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논쟁이 다시 불 붙으면서 mVoIP(무선 인터넷 전화)를 전면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15일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의 mVoIP 서비스 데이터 손실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10월13일까지 470일 동안 mVoIP 데이터 손실률이 SK텔레콤은 평균 10.4%, KT는 8.1%로 LG유플러스 1.2%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 이용자들은 손실률이 각각 0.9%와 2.3%였다.

데이터 손실률이란 특정 음성이나 데이터를 전송했을 때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고 중간에 유실되는 비율을 말한다. 손실률이 30%라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열 글자를 말할 때 이 가운데 세 글자 이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를 테면 “무 화꽃 피 습 다” 정도로 들리게 된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이 의도적으로 경쟁 서비스인 mVoIP의 통화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통신사들은 카카오가 공개한 mVoIP 손실률이라는 건 요금제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테면 SK텔레콤은 LTE의 경우 월 5만2000원의 52요금제부터 mVoIP를 허용한다. 34요금제와 42요금제에서는 mVoIP가 아예 차단돼 있고 52요금제에서는 월 850분, 62요금제에서는 1250분, 72요금제에서는 1750분, 85요금제에서는 2750분, 100요금제에서는 3750분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KT도 52요금제부터 mVoIP를 허용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카카오의 mVoIP 손실률은 mVoIP가 허용되지 않은 요금제 가입자들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제 손실률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는 mVoIP를 전면 차단하는 게 아니라 속도를 낮추는 방식이라 연결은 되지만 소리가 안 들리는 상태가 된다는 설명이다. 통신사들이 요금제에 따른 손실률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카카오도 통신사들이 의도적으로 통화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흥미로운 대목은 SK텔레콤의 경우 매월 말마다 손실률이 급증했다가 월초가 되면 다시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손실률이 16.4%까지 치솟았다가 다음날 9.7%로 떨어졌다. 8월31일에도 17.2%까지 치솟았다가 다음날 11.0%로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보다 올해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반면 KT이나 LG유플러스의 경우는 월말 월초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프 참조)

SK텔레콤 관계자는 “요금제에 따라 mVoIP 허용량이 다른데 월말로 갈수록 허용량을 모두 소진한 가입자들이 늘어나 손실률이 급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mVoIP를 완전히 차단하는 게 아니라 속도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손실률이 크게 잡히게 된다”면서 “상당수 mVoIP 이용자들이 허용량을 다 채워서 쓰고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통신사들은 요금제에 따라 mVoIP 허용량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통화 상대방이 mVoIP가 차단돼 있거나 허용량을 초과해 mVoIP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라면 이쪽에서 허용량이 아무리 많아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통화라는 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상대방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하는데 한두 번 연결이 안 되면 포기하게 되는데 통신사들이 노리는 게 바로 이런 부정적 학습효과”라고 설명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통신사들이 속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mVoIP를 제한한다면 같은 방식으로 정상적인 이용자들도 속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의혹이 있지만 통신사들이 요금제별 손실률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밝힐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카오 관계자는 손실률과 관련, “데이터는 제공해 줄 수 있지만 여기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건 곤란하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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