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지난 6일 조선일보의 ‘혼외자식’ 보도로 불거진 이번 사태는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과 청와대의 사표 수리 보류 등 연일 초유의 상황을 연출하다 20여일 만에 첫 마침표를 찍게 됐다. 그러나  공영방송 KBS와 MBC를 비롯한 방송 뉴스는 이 사건의 핵심적인 문제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채 총장의 ‘혼외자식’ 보도가 왜 나왔는지, 검찰총장이 물러나고 법무부가 감찰해야 할 만큼 혼외자식 논란이 공직수행에 중요한 문제인지에 대한 것이다. 공영방송사만 이 같은 문제의식에 둔감했다.

KBS는 28일 <뉴스9>에서 채 총장에 대한 청와대의 사표 수리를 전하며 “박 대통령은 당사자 스스로 모든 의혹을 해명하기를 바랐지만, 채 총장이 진상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사안이 장기화될 상황이 되면서 사표를 수리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채 총장이 문제 행동을 보이고 있지만 청와대가 국정운영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수리했다는 설명이다.

KBS는 이어 “검찰 정상화”를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사실상 외압에 의한 사표”를 주장하는 민주당 양측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전하며 “(검찰 내에서) 혼외아들이라는 물증이 없어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사실상 같은 식구인 법무부의 조사 결과를 믿을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주류”라고 보도했다.

   
▲ 28일자 KBS '뉴스9' 의 한 장면.
 
27일 법무부 발표에 혼외자식이라는 의혹을 밝힐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지도 않았지만 법무부 조사 결과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전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KBS는 “내연녀로 지목된 임 씨 주변에 대한 조사 내용을 다 밝히지 않은 것은 채 총장을 배려한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다 밝혀냈지만 채 총장을 위해 대외공표는 안 했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이 결정적 증거도 내놓지 못한 ‘혼외자식’ 보도에 왜 사표를 냈으며, 법무부까지 감찰을 통해 증거를 찾아내려 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파헤치려는 문제의식을 KBS 뉴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혼외자식이 있으면 물러나야한다'는 프레임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MBC는 28일 <뉴스데스크>에서 “혼외 아들 의혹이 사실로 인정할 만한 정황이 다수 확보됐다며 청와대에 사표수리를 건의했던 법무부는 후임 검찰총장을 선임하기 위한 후보추천위원회 인선에 곧 착수할 예정”이라며 정부 측 입장을 전했다.

MBC는 이어 ‘법조계 바로정돈 국민연대’가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 여인을 고발했다고 보도하며 “임 여인이 자신의 아들 학적부에 아버지를 채동욱이라고 적는 바람에 논란이 벌어졌고, 채동욱 전 총장과 검찰 조직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을 전했다. MBC는 “명예훼손은 채 전 총장 본인이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채 전 총장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며 두 사람 간의 ‘다툼’을 사실상 종용했다.

   
▲ 28일자 MBC '뉴스데스크' 의 한 장면.
 
‘혼외자식’ 첫 보도에 나섰던 조선일보는 결정적 증거도 없이 임모 여인 아들의 학적부 기록과 익명의 관계자 발언만으로 혼외아들이라 단정하는 보도를 터뜨렸다. 이 보도는 결과적으로 검찰총장을 낙마시켰고, 총장이 키를 잡고 진행하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원전 비리 사건, 남북정상회담 녹취록 공개 파문 등을 둘러싼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채동욱 총장의 사표를 둘러싼 배경과 문제점 등을 모른 채 이 사건을 지나치게 됐다.

채 총장의 사표 수리 소식을 전한 MBC는 이날 이어지는 보도에서 <야생 황소로 변한 집 나간 송아지…미인계로 잡았다>, <살이 통통, 꽃게 풍년…어획량 67% 껑충 ‘활기’>, <하나마나 ‘반려동물 등록제’…강아지 잡는 마이크로칩>, <물웅덩이에 청산가리 타 코끼리 81마리 독살 ‘상아 노리고’> 등 동물 아이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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