출됐다. 한상봉 편집인은 "아무리 평신도로서 의견이 달라도 주교한테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신자라고도 할 수 없다"며 "평신도 협의회조차 이들과 연관이 되기 싫어하고 이데올로기 편향성이 극심해서 신앙인으로 자의식이 있는지조차도 의심스럽다. 오히려 이들이 천주교인이라는 것을 정치 활동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공중파 방송이나 정부에서는 이번 시국미사와 관련해 교회가 분열됐다는 컨셉을 가지고 가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대수모라는 천주교 단체라고도 할 수 없는 단체의 입을 빌려 교회의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고 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관계자는 "과거 정치를 했던 분들이 정치인으로 발기를 한 게 아니라 평신도로서 찬성한 것이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그분들 입장에서 발기인으로 이름을 내라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그분들(정의구현사제단)이 자꾸 멀쩡히 잘 하고 있는 대통령을 건드리고 발표도 나지 않았는데 부정선거라고 하니까 진짜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분들이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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