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30일 TV조선 ‘채동욱 혼외아들’ 보도를 KBS가 <뉴스9>에서 머리기사로 인용 보도했을 때 KBS기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KBS기자협회(회장 조일수)가 김시곤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실시하기로 하자, 김시곤 보도국장은 지난 4일 KBS 사내게시판(코비스)에 자신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종편보도를 받았다고 문제 삼는 것은 진보매체의 보도는 받아도 되지만 보수우파 매체의 보도는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전형적인 정치적 프레임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이번처럼 뉴스가치가 높은 아이템일 경우 타매체 보도를 받지 않을 수 없고, 그 이후 후속조치로는 물먹은 해당 부서장과 해당 기자를 나무라고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는 기자들이 타매체 보도를 왜 받았냐고 보도국장을 탓하고 있다. 받더라도 소극적으로 받자고 주장했는데 왜 적극적으로 정직하게 받았느냐고 보도국장을 질책하고 있다.”
 
‘왜 종편보도를 검증도 없이 받았는가’라는 지적에 대해 김시곤 국장은 “종편보도라고 해도 뉴스가치가 있고 시청자가 원하는 정보라고 판단되면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TV조선 ‘채동욱 혼외아들’과 JTBC ‘삼성그룹 노조 무력화 전략’의 차이는? 
 
김시곤 보도국장의 원칙과 기준에 ‘토’를 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TV조선 ‘혼외아들 보도’를 KBS기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체 검증 없이 그대로 인용 보도했을 정도면 JTBC ‘삼성그룹 노조 무력화 전략’ 역시 비슷한 비중으로 나가야 TV조선인용 보도 시 본인 주장의 일관성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2013년 9월30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본인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처럼 “종편보도라고 해도 뉴스가치가 있고 시청자가 원하는 정보라고 판단되면 받을 수” 있는 데다 “이번처럼 뉴스가치가 높은 아이템일 경우 타매체 보도를 받지 않을 수 없고, 그 이후 후속조치로는 물먹은 해당 부서장과 해당 기자를 나무라고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JTBC가 지난 14일 <뉴스9>에서 5꼭지에 걸쳐 보도하고, 일부 신문과 인터넷매체들이 다음날 주요기사로 보도하는 등 ‘뉴스가치’가 충분했던 이 사안을 KBS는 15일 <뉴스9>에서 단신으로조차 ‘받지’ 않았다. 
 
△삼성전자 등 노조가 없는 19개 계열사에 노조가 설립될 경우 전 역량을 투입해 조기 와해에 주력하고 △노조가 있는 8개사에 대해선 기존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근거로 해산을 추진하라는 지침을 담고 있으며 △문제 인력을 분류해 밀착 관리하고 비위 사실을 채증해 노조 가담 시 징계하라는 내용까지 담긴 ‘중요한 사안’임에도 공영방송 KBS는 침묵했다. 
 
중요한 사안이라도 타사가 이미 보도한 경우라면 작게 처리할 수도 있다. 아니면 자체적으로 취재라인을 가동해 후속기사를 내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KBS는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JTBC 보도를 인용하지 않고 심상정 의원에게 자료요청을 해서 취재를 하는 방안도 있었지만 KBS <뉴스9>에선 아예 ‘삼성그룹 노조 문건’ 기사가 등장하지 않았다. 
 
‘삼성그룹 노조 무력화 전략’이 ‘채동욱 혼외아들’ 보도에 비해 뉴스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할 수는 있다. 하지만 메인뉴스에서 아예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 ‘채동욱 혼외아들’ 보도는 인용 보도 당시부터 지금까지 논란이 계속 불거졌고 KBS기자들이 보도국장의 신임을 물을 만큼 반발이 거셌지만, ‘삼성그룹 노조 무력화 전략’은 객관적 증거가 명확한 사안이다. 하지만 KBS는 이 사안을 철저히 침묵했다. 
 
   
2013년 10월14일 JTBC <뉴스9> 화면갈무리
 
“뉴스가치가 높은 아이템일 경우 타매체 보도라도 머리기사로 받을 수 있다”고 당당히 밝혔던 김시곤 국장의 원칙과 기준은 어디로 간 것일까. 
 
“JTBC 보도여부를 떠나 사안 자체만 봐도 뉴스가치 충분” 
 
물론 KBS는 15일 <뉴스9> ‘노조 가입에 일감 줄여’에서 ‘다른 삼성기사’를 내보냈다. “삼성전자서비스 포항센터 직원들이 전국 금속노조에 가입하자 이 센터가 담당하던 지역의 절반 가량이 다른 곳으로 넘어갔고, 직원들은 삼성이 노조 탄압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김시곤 국장이 KBS기자들에게 밝힌 기준과 원칙대로라면 JTBC의 ‘삼성그룹 노조 무력화 전략’ 또한 KBS <뉴스9>에서 어떤 식으로든 리포트로 방송됐어야 했다. 
 
이와 관련, KBS 한 기자는 “JTBC 보도여부를 떠나 사안 자체만 봐도 뉴스가치가 충분한 사안”이라면서 “JTBC 보도 전에 심상정 의원이 SNS를 통해 사전 예고를 했기 때문에 의지만 있었으면 충분히 보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KBS 기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 건은 TV조선 보도를 그대로 인용보도 하더니 이번 건은 왜 이리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한국 언론환경에서 삼성에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 KBS인데, 이런 식으로 해서 수신료 인상이 가능하겠느냐. 인상은커녕 수신료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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