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KBS <뮤직뱅크>에는 샤이니, 아이유, 티아라, 서인영, 임창정, 나인뮤지스, 송지은, 유미, 퓨어, 마이네임(MYNAME), 소년공화국, 투아이즈(2EYES), 타이니지, AOA, 방탄소년단, 정준영, 블락비가 출연했다. 임창정, 서인영, 정준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이돌 가수이다. 
 
SBS <인기가요>나 MBC<쇼! 음악중심>, Mnet <엠카운트다운>도 엇비슷했다. 출연진은 아이돌 일색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아이돌 편중 일색이 지상파 방송사들과 대형 연예기획사의 ‘합작품’이라고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유기홍 의원실과 ‘대중음악SOUND연구소’가 공동발간한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K-POP의 특정 장르 편중 현황과 대책’에서 10곡 가운데 8곡의 장르가 아이돌(82%)이었으며,  팝이 8% OST가 5% 힙합 록 포크 등이 각각 1%를 차지하는 등 거의 절대적으로 아이돌 장르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자료는 지난해 한국 가온차트 주간순위 상위 3위 이상를 바탕으로 장르별 비중을 분석한 결과다. 
 
   
▲ 2012년 한국가온차트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장르 편중은 미국, 일본의 상황과 비교해볼 때 더욱 뚜렷해진다. 미국의 경우 팝 31%, 록 26%, 컨트리와 힙합이 각각 13%이며 아이돌 음악은 10% 미만으로 추정됐다. 일본은 팝 35% 아이돌 31%, 록 20%, 힙합 5% 등으로 미국에 비해선 아이돌 음악의 비중이 높지만 그렇다고 편중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특정 장르가 한국 대중음악 시장을 독점하게 된 이유를 대형 기획연예사와 방송사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책보고서는 “90년대 중반부터 메이저 음악업계(연예기획사+지상파방송국)는 ‘상호 이익’에 따라 아이돌 음악만 돈이 되는 유통 구조를 ‘결과적’으로 형성했다”고 지적했다. 

1990년 이후 지상파 방송사에서 연예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의 비중을 높였고, 특히 1995년 케이블TV가 개국하면서 방송제작을 위해 많은 연예엔터테인먼트 ‘자원’이 필요하게 됐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이 자원을 가장 손쉽고 값싸게 조달할 수 있는 곳이 1995년에 설립된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연예기획사들이었고, 연예기획사들은 자신이 제작한 아이돌을 TV라는 강력한 홍보매체를 통해 음악시장에 원활하게 내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설명이다. 

 
   
▲ MBC 쇼 음악중심의 한 장면(사진=화면 갈무리)
 
또한 “1990년대 중반부터 FM라디오에서 ‘해외음악’ 편성이 줄어들고, 가요와 연예인 출연 중심으로 변한 것도 특정 장르(아이돌) 독과점 구조를 만든 것에 일조했다”면서 “음악소비자들은 동시대 해외음악을 접할 기회가 사라지면서 대중음악을 대하는 감각이 실종됐다”고 전했다. 이어 보고서는 “‘공공성을 중시해야 할 한국의 주류 매체들이 연예기획사의 콘텐츠를 지극히 상업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준흠 ‘대중음악SOUND’ 소장은 16일 통화에서 “KBS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영국의 BBC와 같이 다양성을 장려하는 편성을 장려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KBS의 한 채널이나 라디오 FM 채널에서만큼은 인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편성할 수 있도록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아이돌 편중 현상이 영미권 음악시장 진출에 장기적으로는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영미권 음악시장은 가수 스스로 음반을 제작하는 ‘아티스트’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소속사가 음반을 기획하는 아이돌 중심의 K-POP은 영미권 음악 소비자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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