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552억이 투입되는 차기고속정 사업(PKX-B)이 대기업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이 핵심기술인 항속거리 등 다른 작전요구성능(ROC)을 수정하면서도 대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추진체 기준을 바꾸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PKX-B와 관련, 2월 회의와 5월 회의의 결과가 뒤바뀌었다”며 “추진체계 2기2축은 중소기업과 우크라이나 컨소시엄이고 4기3축은 대기업 컨소시엄인데 2월 회의에선 4기3축이, 5월 회의에선 2기2축이 ROC에 부합했다”고 말했다.

2기2축은 가스터빈엔진 2개에 프로펠러 2개, 4기3축은 가스터빈엔진 2개, 디젤엔진 2개에 프로펠러 3개란 의미로 함정의 추진체이다. 2기2축은 중소기업이, 4기3축은 삼성테크윈과 미국GE사, 현대중공업과 영국 롤스로이스가 참여했다.

진 의원은 “2월 열린 사업관련 회의에서 2기2축의 경우 중량이 241톤, 4기3축은 219.5톤으로 나와 해군이 설정한 ROC(220톤±10톤까지)에서 2기2축이 초과했다”며 “그런데 3월에는 2기2축이 215.3톤으로 내려가고 5월 회의에서는 2기2축이 215톤, 4기3축은 229톤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후 회의에서 바로잡혔지만 초기에 2기2축의 중량이 과대평가됐다는 의미이다.

진 의원은 이어 “항속거리도 2월 회의에서 2기2축은 800해리를 요구하는 ROC 기준에 모자라는 것으로 돼 있고 4기3축은 충족하는데 5월 회의에서 바뀌었다”며 “2기2축은 과정에서 불리하게 평가돼 있고, 4기3축은 유리하게 평가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 의원은 “왜 이러는지 물어보니 계산상의 착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또한 “최종 5월 회의를 보면 전체적 가격이나 운영비용을 비교할 때 2기2축이 유리하다”며 “항속거리 정도가 둘 다 ROC를 만족 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수정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방위사업청이) 다른 ROC를 수정하면서도 부수적 ROC인 4기3축은 수정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이 17일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군과 방사청은 사업 시작 시 최초 설정된 ROC에 4기 3축을 지정했다”며 “추상적 개념인 ‘생존성’의 측면에서 4기 3축이 더 낫다고 주장하는데 함정의 최고 중요 작전운용성능인 경하중량과 항속거리를 수정하는 것을 무릅쓰고도 4기3축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특정업체를 편들자는 것이 아니라 ROC를 만족하면서도 훨씬 값싼 조건에서 할 수 있는데, 부수적 요구성능인 4기3축은 못 바꾸고 항속거리를 바꿔 4기3축을 태우겠다는 태도”라며 “이것은 대기업 편들어주기”라고 말했다. 진 의원은 “작전요구에 다른 문제가 있다면 할 수 없지만 부수적 ROC에 묶여 다른 주요한 ROC를 수정한다면 오랫동안 함정사업을 해 온 대기업 편들어주기 이거나 유착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용걸 방위산업청장은 “(이 문제에 대해) 진 의원 만큼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별도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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