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김한길 민주당 대표 간 3자 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김한길 대표에게 “그렇다면 제가 댓글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것인가요?”라고 말한 것이 뒤늦게 회자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2일 KBS ‘뉴스토크’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격앙된’ 어조로 이같이 말했으며 이에 김 대표 본인은 “그거야 모르지요, 계량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 뿐 아니라 최근 국가보훈처와 군 사이버사령부까지 대선개입 정황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와중에, 비록 당시에는 국정원 문제만 불거졌을 때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영향력이 미미하면 별 문제없다’는 투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윤석렬 여주지청장의 국정원 댓글수사 ‘윗선 개입’ 폭로 이후 박 대통령의 침묵과 맞물리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 대표의 주장이 “소설”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김한길 대표가 방송에 출연해서 3자회담 내용을 공개했는데 ‘격앙’ 운운한 것은 소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제가 댓글 때문에 당선됐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22일 국무회의에 참석하러 이동 중인 박근혜 대통령(가운데),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윤석렬 여주지검장의 '윗선 개입' 폭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 왼쪽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오른쪽은 김기춘 비서실장
ⓒ청와대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오늘 (박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한 것 아니냐”며 “감정이 어땠는지, 상황이 어떠냐는 건지는 주관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23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내가 댓글 때문에 당선되었단 말인가’ 하는 발언의 정당성을 스스로 증명하길 바란다”며 “이번 일로 국민의 우려와 공분을 일으킨 데 대한 사과를 하고 남재준 국정원장과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즉각 해임하고 엄정수사를 통한 진실규명과 국정원 개혁으로 국가 기관이 다시는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말했다.

트위터에서도 박 대통령의 인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3.15부정선거 때 공무원 몇이 투표지 몇장 더 넣었다고 선거결과 바뀌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되물었고 김진애 전 의원은 “‘제가 댓글 때문에 당선됐다는 건가요?’ 야당 대표 앞에서 말했다던 박근혜 대통령, 이젠 ‘제가 트위터 때문에 당선됐다는 건가요?’ 하시려나”라며 “대통령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재화 변호사도 “"국정원 댓글, 트윗글, 국방부 여론조작, 선대본부의 정상회담 대화록 왜곡 유포, 김용판의 허위 수사결과 발표, 십알단 허위사실 유포 등의 합작 부정선거로 당선됐다”고 말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들도 “가장 어이없는게 자신이 혜택을 안 받았으면 불법을 처벌하지 않겠다는 건가”, “댓글 때문에 부정선거라는 것”, “댓글 때문에 당선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불법을 자행하는 자들 때문에 당선된 것은 확실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대선불복’ 프레임을 짜기 위해 사태를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 대통령처럼 ‘댓글 때문에 당선된 것이 아니’라는 뉘앙스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극히 미미한 양의 온라인상 댓글로 마치 대선 판도가 바뀐 것처럼 야당이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민주당의 대선불복 프레임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이정현 홍보수석에게 청와대의 입장을 물었으나 이 수석은 “공식 브리핑 외에 (언론의 취재에) 개별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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