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의 ‘성공’은 콘텐츠소비환경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16일(토)에 방송된 10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편은 평균시청률 8.8%, 순간최고시청률 10.0%(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케이블·위성·IPTV 통합 동시간대 시청률 1위였다. 30대 여성에게서는 최고시청률이 13.2%까지 나왔다. 또 주목해야 할 건 20~49세 시청 층에서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시청률 1위(평균 6.2%)를 기록한 사실이다.
20부작의 절반이 방영된 상황에서 <응답하라 1994>의 시청률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이 닐슨코리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시청률추이에 따르면 첫 방송에서 2%대를 기록한 뒤 3화부터 매회 1% 이상이 오르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추세라면 마지막 방송(20화)에선 꿈의 시청률 20%도 가능하다. 16부작인 전작 <응답하라 1997>의 경우도 케이블로는 이례적인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현재와 같은 수준은 아니었다.
▲ tvN '응답하라 1994'(왼쪽)와 '응답하라 1997'(오른쪽)의 시청률 추이. '1997'에 비해 '1994'의 시청률 상승이 가파른 것을 알 수 있다. ⓒ미디어오늘 | ||
<응답하라 1994>는 젊은 시청자를 타깃으로 하는 tvN이 40대까지 흡수하며 온라인에서도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온라인에서의 뉴스구독순위와 직접검색순위, SNS버즈량 순위를 통합한 콘텐츠파워지수(Content Power Index)에서 이 드라마는 SBS <상속자들>, MBC <무한도전>을 제치고 11월 첫째 주 1위를 기록했다. 10월 마지막 주도 1위였고, 10월 넷째주의 경우는 <상속자들>에 이어 2위였다. 온라인에서는 지상파보다 잘 나가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응답하라 1994>가 보여준 현재까지의 지표는 ‘케이블’이라는 일종의 ‘플랫폼 장벽’에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황성연 AGB닐슨 연구위원은 1년 전 통화에서 “tvN은 젊은 층의 기호와 트랜드를 지속적으로 반영하며 tvN에 대한 시청습관을 끌어올렸다. 지상파 시청 습관을 깨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응답하라 1997>은 지상파 위주플랫폼에서 콘텐츠중심 플랫폼으로 가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측은 후속작의 성공으로 현실화됐다.
황성연 연구위원은 최근 통화에서 “케이블은 지금껏 지상파 콘텐츠를 반복 재생하는 재방송채널 이미지였다. 이제 채널성격이 바뀌며 오리지널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케이블이 점차 에프터 마켓에서 오리지널 마켓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재방송 케이블은 몰락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케이블은 성공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 역시 영광스러웠던 플랫폼 독점시대를 뒤로하고 케이블과의 경쟁을 마주하게 됐다.
▲ tvN '응답하라 1997'(왼쪽)과 '응답하라 1994'(오른쪽) 포스터. ⓒtvN | ||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지금껏 플랫폼 집중으로 누려온 특권이 깨지는 순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지상파의 입장을 놓고 볼 때 핑계일 수도 있다. 이제는, 그리고 앞으로는 지상파의 의무재송신보다 강력한 것이 스마트폰이다. 2013년 현재 지구인 10억 명이 스마트폰을 24시간 사용하고 있다. 지구인의 36%에 해당하는 25억 명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초연결 네트워크’ 사회에서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다. 시청자가 수동적으로 TV를 보는 시대는 떠났다.
콘텐츠 수용자는 스마트폰으로 ‘즉시성’을 확보해 언제든지 보고싶은 콘텐츠를 다시 볼 수 있고 특정부분만 볼 수도 있으며 SNS를 통해 리뷰나 프리뷰를 공유하며 질 높은 콘텐츠만 골라 볼 수도 있다. 시공간 장벽이 깨지며 일본 예능이나 미국 드라마, 영국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게 돼 온라인에서는 콘텐츠 다양성도 구현된 상황이다. 점점 콘텐츠시장은 tvN 드라마, MBC예능이 아닌 <응답하라 1994>, <무한도전>이라는 콘텐츠 그 자체로 상대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tvN '응답하라 1994' 촬영 현장. ⓒtvN | ||
또한 이르면 내년부터 VOD 판매 실적도 TSR에 합산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응답하라 1997>은 2012년 7월~2013년 10월 2주차까지 다시보기 VOD 건수가 공식 플랫폼 기준 1000만 건을 돌파했다. 이중 90%는 유료 VOD다. 방영은 끝났지만 시즌제를 통해 전작에 대한 호기심을 유도하며 콘텐츠의 지속적인 수익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위기의식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지상파는 케이블의 킬러콘텐츠와 편성전략에 무너질 것이다. <응답하라 1994>의 시청률이 상승할때마다, 시청자는 지상파에 작별을 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