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편성이 멋대로 되고 있다"(전병헌 민주당 의원)
"알고 있고 저도 여러번 얘기했다"(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국정감사의 주인공은 역시 종합편성채널이었다. 15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선 종편의 편성과 효과에 대해 우려가 쏟아졌다. 
 
종편은 여러 장르를 종합적으로 방송해야 하지만,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불균형한 편성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승인 당시 제출했던 종편의 사업계획서가 '공수표'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새벽에 어린이용 만화를 방송하는 건 가장 황당한 편성 사례로 꼽힌다. 10월 현재 채널A는 새벽 3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햄콩이 음악대' 등을 방송하고 있으며, TV조선도 비슷한 시간에 어린이용 만화를 편성했다. 
 
   
▲ 채널A, TV조선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 현황(2013년 10월) ⓒ노웅래 민주당 의원
 
게다가 종편은 사업계획서에서 여러 어린이 만화를 제작하고, 오후 시간에 편성하겠다고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새벽 3시에 어린이 만화를 편성하는 건 사실상 보지 말라는 것"이라며 "종편이 약속한 사업계획서도 완전히 무시한 수준 미달의 방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대거 투입해 종편이 보도채널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전파관리소 방송실시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종편4사의 보도 편성 비율은 사업계획의 몇 배에 달할 정도로 무척 높다. 
 
그런데 보도 편성 비율은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TV조선의 연평균 보도편성 비율은 2012년 35.7%에서 올해 48.1%로 확대됐다. 채널A도 34.7%에서 46.2%로 늘어났다. 
 
오락 프로그램 편성 현황도 형편없다. JTBC를 제외한 나머지 종편3사는 대중음악 방송을 거의 편성하지 않았다. TV조선의 경우 지난해 9, 10월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방송을 하지 않았고, 채널A도 2012년 4월 이후 대중 음악프로그램을 방송하지 않았다. 
 
   
▲ TV조선의 드라마 사업계획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종편은 사업계획서에서 모두 다양한 드라마 편성을 약속했다. 그러나 채널A는 김종학 연출의 '신의'(SBS 방송), 진수완 작가의 '해를 품은 달'(MBC 방송) 등을 편성했으나 단 한 편도 이행하지 못했다. TV조선도 17편을 편성했으나 유일하게 개국 드라마 '한반도'만 제작해 방송했다. 
 
노웅래 의원은 "저비용 방송만을 고집하다 보니 콘텐츠 다양화라는 종편 출범 목적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결과"라며 "사실상 이행 불가능한 계획서를 통해 방송을 승인받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도 종편의 재방송 비율이 SBS의 4~6배에 달한다며 방통위의 철저한 사업계획서 이행 점검을 촉구했다. 유 의원은 "사업계획서는 건축에서 설계도와 같다"며 "설계대로 공사가 안되면 부실공사가 되는데 (방통위가)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1년간 평가 결과를 가지고 시정명령을 내렸다"며 "이행 여부를 받아서 앞으로 재승인 심사에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만화 편성에 대해서도 “적절한 지적”이라며 “연말까지 시정하라고 시정조치 내렸고, (시정 결과를 반영해) 재허가 기준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종편의 주주편성 문제도 제기됐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은 "종편의 주주들이 승인 신청 당시와 승인장 교부 당시가 많이 다르다"면서 "채널A는 주주의 절반 가까이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종편은 좀 더 공영성을 갖추고 품격을 갖춘 방송으로 업그레이드 될 필요가 있다"며 "보다 투명하고 엄격한 재승인 심사를 통해 특혜시비나 의혹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종편 출범 당시 강조됐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는 보잘 것 없는 상태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당초 2만1000명 신규 일자리 늘어난다 했는데 현재는 1329명 정도로 적다"면서 "이 지표 자체가 종편 인가가 여론의 다양성을 높인다는 게 허구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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