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위상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다채널 시대를 맞았다고 해도, 공영방송의 보도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이 선임되고 그로 인해 편파보도 등 불공정 방송이 이어진다는 지적은 오래됐고 국회에 ‘방송공정성 특위’까지 설치됐지만 이 역시 유명무실이다.

9일 오후 이화여대ECC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1년, 한국 공영방송의 보도를 돌아본다’ 토론회에서 최영재 한림대 교수가 발표한 KBS 및 MBC의 보도조직 구성과 보도의 연관성 연구결과가 주목됐다. 최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정치권력에 휘둘려 자유롭지 못했던 공영방송 보도국은 정파적 내부균열이 형성되면서 편파보도, 소극적 눈치보기, 도식적 보도의 문제를 낳고 있다”며 “두 방송 보도국 내에는 정치판처럼 집권세력이 있고 차기 집권을 노리는 세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박근혜 정권 출범이후 청와대에 대한 공영방송의 보도 태도는 “대통령의 말씀과 심사를 살피는 보도로 일관했다”는 것이 최 교수의 평가이다. 최 교수는 이것이 “정치권력에 종속된 방송사 지배구조 때문”이라며 “인수위 때부터 ‘(임금님) 말씀’에 대해 과장된 해석을 붙이는 등 객관적이지 못하고 권력 감시형 비판이 결여돼 있어 독립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의 편파방송이 내부의 정치적 분화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최 교수가 6개 방송사 보도국 기자 1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새로운 사장이 오면 정파적 특성에 따라 보도국 인사가 새로 라인업 되는가’라는 질문에 공영방송의 성격을 지닌 KBS와 MBC, YTN의 공감도가 높았다.

   
▲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로비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사측의 일방적인 '진품명품' 진행자 교체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치열 기자
 
즉 사장이 새로 바뀌면 이른바 ‘사장의 정파적 라인’으로 보도국이 재구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높은 점수를 받을수록 해당 질문에 대한 공감대가 높게 형성돼 KBS는 4.45점, YTN이 4.05점, MBC가 4.10점이었다. 반면 SBS는 3.05점, MBN은 3.04점, CBS는 3.21점이었다.

최 교수는 “자사 보도에 대한 만족도는 KBS와 MBC가 각각 2.73점과 2.85점으로 중간을 밑돌았고 YTN도 2.85점으로 중간을 밑돈 반면 SBS는 3.60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만족도와 보도국의 정파적 분열에 대한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보도국이 정파적으로 분열됐다는 인식이 강할수록, 세대분열이 일어나고 만족도는 하락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집권세력에 빌붙는, 모델에서 탈출”할 것과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자유와 독립의 기치 아래 균열된 보도국을 통합하는 리더십을 형성”할 것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정파적으로 균형을 맞춘 이사회를 구성”하고 “공영방송 운영은 보도국 간섭을 배제하면서 자유로운 보도국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 공영방송 KBS, MBC 메인뉴스 방송의 공정성 연구’를 통해 “1980년대부터 2008년까지 한국 방송뉴스 보도의 공정성에 가장 치명적인 권력 관계는 여의도 정치권력”이라며 “올해 여야가 ‘방송공정성 특위’를 구성했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이 방송 공정성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양 방송사의 메인뉴스 공정성 분석결과 “KBS는 MBC보다 자료화면과 그래픽 등 시각적 보충 자료를 더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이슈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특정 방향으로 메시지 효과를 강화시키는데 활용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이석기 의원의 연설의 설명하면서 김일성 부자 인물사진과 총자루가 움직이는 그래픽 효과를 사용하면서 이석기 의원의 국가전복의도를 매우 강력하게 시사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MBC는 뉴스주제 비중에 있어 사건사고를 상대적으로 높게 비중을 둬 KBS에 비해 뉴스 연성화 비율이 높다”며 “최근 보건/복지와 관련한 사회적 관심과 이슈의 증가에도 양 방송사 모두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로 다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 교수는 “분석보도와 대안제시 보도는 양 방송국 모두 비중이 낮다”며 “이슈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아닌 탈맥락화 현상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표제사용에 있어서도 “표제는 뉴스를 이해하는데 있어 보조적 재료로 활용되고 있으나 시각적 효과로 인해 사실적 정보 외에 입장이나 견해 등과 같은 주관적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그런데 KBS(35.4%)나 MBC(30.5%)는 전체 표제 1/3 이상, 해설적 표현과 직접인용과 같은 편향성을 지닌 표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채 교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MBC는 시의성이 없는 기사 비율이 22.1%로 6.3%의 KBS에 비해 매우 높았고, 감정유발 보도가 24.2%로 10%의 KBS에 비해 높았다. 뉴스와 관련된 직접취재원인 1차 취재원이 보도에 포함된 경우는 KBS가 42.4%, MBC가 37.8%로 낮은 편이었고 KBS는 59.5%의 보도에서 취재원 출처가 명시되지 않았다.

   
▲ MBC는 지난 6월 <시사매거진 2580>의 국정원편 불방 이후 이에 대해 경영진을 비판한 기자들을 징계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심훈 한림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 기간 KBS·MBC 뉴스에 대한 방송학자들의 평가 조사’ 결과 “중립성과 관련된 질문에서 박근혜 정부 하의 KBS와 MBC의 보도는 평균 각각 3.71과 3.16으로 매우 낮은 수치였다”며 “KBS는 이명박 정부 때의 3.53보단 높아졌지만 노무현 정부 때의 6.19보단 매우 낮아졌고 MBC는 노무현 정부 6.22때는 물론 이명박 정부의 3.24에서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사회적 다양성 평가에서는 KBS의 경우 노무현 정부 때 6.29에서 이명박 정부 때 3.30, 박근혜 정부 때 3.57로 변화했고 MBC는 노무현 정부 때 6.30에서 이명박 정부 때 2.98로, 박근혜 정부 때 3.10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감시 및 권력비판에 대한 평가에서 KBS는 노무현 정부 때 6.36를 기록했으나 이명박 정부 때 3.17로 매우 떨어졌고 박근혜 정부 때는 3.24로 큰 변화가 없었다”며 “MBC는 노무현 정부 때 6.49에서 이명박 정부 때 2.91로 떨어졌다가 박근혜 정부 때 2.87로 더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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