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인터넷 매체 자주민보의 등록취소를 청구하자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신문법의 발행 목적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했다”라며 “적절한 기간 안에 법원에 등록 취소 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신문등의 내용이 등록된 발행목적이나 발행내용을 현저하게 반복하여 위반한 경우 발행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는 신문등의진흥에관한법률(신문법) 22조에 근거해 지난달 말부터 자주민보의 폐간 여부를 결정하는 행정절차에 돌입했다. 지난달 28일 자주민보 대표에게 해당 사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청문’을 거쳤으며, 이달 4일 열린 서울시 산하 등록취소심의위원회에서는 만장일치로 ‘등록취소 심판 청구 건’을 가결했다. 
 
서울시 시민문화팀은 “자주민보의 기사가 이적표현물이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에 근거해 자주민보의 폐간 여부를 결정하는 행정절차에 돌입했다”고 말한 다. 지난 5월 21일 대법원이 자주민보'에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글을 올린 혐의(국가보안법 찬양·고무 등)로 기소된 이창기 당시 자주민보 대표에게 실형을 확정했다. 자주민보 측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올린 글 가운데 53건의 글이 국보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발행인 국보법 위반 인터넷언론 폐간 청문 논란>)
 
서울시는 자주민보 폐간의 최종 결정을 법원으로 넘겼지만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8일 “자주민보 폐간을 명백히 반대한다. 자주민보가 표방하는 목적을 동의하고 안 하고를 떠나, 자주민보를 폐간한다고 그 생각까지 없어지나”라면서 “자주민보를 우리 사회에서 강제로 끌어내면 민주주의의 원리가 훼손되며 불가피하게 본질도 왜곡된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박원순 시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이 강화되면서 ‘종북’ 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 이를 진보개혁 진영이 막아내야 하는데 폐간 절차에 돌입한 건 오히려 종북 논리에 놀아나는 꼴”이라면서 “이런 한국이 박원순 시장이 추구했던 모습인가 의문이 든다”라고 했다. 
 
박 시장은 최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보법 적용에 대해 “제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1980년대에는 국보법의 폐해가 상당히 있었다. 인권침해나 고문이 많았고 국보법이 개폐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서울시장이 된 후 재야 인권변호사 시절과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많이 달라져야 하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대표적인 국보법 반대론자인 박 시장이 국보법 폐지에 대해 전과 다른 견해를 밝히자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자주민보 홈페이지 갈무리
 
자주민보 관계자는 “서울시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유권해석을 받고, 전국 지자체에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물었다고 한다”면서 “등록·취소 권한은 문체부가 지자체로 이관시켰으면 서울시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인데,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에 왜 유권해석을 받나”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문화부에 유권해석을 요청,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신문법 위반에 해당되는 지에 대해 물었고 문화부는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신문법에 따르면 신문등의 내용이 등록된 발행목적이나 발행내용을 현저하게 반복해 위반한 경우 시도지사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해당 신문등의 발행정지를 명하거나 법원에 등록취소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자주민보 관계자는 “서울시의 권한으로 폐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사법부로 그 권한을 넘긴 건, 중도개혁세력으로부터 비판받지 않기 위해서다. 당당하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자주민보 측은 8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자주민보 등록취소심판청구 결정에 대한 자주민보폐간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주최로 “자주민보 폐간음모 당장 중단하고 사상표현의 자유 보장하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 시민문화팀 관계자는 “등록 취소 심판 청구에 대해 결제를 남겨두고 있다. 진행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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