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혼외자 의혹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한 것과 달리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숨겨진 자식이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 또는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과 시민의 경우 구속돼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거나 재판을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후보 선언 전에 본인이 직접 고발한 일도 있었다. 검찰은 이들을 명예훼손 또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줄줄이 기소했다.

▷페이스북에 ‘박근혜-최OO 아들 은OO’ 쓴 시인 구속…징역1년·집유2년= 박 대통령의 사생활, 특히 숨겨둔 자식에 대해 언급했다가 고초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인사는 시인 나아무개(56)씨이다. 나씨는 지난해 9월 경 “박근혜의 숨겨진 아들이 은OO이고 아버지는 최OO 목사라더라”라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가 같은해 11월부터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던 나씨는 선거가 끝난 뒤인 지난 5월 검찰조사를 받다가 구속됐다. 나씨는 한달 뒤인 6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지난 7월 나씨의 글 가운데 ‘박근혜 아들 은OO’ 건과 ‘박근혜가 전두환을 OO라고 불렀다’는 대목을 허위사실유포로 보고 나씨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재 나씨는 보호관찰중이며, 사회봉사명령에 따라 80시간 동안 복지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나씨는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자신을 두고 “특별당원으로써 특별당비 600만 원 낸 적도 있을 정도로 적극적인 한나라당 당원인데다 박사모에서도 활동했다”고 소개하면서도 “그런데 외국신문(선데이저널)과 일부 인터넷신문에 박 대통령에 ‘숨겨진 자식이 있다’는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또한 흥미롭기도 해 소설을 써보자고 생각해 쓰다가 그렇게 됐다”고 전했다. 나씨는 “‘대통령의 딸’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는 내용 일부에 최OO, 은OO 언급이 포함돼 있었다”면서도 “소설의 형식이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그것이 사실인지 대통령 후보가 정직하고 당당하게 밝혀주길 바라는 의협심에서 쓴 것”이라고 말했다.

나씨는 항소를 포기한 것과 관련해 “안타까운 울분으로 남아있다”며 “내가 법의 심판을 받을 만큼 죄를 지었는지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명예회복을 위해 재심청구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혼외자 의혹을 두고 2007년 경선토론회에서 “천벌받을 것”, “천륜을 끊는 일”, “데려오라, DNA 검사까지 해주겠다”고 반박했던 점과 달리 채동욱 총장의 혼외자 의혹에 대해서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혹독한 검증을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나씨는 “모순된 태도”라고 말했다. 나씨는 “채 총장에 박 대통령이 하는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한 것 같다”며 “힘도 없는 사람은 권력자에 알권리를 내세우면 법의 심판을 받는 반면, 권력과 힘을 가진  이들은 개인의 사생활도 맘대로 파헤쳐도 상관없는 모순된 세상”이라고 비판했다.

▷‘애도 있는 사람이 무슨 정치냐’ 보도엔 박근혜 직접 고소= 이밖에 김OO 전 국무총리가 했다는 전언을 담은 글을 게재한 인터넷신문 편집인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고소하기도 했다. 인터넷신문 ‘서울의 소리’는 지난해 7월 1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의 의혹들’이라는 ‘선데이저널’의 글 전문을 게재했다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삭제했다. 문제가 된 내용은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인 김OO이 ‘애도 있는 사람이 무슨 정치냐’라고 말했다는 대목이다.

이를 본 박 대통령이 당시 의원 신분으로 지난해 8월 백은종 서울의소리 편집장을 상대로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고소장을 냈다. 검찰은 그달 20일 백 편집인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다. 이에 따라 백 편집인은 불구속기소된 이후 1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다.

2일 열리는 이 재판에서 백 편집인은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에 박근혜 대통령과 동생 박지만씨, 박근령씨 모두를 증인으로 신청할 방침이다. 백 편집인은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외신 인용보도가 불법이며, 이것이 명예훼손이 된다면 사실을 가려보기 위함”이라며 “박 대통령의 애가 있다는 김⃝⃝씨의 말이 사실인지를 아예 법정에서 가려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박근혜 동생 박지만, 청부살인설 불거지나’라는 기사를 지난해 12월 2일과 10일 잇달아 보도한 서울의소리 백 편집인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5월 구속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쓴 기사를 대부분 인용한 것이었는데도 주 기자는 영장이 기각되고 백 편집인만 구속돼 형평성 시비를 부르기도 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백 편집인은 현재 재판을 벌이고 있다. 불구속 기소된 주 기자의 재판의 경우 국민재판이 신청된 상태이다. 검찰은 박지만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정희 여인들 퍼나른 누리꾼 징역 1년 구형= 이밖에도 지난해 4월 김현철 한겨레저널(미 플로리다 소재)기자의 ‘박정희의 승은 입은 200여 여인들’이라는 글이 서울의 소리에 게재돼자 이 글을 다음 아고라 등에 퍼나른 고 아무개씨와 박 아무개씨도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두 사람 역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고씨에 대해 지난달 2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선고공판은 이달 셋째주 쯤 열릴 전망이다.

백은종 서울의 소리 편집인은 채동욱 전 총장건에 대해서도 의혹만 제기된 상태임에도 엄격한 모습을 보이는 박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이거나 내 눈의 들보는 못보고 남 탓만 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이들을 변호하는 한웅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사생활 의혹으로 기소당한 사건들과 채동욱 총장 건을 비교 분석한다면 의혹수준이라는 점에서 채동욱 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특히 인권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양심의 가책을 느낄 정도면 채동욱 총장에 대해서도 그렇게 안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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