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신정아(42)씨를 10월 중 시사토크쇼 <강적들>(가제)의 MC로 발탁하며 노이즈마케팅 논란이 일고 있다. 아무리 시청률이 좋고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한 것이라 해도 여론을 무시한 섭외라는 지적이다.

신정아씨는 2007년 10월 사문서 위조와 공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되며 1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이후 2009년 18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신 씨는 당시 참여정부 측근과의 부적절한 관계와 학력위조 파문 등으로 사회적 논란을 빚었다.

TV조선은 2011년 자전 에세이 <4011>을 펴낸 뒤 조용히 지내던 신정아씨를 다시 ‘무대’위로 올렸다. <강적들>은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황상민 연세대 교수 등 6명의 패널이 출연해 시사이슈를 놓고 가감 없는 토크쇼를 벌이는 콘셉트로 첫 촬영은 10월 초로 알려졌다. TV조선의 이번 선택은 노이즈마케팅을 통한 시청률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이지만 ‘무리수’라는 지적이 많다.

TV조선은 지난 6월 이후부터 종합편성채널 가운데 시청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닐슨코리아 따르면 8월 한 달간 시청률(유료방송가입가구, 06~25시 기준)에서도 TV조선은 1.29%로 1.38%인 MBN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채널A는 1.12%, JTBC 1.08%였다. 이는 각종 뉴스‧시사프로그램에서 반공 보수 세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며 고정시청자를 확보해 시청률이 상승한 결과다.

지난 5월 <장성민의 시사탱크>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북한군 개입설을 보도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오히려 채널시청률이 오른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같은 종편이지만 올 하반기 JTBC가 손석희를 선택하고 MBN이 김미화를 선택하는 가운데 TV조선이 신정아를 선택한 것은 TV조선 만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예라고 할 수 있다.   

TV조선은 <장성민의 시사탱크> 외에도 장원재‧진성호‧변희재 등이 출연하는 <돌아온 저격수다>와 <신율의 시사열차>, <북한 사이드스토리>, <여기자 삼총사가 간다> 등을 편성하고 있다. 지난 22일 첫 방송 된 <이봉규의 정치옥타곤>의 경우 ‘박근혜‧김정은 싸움의 기술’ ‘박근혜‧ 김한길 화성남 금성녀’, ‘채동욱‧조희준 고개 숙인 남자’ 등을 주제로 방송에 나섰다. <강적들> 역시 민감한 시사이슈를 두고 논란이 될법한 발언을 공격적으로 펼쳐 찬반 논쟁을 일으켜 시청률을 올릴 계획으로 보인다.

   
▲ 신정아씨.
ⓒ연합뉴스
 
그러나 비판여론이 많이 방송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후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MC로 나온 것은 문제다. 노이즈마케팅으로 시청률을 노리는 것 같다”라고 지적한 뒤 “종편도 방송으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프로그램의 질을 담보해야 하는데 이런 자극적인 이슈만 노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신정아씨를 섭외한 것으로 알려진 은경표 PD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신씨가 여성으로 큰일을 겪은 만큼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청자 권경희씨는 TV조선 <열린비평TV를 말하다> 시청자의견 게시판에 “신정아가 여성을 대변한다니 여성을 모욕해도 분수가 있다”라며 개탄했다.

본인을 TV조선 애청자라고 밝힌 시청자 전재규씨는 “TV조선 애청자들이 학력위조에 사기 취업에 불륜으로 공분을 산 여자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볼까”라며 “좌파 쪽이 역시 TV조선이라며 비웃고 있다. TV조선만 보는 사람으로서 충고한다. 신정아 MC로 투입되면 채널을 지우겠다”고 주장했다. 이번 섭외논란을 두고 타사 종편 관계자는 “섭외 기준은 방송사마다 다르다.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결국은 시청자들이 선택할 문제”라고 전했다.

이번 논란을 두고 한 누리꾼은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친 인물들이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고 있는 방송국에 나오는 셈”이라며 “막장 방송에 막장 MC”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TV조선은 시청률이라면 채동욱 검찰총장도 섭외하려 들겠구나. 프로그램 제목이 ‘강적들’ 대신 ‘후안무치’로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이번 논란에 대해 입장을 듣고자 TV조선 홍보팀에 연락을 취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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